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은 좋아한다고 했다

노래 잘하고 예쁘기로 유명한 강민경에 관해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강민경의 일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2016년 12월호

빨간 구두 셀라티. 빨간 바지 러브미백.

“아까는 죄송했어요.”

촬영이 끝난 후 옷을 갈아입고 인터뷰를 시작할 때 강민경이 웃으며 말했다. “그 사진은 제 이미지랑은 조금 달라서.” 전혀. 그녀에겐 잘못이 없었다. 원래 만들려던 이미지는 다 나왔는데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 것뿐이었다. 강민경은 예의 바르게 여기서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합당한 제안이었다. 사실 내가 미안할 일이었지만 그녀는 굳이 한 번 더 정중히 사과했다. 나는 내심 감탄했다. 세련되고 노련한 태도였다.

하긴 그녀는 데뷔 7년 차 프로다. 그것도 아주 성공한 프로. 강민경이 속한 2인조 여성 보컬 그룹 다비치는 비슷한 카테고리의 가수 중에서는 라이벌이 없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데뷔하자마자 유명해졌다. 가요 프로그램 1위도, 음원 차트 1위도 많이 했다. 당연히 히트곡도 많다. 강민경은 <도전 1000곡>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 가창력을 보여줄 수 있는 TV 프로그램에도 원 없이 나갔다. 공연도 매번 성공적, 심지어 카네기홀에서까지 공연했다.

강민경의 일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2016년 12월호

겨자색 드레스 로켓런치.

왜 연예인이 됐을까?

이 질문을 받자 노련한 프로 강민경은 놀라울 정도로 순수해졌다. “막연하게 연예인이 되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내가 그래도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 그 어릴 때가 언제였을까? “5~6살?” 남다르다. “그때부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어요. 학예회 같은 데서 노래하고. 다들 되게 하기 싫어하잖아요. 전 유독 그런 걸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난 노래를 좋아하니까 가수를 하면 되겠다! 그러면 TV에 나올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게 된 거죠.” 잠깐 상상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남들의 시선을 좋아하는 인형처럼 예쁜 아이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여기서부터 시작된 강민경의 말은 다비치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8282’처럼 콘트라스트가 확실했다. 강민경에게는 굉장히 현실적인 면이 있었다. 이미 히트곡이 많은데 가수로 더 이루고 싶은 게 있느냐는 물음에는 전국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지금까지는 서울에서 활동해 먼 지방에서는 자신을 아직 못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다고. 그러다 시청자 연령대가 넓은 <불후의 명곡>에 나오고 나서 좀 알려졌다 싶었다고. 거의 대권 주자 같은 발상이었다.

그녀의 반전은 실로 8282급이었다.

인터뷰 전의 사전 조사를 위해 찾아본 인스타그램 계정 속의 강민경은 대권 주자적 현실성과 또 달랐다. 거기서의 그녀는 윤상이소라와 혼네와 호지어의 사진을 올려둔 20대였다. 10월에 나온 이들의 미니 앨범에는 심현보가 작사하고 김현철이 작곡한 노래도 있다. 음악에 우열은 없으나 ‘시간아 멈춰라’ 같은 노래를 생각해보면 둘 사이의 차이가 큰 것도 사실이다.

강민경은 이 모두를 노련하게 껴안는 음악인이었다. 이제 ‘8282’나 ‘시간아 멈춰라’ 같은 건 들을 수 없는 걸까? 인기를 얻었으니 강렬한 노래는 하지 않으려는 걸까? “아니에요. 저희도 계속 계획은 하고 있고 그 두 곡은 저희도 되게 아끼는 노래예요. 저희 기준은 간단해요. ‘좋은 곡을 받아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는 음악을 하자’. 이문세 선배님 트위터를 팔로하는데 소개 글에 “저는 대한민국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아주 많이 부른 운이 참 좋은 가수입니다”라는 글귀가 있어요. 그걸 보는 순간, (손뼉을 치며) 종이 딱 울렸어요. 이거다. 가수에게 제일 중요한 건 좋은 노래를 갖는 거잖아요. 히트곡이 많고. 그래야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고.”

사랑받는 것. 오랫동안 일하는 것. 누구나 좋아하는 이 둘을 강민경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다양한 요소가 혼재된 강민경의 모습은 사랑받는 사람 특유의 다층적인 면모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내내 현실적인 동시에 순수했고 노련하면서도 귀여웠다. 예쁜 의자 같은 오브제를 좋아하는 건 보통 20대와 다를 바 없지만 최근 좋은 의자를 살 정도로 성공하기도 했다. 싱싱한 청년의 모습과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의 모습이 통 넓은 옷의 실루엣처럼 화제에 따라 자유롭게 변했다. 그 실루엣 사이사이에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강민경의 일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2016년 12월호

검은색 드레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강민경은 먹는 걸 좋아하는 남자가 좋다고 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아주 크게 웃었다. 강민경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저희는 한 끼가 되게 소중해요. 언제나 다이어트를 해야 하고, 너무 바쁘니까 식사 시간이 10분밖에 없어서 차에서 배 채우려고 김밥을 먹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맛있는 걸 먹는 소중한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이러면 충격적이고 슬퍼져요.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여자 친구랑 같이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걸 행복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저는 되게 좋아요. 그래야 오랫동안 잘 만날 수 있어요. 그것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일리 있고 귀여운 말이었다.

그녀는 윤상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윤상 이야기를 꺼내자 강민경은 또 순수해졌다. “윤상 선배님 너무 좋아해요. 나중에 선배님 곡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엔 윤상의 3집 곡 ‘사랑이란’의 가사가 올라와 있다. 강민경에겐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게 사랑일까? 그녀는 잠깐 웃더니 답했다. “뜨겁게 사랑한다면 유치할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사랑이라는 건 ‘너는 내 거고 나는 네 거야’ 그거 하나인 것 같아요.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다. 강민경은 곧장 산새처럼 자리를 떠났다. 나도 스튜디오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 아무도 없는, 슬슬 코가 차가워지는 11월 중순의 금요일 밤. 강민경이 부른 윤상의 곡은 어떤 느낌일지 잠깐 생각했다.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그녀를 잠깐이라도 만나본 이상 어떻게든 잘 부를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여태까지 다 잘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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