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을 말하다 남보라

어느 날 갑자기 친한 여동생이 당신에게 여자로 봐달라고 말한다. 연인이고 싶단다. 설레지 않은가.

성숙을 말하다 남보라 - Esquire Korea 2016년 8월호

블라우스 스티브J & 요니P. 치마 아이아이. 니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

성숙을 말하다 남보라 - Esquire Korea 2016년 8월호

슬리브리스 톱 에이치커넥트. 치마 렉토.

남보라는 여동생 이미지가 강하다. 2005년 <일밤-천사들의 합창>에서 11남매의 둘째로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이 큰 이유다. 중학생이던 당시 앳된 얼굴로 동생들을 의젓하게 이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생각보다 큰 인기를 얻으며 이듬해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에 출연하며 일찌감치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꾸준히 활동하면서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학교 끝나고 교복 입고 바로 방송국으로 달려갔어요. 모두들 예뻐해주셔서 놀러 간다는 느낌이 컸죠.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책임감도 따르고 보다 진지하게 연기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는 거예요.”

연기자란 직업으로 살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이 인생을 즐기고 있다.

“연기자로서의 삶은 아슬아슬한 스릴이 큰 것 같아요. 예측한 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어요. 즐기기로 했어요. 솔직히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요.”

이 직업을 천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연기하고 싶어요.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면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시작에 비해서는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해요. 어딜 가든 열심히 하는 겸손한 배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작년에 <택시 드리벌>을 통해 연극 무대에 서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연기에 보다 깊게 파고들게 된 계기였다.

“카메라 앞에서 정적인 연기만 하다가 연극 무대에 서려고 하니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몸도 못 쓰고 동작도 어색하고 힘들었죠. 과장도 섞어야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선배님들과 동료들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하나둘 깨나가기 시작해서 제가 생각해도 한참 성장한 것 같아요. 생각보다 내성적이어서 사람이 열 명만 있어도 제대로 고개도 못 들고 눈도 못 마주쳤는데 연극 무대에 서고 나서 모두 극복했습니다.”

성숙을 말하다 남보라 - Esquire Korea 2016년 8월호

티셔츠 SJYP.

성숙을 말하다 남보라 - Esquire Korea 2016년 8월호

원피스 뎁. 신발 나무하나.

틀을 깨야 발전이 가능하다. 남보라는 한 단계 성장했다.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연기에 임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꺼리지 않는다.

“<SNL> 출연도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어요. 한번 망가지고 나니 그런 게 두렵지 않게 됐죠. 어릴 땐 무조건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망가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이제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아요.”

하지만 여전히 여동생 느낌이 강하다. 동안인 건 참 부럽지만 연기자에게는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맡을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생긴다는 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전 변함이 없는데 사회가 판단하는 내가 있으니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여동생 역할은 그만하고 싶어요. 저도 연인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도 하고 싶고요.”그 바람이 조금이나마 이루어졌다. 5월에 촬영을 마친 웹 드라마 <스파크>가 7월 25일부터 방송을 시작한다. 10분씩 12부작이다. 번개를 맞은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남자 주인공인 나종찬이 저보다 한참 동생인데 같이 있으면 오히려 오빠 같아요. 솔직히 고민이에요. 화면에서 어려 보이는 게 이제는 싫어요. 조금만 볼살이 올라와도 더 어려 보여서 살 안 찌게 엄청 관리해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긴 하는데 최근에는 더 체계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동안 신드롬’에 사로잡힌 대한민국에서 이런 막말이 어디 있나 싶지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본인은 알지 모르겠지만 남보라는 정말 많이 예뻐졌다. 화면을 통해서긴 하나 간접적으로 10년 넘게 지켜보다 보니 성장이 기특할 따름이다. 본인은 많이 웃고 긍정적으로 살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가장 힘든 것이다. 솔직히 지금은 아니지만 조만간 여자로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예쁜 여동생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