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워치 오브 더 이어-<1>

올해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시계 중 가장 중요한 시계.

다이버 워치 부문

급진적 혁신을 선보이면서도 잃지 않는 아이콘의 상징성.

애플과 롤렉스는 비슷한 점이 많다. 라인업이 적은데 그게 다 아이콘이다. 제품의 모든 부분에 공을 들인다. 공들인 부분에 생색도 확실히 낸다. 안티도 많고 애호가는 더 많지만 물건이 좋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반박하지 못한다. 올해 롤렉스는 전문 다이버 시계 씨-드웰러의 신제품을 냈다. 씨-드웰러 최초로 날짜 창 위에 볼록렌즈인 사이클롭스 렌즈를 붙이고 씨-드웰러 로고 색을 붉은색으로 바꿨다. 애호가들에게는 큰 변화다. 성능을 더 향상시킨 무브먼트 칼리버 3235도 롤렉스의 스포츠 모델 중에서는 처음으로 집어넣었다. 아이콘의 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딱 필요한 만큼 개선했다. 역시 사려면 줄을 서야 한다.

ROLEX 오이스터 퍼페츄얼 씨-드웰러
케이스 지름 43mm, 시·분·초·날짜 표시, 1220m 방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1330만원.

복각 시계 부문

복각 유행을 타고 나온 시계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개성.

복각의 유행은 운동화부터 냉장고에 이르는 산업 전반의 경향이다. 시계도 올해 여느 때보다 많은 복각 시계를 선보였다. 복각 시계에 유리한 브랜드가 따로 있다. 역사가 길고 브랜드 가치가 높아야 한다. 그래야 복각할 시계도 있고 그걸 사줄 사람도 있다. 복각 시계를 만들려면 첨단 기술도 있어야 한다. 그때 그 시계와 똑같이 만들려면 3D 프린터나 스캐너 등으로 원형을 정교하게 모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계계에서 오메가만큼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은 없다. 올해는 출시 60주년을 맞은 시계를 3종 세트로 선보였다. 현행과 조금 다른 옛날 로고까지 그대로 넣었다. 이거 보통 용기가 아니다.

OMEGA 씨마스터 300
케이스 지름 39mm, 시·분·초 표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3557개 한정. 880만원.

동양 시계 부문

변함없이 압도적인 완성도와 로고 정책을 바꾼 용기.

고급 시계의 기계적 완성도에서 그랜드 세이코는 독보적이다. 우선 세공. 조금만 빛이 있어도 반사광으로 시계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세공이 정밀하기 때문에 시침과 초침에 야광을 넣지 않을 정도다. 무브먼트의 정확도도 스위스 경쟁자보다 낫다. 다만 일본 차와 독일 차의 관계처럼 그랜드 세이코는 이미지와 인지도에서 스위스에 밀린다. 그랜드 세이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 걸까. 드디어 올해 신제품부터 시계 로고 자리에서 세이코를 빼고 GS라는 로고를 새로 넣었다. 한국에서는 한일 관계나 환율 등의 이유로 일본산 고가품을 팔기 어렵다. 하지만 그랜드 세이코의 훌륭함만은 부정하기 힘들다.

GRAND SEIKO 하이-비트 GMT
케이스 지름 40mm, 시·분·초·날짜 표시, 별도 시침,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790만원.

드레스 워치 부문

21세기 드레스 워치의 미감 제안.

고가 기계식 시계 시장은 보수적인 시장이고 드레스 워치는 그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세상은 계속 변하니 누군가는 변한 세상에 맞춰 (상대적으로) 새로운 보수를 내놓아야 한다. 까르띠에가 그 일을 했다.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는 까르띠에가 2016년에 출시한 드레스 시계 라인업이다. 드레스 시계에서 원형도 사각형도 아닌 쿠션형 시계를 내는 건 꽤 모험적인 일이다. 까르띠에 정도의 완성도와 역량이 있어야 모험적인 시계를 출시하고도 보수적인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2017년에 나온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엑스트라 플랫을 모셨어야 했지만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의 도전 정신은 작년에 나온 기본 모델에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CARTIER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케이스 폭 41mm, 길이 40mm, 시·분·초 표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악어가죽 스트랩. 755만원.

만족도 부문

21세기 고급 시계의 가격 대비 고급스러움을 최대한 추구.

가격 대 성능비는 기계식 시계라는 사치품과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사치품이라고 현실 세계를 전부 피해갈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는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 고급 시계계에서 가격 대 성능비라는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하는 곳은 단연 프레데릭 콘스탄트다. 기계식 시계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디자인 요소를 차용하면서 적당한 가격을 맞춰 내는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많은 사람에게 460만원짜리 시계가 비싸게 느껴진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 기능과 이 정도 세공을 구현하는 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당신이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O. 헨리의 단편소설 주인공처럼 시계를 하나 갖고 싶다면 단연 이 시계다.

FREDERIQUE CONSTANT 클래식스 매뉴팩처 월드타이머
케이스 지름 42mm, 시·분·초·날짜·월드 타임 표시, 낮밤 표시 창,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악어가죽 스트랩. 460만원대.

시대정신 부문

최고 수준의 가격 대비 완성도 구현.

폭스바겐이 7세대 골프를 발표하며 쓴 ‘프리미엄의 민주화’는 자동차를 넘어 2010년대의 시대정신이라고 해도 충분하다. 악착같이 가격을 낮추면서도 프리미엄 상품군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유럽산 제품이 인기다. 폭스바겐이 그렇고 이케아가 그러하며 시계에서는 티쏘가 그렇다. 특히 올해 나온 발라드는 놀라운 수준이다. 기능부터 남다르다. 80시간 파워 리저브를 지원하고 브랜드 최초로 항자성 헤어스프링을 넣고 방수 성능도 보통 시계보다 조금 나은 50m다. 드레스 시계 모양이지만 캐주얼에도 찰 수 있는 디자인에 베젤 테두리와 다이얼 세공까지도 신경 썼다. 113만원이라는 가격에서는 믿을 수 없는 구성이다.

TISSOT 발라드 파워매틱 80 COSC
케이스 지름 41mm, 시·분·초·날짜 표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악어가죽 무늬 소가죽 스트랩. 11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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