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황희찬에게 남은 것은 마지막 세 걸음의 체력이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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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황희찬에게 남은 것은 마지막 세 걸음의 체력이다

황희찬은 체력이 충분하지만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볼을 끌고 전력으로 질주한 뒤 박스 안에서 마지막 서너 스텝을 최고의 속도로 내디딜 결정적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건 어쩌면 결국 정신력의 싸움이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06.21
 
재킷, 베스트 모두 폴로 랄프 로렌. 톱 안젤로비안코.

재킷, 베스트 모두 폴로 랄프 로렌. 톱 안젤로비안코.

 
필드에 섰을 때 ‘이 팀 수비는 잘 못 뚫겠는데?’라고 생각한 팀이 있나요?
그런 팀보다는 사실 ‘어, 해볼 만한데?’라고 생각했는데 안 뚫리는 팀이 많았어요. 그런데 계속 경기 시간이 가도 좋은 상황이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저를 막는 수비수들이 모두 경험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다들 축구 지능이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이에요.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수를 하기란 정말 힘들다는 걸 느끼고, 또 그게 이 리그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전 축구를 볼 때 세컨드 볼이 몰리는 현상이 가장 신기해요. 예를 들면 맨시티는 세컨드 볼이든 뜬공이든 맨시티가 가져가는 경우가 정말 많아 보이거든요.
맞아요, 맞아요.
근데 필드 위에서는 11명이 똑같이 뛰는 거잖아요.
그게 요즘 유럽에 있는 강팀들이 쓰는 전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공격을 할 때는 수비 쪽에 더 적은 수가 남아 있게 돼요. 상대팀은 공격 라인을 내렸으니 수비 숫자가 더 많아지게 되고요. 안정적인 수비를 하려면 수비수가 공격수보다 최소 1명은 많아야 해요. 그게 축구의 기본이죠. 그런데 맨시티나 리버풀 같은 팀들은 자기네 팀이 공격을 하고 있을 때도 수비수들이 이미 수비를 하고 있어요. 자기네 진영으로 들어온 상대 공격수의 수만큼 그 앞에 한 명씩을 붙여놓고도 한 명이 남아 뒤를 지키게끔 수비를 배치해두죠. 상대팀이 수비에 성공해서 미드필드 지역으로 뜬공이 넘어가도, 이미 수비는 수비 대형을 갖추고 있으니 그 지역에 1명이 더 많은 리버풀이나 맨시티가 공격권을 다시 따낼 확률이 높은 거죠. 혹시 공이 넘어와도 수비에 성공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으니, 계속 반코트 게임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그게 축구에서 유럽의 강팀들이 쓰는 전술이에요. 축구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런 걸 좀 보시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톱 디어밀러. 팬츠 르메르.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 디어밀러. 팬츠 르메르.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 보이는 데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군요.
중계 화면에선 공격 부분을 자세히 보여주니 보통은 수비 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볼 수가 없죠. 그래서 직관을 하면 좋아요. 직관이 사실 쉽지 않죠. 그러나 직관해서 보면, 공격할 때도 상대 공격수를 미리 잡아두는 팀들이 딱 정해져 있어요. 소위 말하는 ‘가둬놓고 패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게 강팀의 첫 번째 요소입니다. 물론 운용하기 쉬운 전술은 절대 아니고 수비수들의 헌신과 단단한 조직력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죠.
사실 축구선수도 직장인인데, 태업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것도 중요해요. 개인과 구단 혹은 선수와 선수 사이에 문제가 전혀 없을 수는 없거든요. 선수단은 항상 20명 이상이고,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는 11명으로 정해져 있으니 갈등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죠. 못 뛰는 선수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특히 시즌 말미에는 이미 떠날 사람이 정해져버리니까요.
그런 오프 필드의 상황과 필드 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도 선수로서는 중요하겠어요.
저도 사실은 너무 이해가 안 되는 케이스가 있어서 코치를 찾아간 적이 있어요. 어린 선수가 운동도 열심히 안 하고 팀 분위기를 너무 헤쳤던 거죠. 며칠을 참고 보다가 코치한테 얘기를 꺼냈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코치들 입장에서도 막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팀에 더는 남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실망감이 클 테고, 서로 그런 마음을 이해해줘야 하는 거죠.
멋있다. 그런 태도가 사실 실력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거예요.
한편으로 나는 그렇게 떠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팀에서 떠난다고 축구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잖아요.
선수들 사이의 관계가 필드에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요?
그럼요. 패스를 할 때 친한 선수들만 찾는 건 아니지만, 친하면 상대방에게 좀 맞춰주게 되어 있어요. 예를 들면 패스를 할 때도 ‘그래 쟤는 가슴으로 주는 걸 좋아하지?’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들거든요.
황희찬은 운동을 열심히 안 해본 적이 있나요. 어떤 이유로든.
제 자신에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단 한 번도 나태한 생각으로 이 스포츠에 임해본 적은 없어요.
한때 국가대표로서의 황희찬 선수에 대한 일부 팬들의 감정이 조금 안 좋을 때가 있기는 했지요. 지금 만나보니 오해였다는 걸 알겠어요. 말하는 단어의 선택이며 화보를 촬영하는 태도며, 생각보다 훨씬 차분하고 무척 순수한 사람이라고 느껴요. 이런 성격이라 그 시기가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진짜 많이 힘들었죠. 그 짧은 몇 개월 동안에 제 이미지가 굳어져버린 거잖아요. 생각해보면 이제 막 청소년기를 벗어난 어린 선수였으니까, 마음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축구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같아요. 제가 언론에 나와서 “저는 그런 선수가 아닙니다”라고 얘기한들 팬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였을까요? 결국 성실한 모습은 제가 축구를 통해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죠.
 
