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세비야에서 발견한 페라리 296 GTB의 거부할수 없는 매력 3가지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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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세비야에서 발견한 페라리 296 GTB의 거부할수 없는 매력 3가지

페라리 296 GTB와 함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내달리며 발견한 키워드 3가지.

박호준 BY 박호준 2022.05.03
 
 
DOWN FORCE
“출발해도 돼?” 페라리의 PHEV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296 GTB의 운전대를 양손으로 움켜쥔 채 물었다. 아마 내 양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을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어와 스페인어로 이리저리 무전을 주고받던 금발의 인스트럭터는 뭐 그런 걸 굳이 물어보냐는 표정을 잠시 짓더니 이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물론이지”라고 말했다. 못 미더운 표정을 지으며 “아 유 슈어?”라고 다시 물었다. “돈 워리, 노 프라블럼. 고고!” 물러설 곳은 없었다. 오른손으로 패들시프트를 가볍게 튕겨 1단 기어를 넣은 후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에서 힘을 빼자 296 GTB가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라리가 전 세계 자동차 기자들을 스페인 세비야로 부른 이유는 명확했다. 지난 1월 출시된 296  GTB를 좀 타보라고, 그 차가 어떻게 달리는지 느껴보라는 거였다. 이탈리아가 아닌 스페인에서 글로벌 미디어 시승 행사를 연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다. 세비야가 속한 안달루시아 지방은 스페인 내에서도 날씨가 화창하고 건조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니 그 비는 더욱 야속했다. “이탈리아는 이맘때 비가 자주 오지만, 스페인은 그렇지 않죠. 지난 2주 동안 계속 맑았는데, 오늘은 의외네요.” 행사를 주관한 페라리 글로벌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와이퍼가 쫓아가지 못할 만큼 거세게 내리는 비를 뚫고 낯선 스페인의 굽이치는 산악 와인딩 코스를 830마력짜리 후륜구동 스포츠카로 달린다는 건 큰 모험이다. 다른 시승회였다면 아무리 오래 준비한 글로벌 행사라도 ‘비가 이렇게 많이 오면 어쩔 수 없지’라며 포기했을 것이다. 페라리는 달랐다. 시승 담당자가 내비친 유일한 걱정은 “비가 많이 와서 사진을 멋지게 찍긴 어려울 것 같아”였다. 그건 차를 믿기에 나오는 확신이었다. 와인딩 코스와 고속도로로 구성된 일반도로로 약 260km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 마음은 점차 차분해졌다. 안정적인 296 GTB의 몸놀림이 나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고속 안정성이다. 보통의 차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접지력이 희미해지고 그 감각은 핸들을 통해 전달되기 마련이다. 296 GTB는 달랐다. 시속 200km에 가까워지자 마치 차가 노면에 달라붙듯 가라앉았다.  
당연히 ‘다운 포스(down force)’가 관건이다. 모든 스포츠카는 차제의 일부로 공기 흐름을 이용해 차를 아래로 누르는 힘을 발생시킨다. 간략히 설명하면, 비행기가 수평의 속도를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양력으로 만드는 원리를 반대로 이용한 셈이다. 엔진에서 뿜어져 나온 힘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빠른 속도에도 효율적으로 조향하기 위해선 타이어를 노면에 강하게 밀착하도록 하는 게 요점이다. 296 GTB는 시속 250km로 달릴 때 360kg의 다운 포스를 만들어낸다(아세토 피오라노 옵션 적용 시). 공차중량이 1470kg인 걸 떠올려볼 때 차체 무게의 약 25%가 추가로 얹어지는 셈이다.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보면 차의 앞부분엔 120kg, 뒷부분엔 240kg의 다운 포스가 작용한다. 차체 뒷부분에 더 무거운 힘이 실리도록 한 건 후륜구동이라서다. 다운 포스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앞과 뒤가 다르다. 앞부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범퍼 하단의 ‘티 트레이(tea tray)’다. 차를 내어오는 쟁반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범퍼 하단에 구멍을 내어 공기 흐름을 차체 하부로 유도한 후, 그 구멍 안에 두 뼘 정도 되는 크기의 카본 플레이트를 달아놓았다. 티 트레이 덕에 296 GTB는 약 20kg의 다운 포스를 추가로 얻었을 뿐만 아니라 고속으로 달릴 때 발생하는 차체 하부의 열을 빠르게 식히는 효과까지 얻었다. 이는 F1에서 얻은 에어로다이내믹 데이터를 활용한 좋은 예다. 뒷부분의 다운 포스는 전적으로 리어 스포일러가 담당한다. 296 GTB의 리어 스포일러는 평소엔 차체 안에 숨어 있다가 다운 포스가 필요할 때만 고개를 내미는 가변형이다. 느리게 달릴 때, 연비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정형 리어 스포일러의 단점을 해결했다. 얼마나 빠르게 달릴 때 날개가 등장하는지 페라리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묻자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똑같이 시속 150km로 달리더라도 주행 환경과 차 상태에 따라 다운 포스가 필요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차가 코너를 돌아나가다가 균형을 잃었을 땐 강한 다운 포스가 오히려 독이 됩니다. 그땐 날개를 펴지 않는 게 올바른 선택이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V6 HYBRID ENGINE
