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화영은 사랑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류화영은 상처를 통해 자신을 돌보는 법을 깨달았다.

니트 몬츠.

<매드독> 최종화 방영일 새벽까지 철야 촬영이 이어졌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마지막 촬영이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있었나요?

촬영이 끝날 때쯤 더 재미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기한 게 작품 끝날 무렵에는 항상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쉬고 싶었다는 대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2~3일 놀다 보면 다시 일하고 싶어져요.

그렇다면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떠올랐나요?

제 나이에 어울리는 발랄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졌어요. 아무래도 날씨도 춥고 쓸쓸하니까 재미있는 겨울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

겨울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가 봐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서요. 솔로라서 더 춥게 느껴지네요.(웃음)

<매드독>의 장하리는 굉장히 대범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캐릭터입니다. 그 때문에 처음으로 액션 신을 소화하기도 했는데요.

초반에는 액션 신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정보를 캐내고 잠입하는 능력 정도만 발휘하는 역할로 변했어요. 초반에 위험한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감독님이 배려해주신 것 같아요.

위험한 사고?

시속 100km로 운전하던 차가 카메라랑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달려오는 차를 지미집에 매단 카메라로 정면에서 촬영하다 차가 지나갈 즈음 공중에 띄우려 했는데 좀 더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려다가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충돌해버렸죠. 좀 더 역동적인 신을 만들어보려다가 그렇게 됐어요. 한동안 무서워서 운전을 못 했어요. 물론 지금은 괜찮아요.

원피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귀걸이 겟미블링.

<매드독>의 장하리나 <청춘시대>의 강이나처럼 시원시원한 성격일 거 같은데, 맞나요?

사람의 마음속에는 다중이가 산다고 하잖아요. 다들 내면에 있는 수많은 특징 중에서 몇 가지를 크게 부풀려 표현하는 것뿐이죠. 강이나가 제 특성을 잘 살려준 캐릭터이긴 해요. 그런데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는 완전히 반대였거든요. 애교도 넘치고. 그게 어쩌면 친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류화영일 거예요. 어쩌면 강이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류화영일 수도 있고. 결국 다들 보여주는 단면을 크게 비춰서 보는 거죠.

어쨌든 류화영이 있어서 강이나가 있었던 셈이죠.

강이나를 연기할 배우를 찾으려고 정말 배우들을 많이 봤대요. 실제로 감독님이 저를 보고 몇 마디 하시더니 “얘다. 찾았다” 이러는 거예요. 그리고 현장에서 바로 캐스팅됐죠. 물론 그 전에 몇 명이나 봤는지는 잘 모르지만, 저는 그 반응 때문에 기분이 좋았어요.

<청춘시대>의 벨에포크 멤버 중에서 가장 발성이 좋은 캐릭터였죠.

덕분에 별명이 사이다였죠. 사이다 강이나.

<태양의 후예>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경험이 있다고요.

사실 김은숙 작가님과 이응복 감독님이 저를 예뻐하셨어요. 김은숙 작가님은 <태양의 후예> 오디션에서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으셨대요. <도깨비> 오디션에서 탈락했을 땐 “두 번이나 미안하다. 언젠가 내가 꼭 쓸게, 화영아”라고 하시길래 “저도 갈고 닦고 있을게요. 다음에 만나요”라고 했죠. 아무래도 지금은 부족한 상태이니 더 나은 자격을 갖췄을 때 작가님과 감독님을 만나는 게 훨씬 좋지 않겠어요? 오히려 잘된 거 같아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가요?

저는 제 자신에게 되게 냉정한 편이에요. 언제나 만족스럽지 않아요. 제가 하는 연기도 잘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남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저는 불안하거든요. 티아라 활동 시절에도 완벽해지고 싶어서 항상 연습실에서 살았어요.

배우로 활동하는 과정에서도 스스로를 단련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 있었을 거 같은데요.