재킷, 베스트, 슈즈, 벨트 모두 폴로 랄프 로렌. 톱 안젤로비안코. 팬츠 리바이스.

재킷, 베스트, 슈즈, 벨트 모두 폴로 랄프 로렌. 톱 안젤로비안코. 팬츠 리바이스.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죠. 특히 이번 시즌엔 한국 선수 중 프리미어리그 데뷔 해에 가장 많은 골(5골)을 기록하며 호감도가 훨씬 더 올라갔어요.
저도 성공적인 시즌이었다고 생각해요. 첫 시즌도 못 버티고 가는 선수들이 많은 리그니까요. 그러나 잘 못한 것들이 생각나서 그걸 고쳐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요.
부상으로 꽤 많은 경기를 결장한 걸 따지면, 좀 더 자신을 칭찬해도 될 것 같아요. 게다가 그 부상도 햄스트링이었잖아요. 햄스트링 안 올라오는 축구선수는 없잖아요.
개인 치료사분과 계속 관리를 받던 중이었는데도 생각지 못한 순간에 얻은 부상이라 정말 아쉬웠어요. 선수들 중에도 햄스트링이 올라오는 사람이 있고 안 올라오는 사람이 있어요. 이제는 운동법뿐 아니라 식습관도 바꾸고 나니 근육 관련한 부상은 아예 없을 정도로 좋아졌어요.
식습관이요?
예를 들면 단백질 중에도 돼지고기 같은 경우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어서 안 먹어요. 소고기도 마찬가지죠.
레드 미트들에 염증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어서 톱 스포츠 선수들은 안 먹는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맞아요. 고기를 먹은 다음 날은 연어나 생선류를 먹어요. 원래는 비린내 때문에 생선을 아예 못 먹었는데, 햄스트링 부상 이후 억지로 먹게 됐죠. 실제로 햄스트링 부상을 덜 당하게 되는 걸 느끼니까, 예를 들어 과자나 라면 등은 시즌 때는 아예 입에도 대지 않고, 비시즌 때도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다칠 때만 해도 군것질을 많이 했었거든요. 확실히 몸이 정말 가벼워졌어요.
메시가 닭고기만 먹는다는 얘기도 생각이 나네요.
그런 선수들은 영양사를 따로 둘 만큼 식습관에 예민해요. 최고의 신체를 가진 리거들인 만큼 아주 작은 디테일들이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호날두가 구입해 쓰는 걸로 유명한 근육 냉각기도 운동을 끝내고 써줬을 때와 안 써줬을 때의 근육 부상 빈도 차이가 꽤 커요. 저 역시 운동 후에 매일같이 이용하고 있어요.
팀에 있는 건가요?
저는 사실 원래부터 개인적으로 사서 집에 놓고 쓰고 있어요.
하긴, 육체도 일종의 기계인데 그 리그에서 뛰는 사람들은 다 하이엔드니까 관리도 그렇게 해줘야죠.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와 가장 느린 선수라고 해봤자 30m 주파 시간이 1초 차이도 잘 안 나는 세계니까요.
그러고 보니 2021년은 엄청난 해였어요. 황희찬이 울브스에서 첫 골을 자신의 데뷔 골로 넣었고, 손흥민도 토트넘의 시즌 첫 골을 넣었죠. 한국인 딱 두 명인데….
그렇죠. 감사한 일이죠. 정말.
 
