필드와 런웨이를 거쳐 스크린에 안착하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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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와 런웨이를 거쳐 스크린에 안착하다

스타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디펜스 라인을 조율하던 센터백 신승호가 런웨이를 거쳐 스크린에 안착한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09.21
 
12월이라고 그랬죠? 편성은 다 잡혔고요? 12월 며칠인가요?
하하하. 편성은 확실히 잡혔는데, 날짜는 저도 몰라요. 저도 20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12월에 시즌2를 방영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거든요.
자꾸 승호 씨 칭찬을 하게 되네요. 고원이 사실 정말 어려운 캐릭터예요. 악해 보이지만 전혀 악하지 않고, 멍청해 보이지만, 속 깊고 지혜로워요. 게다가 정극과 희극 캐릭터를 오가기도 하니까요. 어떤 점이 제일 고민됐을지 궁금해요.
저는 처음부터 고원이 정말 단 ‘요만큼’(손가락 한 마디를 들어 보이며)도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어요. 물론 알고는 있었죠. 전작인 〈D.P.〉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제가 맡은 ‘황장수’라는 캐릭터 역시 큰 관심을 끌었으니까요. 〈환혼〉에서 제가 처음 등장할 때 당연히 관객들이 악역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걸 알았어요. 한동안 그렇게 오해할 거란 사실도요. 그렇다고 해서 ‘저는 착한 사람입니다’라며 선해 보이는 이미지를 주려고 하지 않았죠.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좀 통통 튀는 캐릭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인물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고민이 가장 두드러진 장면이 기억나나요?
두 장면이 있어요. 첫 장면은 제가 낙수의 검을 돌려받으러 ‘장욱’(이재욱 분)의 집에 가는 장면입니다.
아! 똥물 맞는 장면이군요.
그 장면은 아직 고원이라는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때거든요. 세자라는 직위만 드러난 상태에서 장욱을 찾아가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면이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걸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또 다른 하나는 19화에서 무덕이를 향한 마음을 아예 접어두는 장면이었어요. 사실 19화까지 고원은 계속해서 무덕이를 미워하고, 무덕이에게 툴툴거리면서도 무덕이를 원한다는 사실을 표현해왔거든요. 그런데 거기서는 정말 “이제 진짜 가버려. 꺼져버려”라고 말해야 하는 장면이었죠.
그렇죠. 그전에 이런 대사도 있었잖아요. “나 같은 사람이 (너를) 잡으려고 했는데, 잡히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라는 대사.
맞아요. 그러니 그 장면이 정말 애절했고, 어려웠어요.
젊은 술사들 가운데 무덕 역의 소민 씨가 가장 누나죠?
네, 나머지는 다들 비슷해요. 민현이랑 제가 1995년생 동갑이고, 재욱과 인수가 1998년생으로 동갑이고요.
참 재밌었겠어요.
현장에서 항상 재미있었죠. 또래 친구고 서로 너무들 가까웠으니까요. 성향도 잘 맞았고요. 같이한 분들과 모두 어디로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데, 다들 스케줄이 다르니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예전에는 드라마 신에서 작품 끝나면 그런 식으로 다 같이 떠나는 소위 ‘포상휴가’가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주로 태국이나 하와이 같은 휴양지로 갔었죠.
(박수를 치며) 와! 그래요? 정말 너무 가고….(라며 입을 틀어막는다.)
혹시 간다면 어디에 가고 싶어요? 다녀온 곳 중 좋았던 곳에 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고, 여행은 언제나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가는 사람이 있죠.
전 지금은 가본 곳으로 가보고 싶네요. 예전에 같은 곳에 갔을 때의 기억과 지금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끝내고, 어떤 성과를 달성하고 갔을 때의 느낌을 비교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어디로 가보고 싶어요?
지금 바로 간다면, 아마 계절은 다를 것 같지만, 삿포로에 가고 싶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약간 무기력했던 2017년도에 가족들과 삿포로에 다녀왔거든요. 정말 아름다웠어요. 하염없이 눈이 내리는데, 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아무 소리 없이 고요하고, 그런데 심지어 따뜻했어요.
성인이 된 이후인데 부모님과 여행을 다닌다는 건 사이가 좋다는 뜻이군요?
맞아요. 사이가 좋아요. 어머니 아버지랑 친구처럼 지내요.
언뜻 보기엔 아빠랑 매일 싸울 것 같은 느낌인데….
(웃음) 아녜요, 아녜요. 전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친구처럼 잘 지내와서 이게 당연한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부모님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최근에 좀 느껴요. 제가 가정을 이룬다면 그런 부모가 되고 싶어요.
