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탄산음료는 왜 이제야 대세가 되었을까?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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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탄산음료는 왜 이제야 대세가 되었을까?

오성윤 BY 오성윤 2022.06.28
 
 
나는 제로 콜라만 마셨다. 오랫동안 그랬다. 지금은 아니다. 제로 사이다도 마시고, 제로 웰치스도 마신다. 아이스티도 당연히 제로칼로리로 마실 수 있다. 그리고 나만 이런 변화에 기꺼이 뛰어든 건 아닌 것 같다. 식품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시장은 2021년 2189억원으로 2019년 452억원에 비해 5배 규모로 성장했다. 수치를 분석할 필요도 없다. 편의점에 가보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요즘 대세가 또 편의점 아니던가. 심지어 컵라면 조리법도 전자레인지에 넣는 방법과 끓는 물만 사용하는 법 두 가지로 표시되는 시대다. 어떤 식품이 정말로 인기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궁금하면 그냥 편의점에 가시라. 한때 화제였던 미식라면? 진열대 맨 밑에 있다 없다 한다. 제로칼로리 음료는 냉장 진열대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높이에 놓여 있다. 선택의 폭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1+1로 판매되는 제품도 많다. 더 말해 무엇 하나. 제로칼로리 음료는 더 이상 소수파가 아니다. 우리가 주류다. 하하하.
물론 모두가 제로칼로리 음료를 좋아하진 않는다. 우선 인공감미료의 맛이 설탕과 다르다. 흔히 오해하듯 설탕의 수백 수천 배로 달아서 그런 건 아니다. 설탕에 비해 양을 적게 사용해도 단맛이 비슷하게 난다는 것뿐 미친 듯이 단맛이 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시간에 따라 단맛이 느껴지는 강도에 차이가 난다는 거다. 아이스커피에 설탕 대신 아스파탐을 넣어 마셔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스파탐은 단맛의 여운이 오래간다. 이렇게 단맛이 오래 남으면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하게 느낄 수도 있다. 내 경우는 오히려 감초의 단맛이 괴롭다. 여운이 너무 길다. 안녕 하고 돌아섰는데 계속 돌아서서 인사를 백 번씩 하는 연인 같다. TV 맛집 프로그램에서 음식에 감초를 넣어 천연의 단맛을 냈다며 자랑하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단맛에 더해 쓴맛마저 날 수도 있다. 유전적 차이다. 아세설팜칼륨과 같은 감미료는 대개 혀의 단맛 수용체에만 결합하여 달콤한 맛을 낸다. 하지만 일부 사람의 경우 단맛 수용체뿐만 아니라 쓴맛 수용체에도 달라붙는다. 이런 유전적 차이로 인해 나한테는 달기만 한 제로칼로리 음료가 내 친구에게는 달콤쌉싸름한 맛일 수 있다.
인공감미료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마셔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제로칼로리 탄산음료는 정말 맛있다. 식품과학자들의 연구 덕분이다. 감미료 하나로는 불가능한 일을 조합으로 해냈다. 아세설팜칼륨은 설탕보다 단맛 지속 시간이 짧고 아스파탐은 더 길다. 이 둘을 적당한 비율로 섞으면 설탕에 가까운 단맛이 난다. 어떤 조합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오렌지 맛, 포도 맛에 더 잘 어울리는 단맛을 낼 수도 있다. 웰치스 제로 포도 맛과 오렌지 맛에 들어가는 감미료 비율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로 콜라만 계속 마시다 보면 나중에는 일반 콜라를 마시기 어려울 정도다. 탄산의 톡 쏘는 맛이 혀를 살짝 건드려서 감미료의 단맛이 과하지 않고 청량한 정도에서 머물게 한다. 그냥 콜라를 마실 때보다 단맛이 오래 남긴 하지만 대신 텁텁한 뒷맛이 없다. 처음엔 칼로리 걱정 때문에 제로 콜라를 마셨지만 이제는 맛 때문에 제로 콜라만 찾는다.    