셔츠, 쇼츠 모두 렉토. 슈즈 손신발. 네크리스, 언더웨어 모두 돌체앤가바나. 선글라스 레이밴.

셔츠, 쇼츠 모두 렉토. 슈즈 손신발. 네크리스, 언더웨어 모두 돌체앤가바나. 선글라스 레이밴.

 
앞으로는 어떤 점을 더 보완할 계획인가요?
골을 넣기 위한 마지막 순간의 체력을 기르려고요. 이게 그냥 체력이 아니라, 정말 마지막 순간에 더 쥐어짤 수 있는 힘을 말하거든요. 30m를 스프린트해서 달리고 나서 박스 안에 들어갔을 때 계속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체력은 좀 달라요. 그걸 키워야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체력인지 알 것 같아요. 전속력으로 달려서 다리가 풀리려고 할 때 딱 세 걸음을 최고의 스피드로 내딛는 힘, 뭐 그런 거죠?
그렇죠. 그 체력이 있어야 슈팅이고 패스고 잘할 수 있는 거거든요.
정말 마지막 한 발을 내딛는 체력. 멋있다. 오늘 자꾸 반하고만 가네요.
그게 톱 플레이어와 아닌 선수들의 차이예요. 어떻게 보면 정신력의 영역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축구 얘기가 너무 재밌네요. 그런데 얘기하다 보니 거의 모범생 같다는 느낌까지 들어요. 이천수 선배처럼 좀 명랑 쾌활할 줄 알았는데, 모든 말에 진심이고, 진지해요.
(웃음) 대부분 저를 그런 캐릭터로 생각하세요. 한국에 오면 그래도 친구들 만나서 가끔씩 놀기도 하지만, 영국에 있을 때는 정말 집과 훈련장뿐이랍니다.
동료랑 펍에서 맥주 한잔, 그런 것도 없나요?
동료들하고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다들 가족이 있거나 여자 친구가 있거든요.
여자 친구라고 하니 생각났어요. 희찬 선수는 왜 모태솔로인가요?
모쏠 아니에요.(웃음) 나이키에서 주최한 한 인터뷰에서 깻잎 논쟁에 대한 질문을 피하려고 장난으로 “모쏠이라 모르겠어요”라는 식으로 대답한 게 와전됐더라고요.
아, 어쩐지.(웃음)
(웃음) 연애를 많이 안 해보기는 했는데, 모쏠은 아녜요.
하긴 영국에서도 집, 훈련장, 집, 훈련장이라 연애할 시간은 없겠죠.
일단 영국에서는 연애 생각은 아예 안 하죠. 프리미어리그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그 시간은 한정적이에요. 20년씩 뛸 수 있는 그런 리그가 아니거든요. 최대한 집중하고 싶어요.
어디선가 제이팍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제이팍은 마인드가 너무 멋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껴요.
또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혹시 아나요? 저녁 먹자는 연락이 올지?
지코, 지드래곤, 박재범. 이렇게 세 분을 가장 좋아해요.
그냥 제일 유명한 사람 세 명 아녜요?
(웃음) 정말 그분들의 마인드가 너무 멋진 것 같아서 좋아해요.
다음 시즌의 황희찬은 어떤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저희 팀이 사실은 골이 조금 많이 필요해요. 개인적으로도 골을 넣고 싶고요. 좀 식상하겠지만, 공격도 잘하고, 연계도 잘해주고, 수비도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추상적이지 않아요. 사실 하드워커를 하겠다는 거니까요. 그렇게 하려면 경기마다 10km는 넘게 뛰어야 할걸요?
그렇죠. 그래서 매일 훈련을 좀 극한으로 몰아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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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은 패스의 즐거움을 다시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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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세회
    FREELANCE FASHION EDITOR 이민규
    PHOTOGRAPHER 박현구
    HAIR 김우준
    MAKEUP 이봄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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