로브 아템포. 이너,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로브 아템포. 이너,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승호에겐 또 하나의 무기가 있지요. 저음의 목소리가 정말 큰 재능인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지금은 단점까지는 아니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런 저음의 보이스 때문에 연기 영역이 제한적일 수 있겠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었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왔거든요. 지금은 이 목소리를 어떻게 다양하게 써볼지에 대해서 생각해요.
연기 경력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 남들처럼 배운 적도 없는데, 그 목소리에 그 딕션은 어떻게 된 걸까요?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축구선수 생활을 할 때 포지션이 센터백이었거든요.
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네요. 라인도 맞춰야 하고 수비 지휘도 해야 하니까….
그렇죠.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야 하죠. 저만 소리를 지르는 건 아니지만, 센터백이 가장 뒤 중앙에서 계속 수비를 조율하며 리딩을 해야 했어요.
발성 연습을 운동하면서 했네요.
운동 영향도 있었겠지만 유전적인 면도 있어요. 아버지 목소리가 저랑 정말 비슷해서 제가 친척분들 전화를 받으면 종종 아버지로 오해하실 정도예요.
혹시 아버님 직업이 성우는 아니시죠?
전혀 아니에요.(웃음) 지금은 제가 아버지보다 목소리가 좀 더 굵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제가 이런 목소리가 될 줄은 몰랐어요. 변성기가 정말 늦게 왔거든요. 또래 친구들이 코맹맹이가 되고 거친 목소리로 변해갈 때까지 전 계속 미성이었어요. 그게 좀 창피했는데, 조금 늦게 오더라고요. 사실 남자들은 자기에게 변성기가 왔는지도 잘 모르잖아요. 주변에서 말해줘야 알죠. 그냥 그렇게 지나갔는데, 눈 감았다가 뜨니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웃음) 변성기 끝나고 추석 때 친척들 만나서 인사하면 ‘아이고 깜짝이야’ 하죠. 그 목소리 때문에 황장수 역을 정말 훌륭하게 해냈어요. 주변 반응이 궁금해요.
배우로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주변 분들이 긍정적인 의미로 ‘미쳤다’고 얘기해준 게 기분이 좋았어요. 정말 값진 경험이었고요. 근데 찍을 때는 아쉬웠던 부분도 많아요.
아니, 이 사람이.(웃음) 군필자인 저는 황장수 때문에 PTSD가 올 뻔했어요.
하하하. 그래도 전 진짜 내가 잘해내고 있는지 계속 불안했으니까요. 항상 의문과 불안의 연속이었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계속 용기를 북돋워주시고, 제 안에 있는 걸 계속 끄집어내주셨어요. 그때가 정말 뜨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한겨울에 촬영하던 그 장소들이, 어떤 장면들이, 정말 뜨거웠어요.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내 연기를 하면서, 정말 단 한 순간도 깨어 있지 않았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D.P.〉의 선배들이 지금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되었죠. 그 작품에 나온 출연진 중 저희 표지에 선 배우만 3명이에요. 정해인, 구교환, 손석구, 신승호. 거기다 김성균, 현봉식까지 정말 대단하죠.
제가 주조연 중 유일한 1990년대생이고, 당연히 막내였어요. 막내가 악역을 맡아서 선배들한테 상스러운 욕을 하고 폭행을 일삼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감독님과 선배들이 “걱정하지 말고 해라. 더 해라. 편한 대로 편한 거 이상으로 해라. 네가 해내야만 이 작품이 산다”고 해주셨거든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경험이었죠.
〈D.P.〉가 분기점이죠. 그전까지는 교복남이었으니까요. 하이틴 드라마와 〈D.P.〉 이후의 작품은 느낌이 다르죠?
사실 데뷔 시절에는 정말 신기했어요. 이 얼굴로 네 작품 연속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기했죠.
하하하.
저의 외적인 모습이 어떤지 제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네 번 연속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고, 또 누군가는 ‘교복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해주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그런 건 전혀 상상도 못 했거든요. 다만 저는 제 자신이 고무줄이라면 한계까지 ‘쭉’ 당겨서 고등학생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고무줄을 탁하고 놓으면 제자리로 올 텐데, 그 어딘가가 지금 제가 맡고 있는 역할들이고요. 아까 영상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최근에 맡은 〈환혼〉의 고원이 제 실제 성격과 가장 닮았어요.
그럼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스프링을 당겨봐야겠군요.
그게 뭐든 저는 항상 새로운 작품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니면 스타가 되고 싶어요?
사실 그 질문 자체가 모순적이긴 해요. 배우인데 스타일 수 있고, 스타인데 배우일 수 있고. 그러나 또 어떻게 보면 그 경계가 명확해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로 데뷔하기 전부터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니트, 팬츠 모두 폴로 랄프 로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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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혼〉에 신승호의 고원은 없었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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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송시영
    STYLIST 이동연
    HAIR 박지선
    MAKEUP 신여울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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