연출에 관한 책을 봤어요. 어떤 식으로 연출해야 하고, 배우는 어떻게 다뤄야 하고, 스태프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어요. 왜냐면 지식이 있어야 감독님한테 뭔가를 제시할 때도 합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멋모르고 그냥 이거 해달라 하는 건 어린아이가 사탕 달라는 격이죠.

직접 해보니 연기는 재미있던가요?

사람들이 일하면서 힘들다는 말을 하잖아요. 저는 이 일이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만약 다른 일을 했다면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니트 몬츠. 쇼츠 스타일난다.
귀걸이, 브레이슬릿 모두 밀튼아티카.

혹시 배우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패션을 좋아해서 패션 디자이너가 될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땐 유학을 가고 싶었죠. 맨몸으로라도 외국에 나가서 부딪치고 정착해 살아보고 싶었는데 여차여차하다 여기까지 왔어요. 어떤 식으로든 인생은 흘러가는 것 같아요.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엄마 영향이 컸어요. 엄마 꿈이 원래 배우였거든요. 덕분에 어릴 때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죠. 그리고 쌍둥이 언니와 함께 드라마나 광고 장면을 따라 하며 놀곤 했어요. 어쩌면 엄마의 한을 대신 풀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어릴 때부터 서울로 가자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언니가 춘향선발대회 진이 된 이후로 저도 덩달아 매니지먼트사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기회가 온 거죠.

그런데 배우로 활동하기 전에 걸 그룹 티아라 멤버로 데뷔했어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매니지먼트사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가수를 제안하더라고요. 배우가 되고 싶어서 올라왔으니까 다른 회사를 찾아갔는데 그 회사에서도 가수를 제안하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했죠. ‘아무래도 가수가 돼야 하나? 그럼 해야지.’ 하지만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트레이너 선생님이 중성적인 보이스가 랩에 어울릴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미친 듯이 랩을 연습했죠.

그 당시 무대에 섰던 경험이 연기에도 도움이 되나요?

큰 도움이 됐어요. 월말 평가를 할 때 항상 사장님을 관객이라 생각하면서 춤추고 노래해야 했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부끄럽고 민망했죠. 그런데 사장님 얼굴을 카메라라고 생각하니까 편해졌어요. 덕분에 실제 카메라가 무섭지 않더라고요. 카메라는 그저 네모일 뿐인 거죠. 자연스럽게 깡이 생겼다고 할까요?(웃음)

과거 한 인터뷰에서 티아라에서 탈퇴한 뒤 활동이 없었던 2년 동안 모아놓은 돈을 조금씩 쓰면서 버텼다고 했어요.

광주에서 살던 가족들을 다 서울로 올라오라고 했어요. 나름 효녀 노릇하겠다고. 그런데 딱 그때 사건이 터진 거죠. 그래서 한 달에 100만원으로 모든 가족이 생활했어요. 물론 누군가에겐 큰돈이겠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선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내색할 수도 없었죠.

티아라에서 탈퇴할 당시 왕따설이 불거지면서 일파만파 논란이 됐어요.

그땐 너무 어렸어요. 그래서 차라리 지금 언니들을 만났다면 괜찮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죠. 아무래도 제가 너무 철딱서니가 없는 편이라 나 때문에 힘들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종종 다시 보고 싶어요. 사실 같은 헤어 숍에 다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효민 언니를 우연히 만나서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얼떨결에 하이파이브하고 안부 인사를 나누는데 좀 울컥하더라고요. 다들 다시 잘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타인에게 진심을 전하는 데 미숙했던 건지도 모르죠.

정말 그래요. 감정 표현이 직설적인 편이라 제 의도와 달리 사람들의 마음을 찌르게 되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은 선배님한테 가서 직접 물어보게 돼요. “선배님, 저를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맞나요?”라고. 그러면 당황하죠. 그래서 싸우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싸우고 나면 엄청 친해져요.

