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한나는 "너무 좋아해요"라고 단숨에 두 번 연달아 말했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PEOPLE

배우 강한나는 "너무 좋아해요"라고 단숨에 두 번 연달아 말했다

도전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도전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배우 강한나는 스스로를 모순된 문장으로 소개했다. 지금껏 해온 것들 속에 남아 있지는 않겠다는, 그러나 그 어떤 순간에도 객기를 부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란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06.20
 
 슈트, 벨트,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이어링, 이어커프 모두 1064 스튜디오.

슈트, 벨트,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 이어링, 이어커프 모두 1064 스튜디오.

 
그간 사극을 많이 하신 편이죠.
네. 제가 사극을 좋아해요. 참여하는 것도 좋아하고, 보는 것도 좋아하고.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극이 있고 사극으로만 국한되면 안 되니까 폭넓게 선택하려고 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사극이 제가 좋아하는 정서이긴 하죠. 저한테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있고, 제가 본래 좀 옛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옛것’이라는 단어 선택부터가 굉장히 고풍스럽네요.
옛것…. 클래식한 걸 좋아한다고 할까 봐요.
하하하.
제가 클래식한 걸 좋아합니다.(웃음)
작품을 끝내고 한 인터뷰들을 보면서 ‘새로운 경험’이라는 부분에 의미를 많이 두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기자로서의 욕심인 것 같아요. 전에 안 해봤던 성격이나 상황의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죠. 그런데 제가 또 그냥 단순히 도전해보고 싶어서 뭔가에 임하는 그런 성격은 아니거든요. 도전적이지는 않지만 도전하고 싶은 마음. 그런 게 있죠.
도전적이지는 않지만 도전하고 싶다.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사실 배우가 자기가 뭘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기회가 주어져야, 선택되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니까. 어떤 작품을 하고 나면 그 이미지에서 파생되는 비슷한 역할들이 많이 들어오고,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는 않은 거죠. 그 안에서, 시놉시스랑 대본을 읽어보면서 ‘어, 이 인물 되게 매력적인데 욕심난다’ ‘내가 이걸 한번 잘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면 도전해보는 거예요.
답습은 피하고 싶지만, 반면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거나 극단적인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거나, 그런 욕심은 없는 거군요.
제가 그걸 담아낼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연기자는 냉정하게 자기 객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소화를 못 할 것 같은데 도전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진짜 10%의 희망이라도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죠. 극단적인 악인의 경우에는 제가 매력을 느끼질 못해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뭔가를 일부러 하거나 피하기보다는 제가 그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지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못된 짓을 해도 만약 그 안에 어떤 이유가 있다면 제가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죠. ‘그럼 내가 얘를 어떻게 표현해볼까’ 하고. 그런데 단편적으로 그냥 못되기만 하면 끌리지가 않는 것 같아요.
일단은 한나 씨가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하는군요.
마음이 가는 인물이어야 하죠. 연기자는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을 애정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나 악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친구 너무 예쁘다, 너무 멋있다 하면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는 거죠. 물론 또 다른 매력을 느끼면 또 하고 싶어질 때가 올 수도 있겠지만요. 작품이 너무 재미있어서 절대적 악인 캐릭터까지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든가, 함께 하는 분들이 너무 좋다든가.
지금은 해보고 싶은 종류의 역할이 있어요?
이게 약간 균형을 맞춰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번에 좀 심각하고 정적인 사극을 했으니까, 좀 더 일상 톤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는 했어요. 극적인 상황, 극적인 인물보다는 일상을 평범하고 편안하게 표현해야 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요. 주고받는 말들에도 대단한 정보나 극적인 감정을 담아내는 게 아니라 그냥 사실감이 있다든가.
 
슈트 보테가 베네타. 이어링, 이어커프 모두 1064 스튜디오.

슈트 보테가 베네타. 이어링, 이어커프 모두 1064 스튜디오.

 
너무 상투어라 꺼내기 민망하지만, 흔히들 ‘생활 연기’라고 하는 그런 연기.
(웃음) 네네. 맞아요. 사실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그런 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던 것 같아요. 데뷔할 때부터. 안 해봤으니까 너무 하고 싶고, 그러다 보니까 왠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웃음) 그런 기분도 들고요.
연기를 전공했잖아요. 학교 다닐 때는 그런 연기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연극에서는 심각한 분위기의 정극을 많이 했는데, 영화과랑 찍은 독립영화는 다 생활감이 있는 작품이었어요. 그러다가 막상 데뷔하고서는 그런 걸 할 기회가 없으니까 더 갈증이 나는 거죠. 그런 건 정말 인물 간의 케미스트리나 진실된 순간을 포착하는 힘이 있어야 재미가 생기는 작품이잖아요. 그런 걸 만들어가는 재미가 또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 때 수재였다고 들었어요. 중앙대 연극학과를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갔을 정도로. 그때 배운 것들은 지금의 배우 강한나와 어떻게 조응하고 있을까요?
(웃음) 부끄럽네요. 지금의 배우 강한나와 이어진 부분은… 물론 이론적인 부분의 도움도 있겠죠. 어떨 때는 이런 이론을 적용해보기도 하고, 또 다른 때는 저런 이론을 적용해보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지금까지 이어져 있는 가장 큰 건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는 부분인 것 같아요. 한 공연을 올려도 그 작품을 담당하는 학생 연출이 있고 교수님이 있고 그렇거든요. 학생 연출이 좀 더 가볍게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만들었는데, 두 시간 뒤에 다른 교수님이 오셔서 이건 이런 톤으로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신다거나 하는 일도 있죠. 그러면 저는 그걸 다 해낼 수 있으면서 그 와중에 중심을 잘 가져가야 하는 거예요. 그런 트레이닝을 했던 게 연극학과에서 얻은 가장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지금의 저에게도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대본에서 읽은 부분과 현장에서 디렉팅이 달라도 금방 흡수하고, 그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갑자기 어조가 높아졌네요. 제스처도 커졌고.
(웃음) 아, 죄송해요. 제가 그때 생각이 나서.
보기 좋아서 한 말이에요. 아직까지도 연기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게 느껴져서.
너무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요.
한 호흡에 두 번 반복해서 말해야 할 정도의 감정이군요.
(웃음) 너무 좋아. 안 좋아했다면 이 일을 계속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그만큼 힘든 일이니까.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을까요?
물론 현장에서 연기를 하는 순간도 좋긴 한데요. 저는 그 전의 과정도 너무 좋아요. 대본 보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요. 집에서 쉬는 날은 거의 아침부터 계속 대본을 보고 있거든요. 그러고 있으니까 똑같은 신을 뭐 하러 계속 보고 있느냐고 그러는데, 저는 그렇게 해도 재미있어요. 읽으면서 계속 똑같다면 재미없을 텐데, 뭔가 새로운 게 계속 찾아지니까. ‘어, 이거 뭔가 다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미묘한 요소를 찾아내고, 그걸 현장에 들고 가고, 그런데 상대 배우랑 맞춰보면 다르니까 또 새롭게 바뀌고. 그게 다 너무 재미있어요.
집에서 혼자 춤을 출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네요. 가만히 앉은 채로도 그렇게 즐겁고 자유로워질 수가 있으니까.  
(웃음) 네. 대본 보느라 그럴 겨를도 없고요.
 
[관련기사]
배우 강한나가 〈붉은 단심〉이 이전의 작품들과 달랐다고 말하는 이유 

Keyword

Credit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이규원
    STYLIST 최자영
    HAIR 엄정미
    MAKEUP 김윤영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최지훈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