자그마치 830마력이다. 경쟁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와 맥라렌은 물론 페라리 라인업을 통틀어 296 GTB보다 강력한 모델은 자사의 SF90 스트라달레(1000마력)밖에 없다. 내연기관에 비해 출력을 높이기 쉬운 전기차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모델 중 가장 출력이 높은 포르쉐 타이칸 터보S가 오버 부스트 기능을 작동했을 때 761마력이다. 물론 출력만 높다고 능사는 아니다. 배기량이 큰 엔진에 터보차저를 여러 개 장착하면 출력은 쉽게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차의 무게가 덩달아 무거워진다는 게 문제다. 출력이 높아도 차가 무거우면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힘들다. 결국 ‘마력당 무게비’가 중요해지는 셈이다. 출력과 공차중량을 같이 고려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로 공차중량을 최고 출력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296 GTB는 1470kg에 830마력이므로 마력당 무게비가 ‘1:1.77kg’이다. 1마력당 1.77kg를 끈다는 뜻이다. 전설의 포켓몬처럼 분명 실존하지만 대면하기 어려운 코닉세그, 부가티, 파가니 같은 차를 제외하면 296 GTB는 단연 양산차의 꼭대기를 차지한다.
가장 놀라운 건 사실 296 GTB의 엔진이 고작 6기통이라는 점이다. 페라리가 경주용차가 아닌 일반 모델에 V6 엔진을 도입한 건 브랜드 역사상 최초다. 296이라는 이름 역시 엔진 배기량인 2992cc에서 ‘29’를, 6기통에서 ‘6’을 가져와 만들었다. 실린더 개수를 줄이면서 파워는 높일 수 있었던 건 엔진 출력에 167마력을 보태는 전기모터의 공이 크다. 드라이브 모드를 ‘eDrive’로 설정하면 최대 25km를 전기로만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PHEV 시스템을 이용해 성능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다음 날, 세비야 근교에 위치한 몬테블랑코(Monteblanco) 서킷을 달리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페라리가 잡으려 했던 토끼는 두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였다. 성능과 효율 그리고 재미라는 토끼. 소위 말하는 ‘제로백’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가 있다. 296 GTB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 7.3초 만에 도달한다. 서킷에 있는 960m의 메인 직선 주로에서 시속 270km까지 속도를 높였다. 시속 270km의 세계는 그간 내가 보던 것과 조금 달랐다.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더니 너비 15m나 되는 도로가 좁은 골목길처럼 느껴졌다. 1초에 75m를 달리기 때문에 눈을 깜빡이는 것마저 의식해야 했다. 운전대를 조금만 급하게 돌리면 브레이크를 살짝만 깊게 밟아도 순식간에 차의 몸놀림이 변한다. 그 속도에 다다르면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차를 아기 다루듯 다루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8500rpm까지 치솟은 296 GTB 엔진의 진동과 굉음을 온몸으로 받아내자, 막을 수 없는 희열이 온몸을 휘감았다.
296 GTB를 서킷에서 몰며 가장 힘들었던 건, 고속으로 코너를 빠져나갈 때 느껴지는 원심력이나 급격하게 속도를 높일 때 몸을 짓누르는 중력 가속도가 아니다. 밟는 족족 지체 없이 속도를 높이는 가속페달에서 욕심을 덜어내고 발을 떼는 일이었다. 그만큼 운전이 즐겁다는 이야기다. 루이스 해밀턴 같은 세계적인 레이서는 종종 ‘차와 한 몸이 됐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면, 296 GTB를 끌고 서킷으로 나가보기를 권한다. 페라리가 296 GTB를 공개하며 ‘페라리 모델 중 가장 운전의 즐거움(fun to drive)에 초점을 둔 차’라고 소개한 건 과언이 아니었다.
830마력이라는 거대한 숫자 뒤에 숨은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120’이다. 296 GTB에 탑재된 V6 엔진의 양측 실린더가 이루는 뱅크 각은 120도다. 일반적으로 V8 엔진은 이 각이 90도, V6 엔진은 60도다. 이 각도가 180도까지 벌어지면 ‘수평대향 엔진’이라 부른다. 페라리는 296 GTB의 엔진 뱅크 각을 왜 120도까지 벌렸을까? 낮은 무게중심을 얻기 위해서였다. 296 GTB는 F8 트리뷰토보다 엔진 위치를 15mm 더 낮게 설치했으며 뱅크 각까지 넓혀 무게중심을 더욱 낮췄다. 60도에서 120로 벌어지며 생긴 공간에는 터보차저를 넣어 엔진의 전체 부피를 줄이고 열관리 효율을 높여 또 다른 토끼를 잡았다.
 