인공감미료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과거에도 그랬다. 1879년에 처음 발견된 최초의 인공감미료 사카린부터 그런 의혹에 시달렸다. 1906년 미국 식품의약국장 하비 와일리는 옥수수 캔에 설탕 대신 사카린을 넣은 제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맞다. 미국이 옥수수 삶을 때 사카린을 넣은 건 우리 할머니 대보다 훨씬 앞선 일이다.) 아무런 영양가가 없는 인공감미료를 먹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의사들의 권고에 따라 체중을 줄이려고 사카린을 먹고 있었다. 루스벨트는 “누구든 사카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람은 바보”라고 단언했다. 와일리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사카린 사용은 점점 더 늘어났다.
하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1970년대 사카린을 대량으로 투여한 동물 실험에서 방광암이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사카린에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했고 국내에서도 사용이 크게 제한됐다. 그러다가 과학자들이 사람에게는 사카린이 안전한 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실험에 사용된 쥐의 경우 소변에서 사카린 결정이 만들어져 방광을 손상시킬 수 있지만 사람에게는 그런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동물 실험에 지나치게 고용량의 사카린을 투여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당뇨 때문에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섭취한 사람들에게 특별히 방광암 위험이 높아지지도 않는다. 미국에서는 2000년에 사카린 경고문이 삭제되었고 국내에서도 2017년부터 법적으로 사용이 확대됐다. 그래도 못 미덥다고? 2019년에는 사카린, 아세설팜칼륨 같은 감미료의 유사 화합물이 인간 암세포를 사멸하고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고백할 게 하나 있다. 나도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에 어떤 해로운 요소가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아스파탐이 인체 내에서 대사되면서 소량의 메탄올이 생겨난다. 다이어트 콜라를 많이 마시면 찌릿찌릿한 느낌이 드는데 그게 혹시 메탄올 때문인가 걱정했던 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메탄올이 생겨나긴 하지만 극히 적은 양이다. 독성이 나타날 정도가 되려면 한 번에 다이어트 콜라를 600캔 이상 마셔야 한다. 그전에 배가 터져 죽을지 몰라도 아스파탐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 식품에 사용하는 감미료는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으면 사용이 허가되지 않는다. 위험할까 봐 걱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요즘 제로칼로리 음료가 대세가 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학적 팩트인지 확인한다. 안전하니까 마신다. 백신 음모론이 횡행하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것처럼.        
과학이 우리가 원하는 답만 주진 않는다. 제로칼로리 음료가 안전하긴 한데 원하는 효과는 없다. 다이어트 콜라를 마신다고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최근 30년 동안 제로칼로리 음료를 비롯한 인공감미료 소비량은 크게 늘어났지만 비만이나 과체중이 줄었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유는 아직 분명치 않다. 제로칼로리 음료를 먹고 나서 적게 먹었다는 뿌듯한 마음에 다른 음식을 더 먹어서 그럴 수도 있고, 인체 대사나 장내 미생물군집에 영향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시도는 계속된다. 2017년 8월부터 코카콜라 제로는 제로 슈가로 이름을 바꿨다. 국내 제품명은 그대로지만 캔 아래쪽 표시를 보면 영어로 제로 슈가라고 써 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맛도 오리지널 설탕 버전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한다. 단맛은 인공감미료로만 내고 유청단백질만 14g을 넣은 포도 맛 탄산음료도 있다. 이 제품을 마시다 보면 단맛은 포기할 수 없지만 근육은 만들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강력한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다. 원래 단맛이란 ‘음식 속에 당이 들어 있다’는 신호이다. 달면 삼킨다. 뇌가 원하는 당분이 가득하니까. 이제는 아니다. 단맛만 즐기고 칼로리는 버린다. 아직까지 크게 성공하지 못한 시도다. 하지만 제로칼로리가 주류가 된 이번 판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정재훈은 약사이자 푸드 라이터다. 자칭 ‘카트 끄는 잡식동물’로 미식과 새로운 음식 맛보기를 즐긴다. 저서로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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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오성윤
    WRITER 정재훈
    ILLUSTRATOR VERANDA STUDIO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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