그런데 모두가 솔직한 걸 좋아하면 그게 좋은 방식이 되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솔직함이 오히려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대요. 류화영 성격 세지 않나 하고. 사실 저는 그렇게 센 성격은 아닌데. 주변의 친한 친구들만 봐도 아주 수더분한 사람들밖에 없거든요.

한번 친해지면 정말 깊게 친해질 거 같아요.

친한 친구가 10명쯤 돼요. 그런데 상처받고 난 이후로는 의심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이 사람이 내 사람인지 조심스럽게 판단하게 됐죠. 친해졌다고 생각하게 될 때 갑자기 방패를 치는 거예요.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그리고 저는 가벼운 사람은 별로 안 좋아해요. 공중에 떠 있는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블라우스 콜라보토리.
스커트 로맨시크. 구두 컨셉35. 귀걸이 쥬얼카운티.

힘들 때마다 본인을 지킬 수 있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

불안할 때마다 결국 저를 잡아주는 건 가족이었어요. 사실 우리 집에서 제가 가장 노릇을 하고 있어서 내가 무너지면 다 힘들어진다는 생각으로 항상 힘을 내는 거죠. 그리고 저는 이런 얘기를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는 거의 안 해요. 그래서 제가 다이아몬드 숟가락인 줄 아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도 제가 좀 있어 보이나 봐요.(웃음)

상처를 받으면 혼자 삭이는 편인가요?

아무래도 혼자 해결해보려고 많이 노력하죠. 상처받은 사람들은 극복하는 법을 알아요. 어떻게 보면 슬픈 얘기지만, 또 어떻게 보면 희망적인 얘기이기도 하죠. 그래서 결국 상처받거나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그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거 같아요. 어차피 내 인생이니까 내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되는 거니까, 상처 준 사람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해요.

살면서 절대 잃고 싶지 않은 게 있나요?

자존감요. 사실 성격이 너무 급해요. 거의 갈치 수준이죠.(웃음) 그래서 실수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저는 아무리 밟아도 안 밟히는 애였대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항상 자존감을 지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그 자존감을 지키려고 더 열심히 공부하는 거 같아요. 요즘 제가 철학책을 많이 읽고 있거든요.

철학책?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관심 이상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나만의 철학이 있어야 조금 더 근사한 삶을 살 수 있을 거 같아서.

철학이란 결국 인간에 대한 공부이고, 인간을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나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해서일 거예요. 스스로를 잘 알고 싶은 걸까요?

맞아요. 그래서 사랑도 해보고 싶어요. 사랑을 해보면 자기를 알 수 있대요. 그게 자신을 아는 제일 좋은 방법이래요. 그런데 사랑할 시간이 없어.(웃음)

결국 나 자신을 알고자 하는 건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싶기 때문일 거예요.

어릴 땐 남들한테 초점을 맞추며 살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젠 제 자신한테 초점을 맞춰서 선택하고 저만의 철학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하다 보면 제 자신이 자연스럽게 나와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성격 급한 게 드러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뭐든 해내려는 의지도 느껴져요. 그래서 철학을 갖고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중심이 없는 사람은 치졸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자기 중심이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결국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죠. 류화영이 류화영에게 뭔가를 주고 싶고,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싶은 거예요.

혹시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나요?

<구여친클럽>에 출연할 때 만나서 친해진 변요한 오빠가 금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자신한테 사준 반지라 하더라고요. 막노동하면서 정말 힘들게 살 때 너무 고생하는 자신에게 선물한 거래요. 그 말에 감명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도 제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고 싶어요. 제 자신에게 뭐든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저라는 걸 스스로 다짐하고 싶은 거죠. 그리고 제가 제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들도 저를 사랑할 수 있을 거 같고요. 그리고 나름 고생하며 살고 있는 제 자신에게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저도 정말 저를 사랑하면서 인생을 한번 강하게 살아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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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어시스턴트김 신영
사진JANG DUKHWA
헤어이 에녹
메이크업이 준성
스타일링이 은지
출처
28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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