7.45kWh 배터리를 장착했다. 전기모터만으로 시속 135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이젠 슈퍼카도 하이브리드 시대다.

7.45kWh 배터리를 장착했다. 전기모터만으로 시속 135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이젠 슈퍼카도 하이브리드 시대다.

'티 트레이(Tea tray)'는 페라리가 F1에서 갈고 닦은 기술력을 양산차에 적용한 좋은 예다. 약 20kg의 다운 포스를 만들어 낸다.

'티 트레이(Tea tray)'는 페라리가 F1에서 갈고 닦은 기술력을 양산차에 적용한 좋은 예다. 약 20kg의 다운 포스를 만들어 낸다.

 
MONOLITHIC
세비야와 296 GTB는 닮은 구석이 있다. 서로 다른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약 700년간 이슬람 제국의 통치를 받은 세비야에는 이슬람 문화와 로마 가톨릭 문화가 공존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비야 대성당이 대표적이다. 12세기에 만든 이슬람 모스크를 16세기 초 성당으로 바꾸면서 두 문화의 양식이 섞였다. 이슬람과 가톨릭이 세비야를 지탱하는 2개의 문화적 기둥이라면, 296 GTB는 클래식과 콤팩트가 핵심이다. 클래식한 분위기는 페라리의 헤리티지 모델 중 하나인 ‘250LM’에서 따왔다. 296 GTB의 곡선으로 둥글게 처리한 프런트 범퍼 디자인과 직각으로 곧추선 뒷유리, 풍성한 리어 펜더 볼륨이 한눈에 보아도 250LM과 똑 닮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296 GTB가 250LM의 여러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것은 맞지만, 계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페라리 최고 디자인 책임자 ‘플라비오 만조니(Flavio Manzoni)’는 “296 GTB는 엔진을 비롯한 거의 모든 면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차입니다”라며 296 GTB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어서 그는 “자동차 디자인은 반드시 프로젝트의 정수를 닮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프로젝트의 정수, 즉 콤팩트한 차가 선사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위한 디자인의 핵심이 바로 ‘모놀리식(Monolithic)’이다. 모놀리식 디자인은 패션에서 말하는 ‘심리스(seamless)’와 같이 차의 이음새를 최소화한 일체형 차체 형태를 말한다. 296 GTB를 앞 범퍼부터 뒤 범퍼까지 찬찬히 훑어보면, 운전자가 타고 내리기 위한 도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이 하나의 판형으로 만들어졌다. A필러를 차체와 같은 색깔이 아닌 유리창과 같은 검은색으로 처리해 앞유리와 옆유리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꾸민 이유도 결을 같이한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 드라이브 모드, 와이퍼, 방향지시등, 하이브리드 시스템, 시동 버튼까지 운전 중 조작이 필요한 장치를 전부 운전대 안에 모아놓았다. 운전자가 운전의 즐거움에만 오롯이 집중하도록 디자인적으로 배려한 지점이다.
 
 
FERRARI 296 GTB
파워트레인 2996cc V6 가솔린 트윈터보+전기모터, 듀얼클러치 8단 자동
최고 출력 830마력(시스템)
최대 토크 75.4kg·m         
가속력(0→100km/h) 2.9초
가격(VAT 포함) 3억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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