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워치 오브 더 이어-<2>

올해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시계 중 가장 중요한 시계.

스마트워치 부문

브랜드 슬로건과 부합하는 아방가르드한 면모와 대담한 상품 구성 아이디어.

요즘 가장 재미있는 고급 시계 브랜드는 태그호이어다. 복각부터 스마트워치에 이르기까지 신기한 발상의 제품이 많이 나오는데 각자 완성도도 훌륭하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스마트워치를 내놓았으나 완성도에서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모듈러 45mm만 한 건 없다. 티타늄을 절삭해 만든 케이스부터 미래적인 느낌이 풍긴다. 케이스 디자인은 자사의 대표 모델 까레라와 비슷해서 브랜드 일관성도 놓치지 않았다. 스마트워치로서의 기능도 훌륭하다. 태그호이어의 상징적인 다이얼도 스크린에 다 띄울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모듈이다. 베젤을 분리해서 기계식 시계 모듈을 끼우면 기계식 시계로도 쓸 수 있다.

TAG HEUER 태그호이어 커넥티드 모듈러 45mm
케이스 지름 45mm, 인텔 아톰 프로세서 Z34XX, 512m 메인 메모리, 4GB 저장 메모리,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기울기 감지, 마이크, 진동/햅틱 엔진, 주위 밝기 센서, GPS, NFC 결제 시스템, 티타늄 케이스, 러버 스트랩. 230만원대.

성실 부문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자세로 계속 신제품을 대거 내는 꾸준한 면모.

여러분이 잘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몽블랑에서 시계도 나온다. 종류도 많다. 완성도도 높다. 완성도에 비하면 가격도 적절하다. 여러분이 몰랐을 뿐이다. 올해는 새로운 컬렉션 타임워커를 출시했다. 빈티지 카의 속도계에서 영감을 받았다지만 신기하게도 미래의 물건 느낌이 난다. 완성도도 훌륭하다. 튼튼한 재료를 아낌없이 썼다는 느낌이 드는 강인한 시계다. 비슷한 스펙과 세공이 들어간 기계식 시계에 비하면 가격도 확실히 저렴하다. 몽블랑이 이렇게 성실하게 시계를 계속 만들고 있다. 눈 덮인 산을 꾸준히 오르는 등산가처럼 계속 좋은 시계를 선보이고 있다. 여러분이 알아주기를 기다리며.

MONTBLANC 타임워커
케이스 지름 41mm, 시·분·초·날짜 표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세라믹 베젤,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399만원.

두께 부문

세태의 흐름과 상관없이 두께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열정.

기계식 시계가 내세우는 요소에도 유행이 있다. 몇 년 전에는 기술적 성취가 유행이었다. 많은 진동수, 가장 얇은 두께, 가장 복잡한 투르비용 같은 것. 그 유행도 지나고 지금 기계식 시계의 유행은 복각과 스마트워치다. 불가리는 그 사이에서도 꿋꿋이 두께에 집중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오토매틱 시계를 만들었다.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은 직접 차보면 이게 시계인가 싶을 정도로 얇고 가벼운데 케이스백을 돌려보면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미세한 부품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는 기계식 시계 감상의 원초적 즐거움이 종잇장처럼 얇은 두께 안에 생생히 살아 있다. 이탈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패스트푸드가 유행할 때 홀로 슬로푸드를 주창해 끝내 유행시켰다. 이 시계도 비슷한 느낌이다. 이탈리아란…

BULGARI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
케이스 지름 40mm, 시·분·초 표시, 티타늄 케이스, 티타늄 브레이슬릿. 1700만원대.

파일럿 워치 부문

시계의 완성도에 더해 허를 찌른 아이디어와 실용성.

브라이틀링 같은 시계는 하나도 없다. 그 육중한 질감과 무게감, 파일럿 워치에 집중하는 고집, 거대한 실루엣과 반대되는 우아한 디테일까지. 올해 나온 콜트 스카이레이서는 그런 면에서 놀라운 반전이다. 폴리머 계열 신소재 브라이트라이트로 케이스를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쿼츠 무브먼트와 고무 밴드를 써서 가격도 낮췄다. 다이얼의 디테일이나 크라운의 요철은 여지없는 명품의 솜씨, 우리가 아는 브라이틀링이다. 이 시계가 출시되고 몇 달 후 브라이틀링은 지금의 IWC를 만든 조지 컨을 CEO로 영입했다. 신임 CEO도 이 시계를 좋아할까? 콜트 스카이레이서의 진짜 미래는 내년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BREITLING 콜트 스카이레이서
케이스 지름 45mm, 시·분·초·날짜 표시, 쿼츠 무브먼트, 브라이트라이트 케이스, 고무 스트랩. 262만원.

월드 타이머 부문

월드 타이머의 본령과 고급스러운 면모를 동시에 지킨 균형미.

고급 시계 중 기능을 떠나 개념적으로 가장 사치스러운 시계는 월드타이머다. 세계 곳곳이 몇 시인지 알아야 한다면 (그게 뭐든) 보통 직업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고급 시계가 빠짐없이 듀얼 타이머나 월드 타임 시계를 내는 데엔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시침 하나 더 넣는 듀얼 타이머에 비하면 월드 타이머는 좀 더 입체적이다. 개념적으로 낭만적이고 만들기는 복잡하다. 40mm도 안 되는 다이얼 안에 도시 이름과 세계 지도까지 그려 넣는 건 초정밀 세공과 인공지능의 시대인 지금도 보통 일이 아니다. 전통의 시계 강호 예거 르쿨트르는 완벽에 가까운 월드 타이머를 만든다. 2년 전에 나왔지만 이 이상의 신제품이 아직 없다.

JEAGER LECOULTRE 지오피직 유니버설 타임
케이스 지름 41.6mm, 유니버설 타임 존 표시, 서머타임 표시, 트루 세컨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2070만원.

특별상

올해 세상을 떠난 제네바의 시계공 로저 드뷔를 기리며.

로저 드뷔는 1938년에 태어났다. 그는 제네바에서 시계를 공부하고 제네바 근교에 본사가 있는 파텍 필립에서 14년간 일한 뒤 1980년 제네바에 공방을 차리고 1995년 제네바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로저 드뷔를 만들었다. 로저 드뷔의 도전적인 디자인과 시계의 모든 부분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로저 드뷔 본인은 65세에 은퇴하고 브랜드는 2008년 리치몬트 그룹이 인수했다. 하지만 노년의 로저 드뷔는 2010년 다시 브랜드 홍보대사로 임명돼 자신이 낳은 브랜드를 알렸다. 그는 평생 제네바 사람이었고, 제네바 시계를 만들었으며, 제네바의 기준을 세계에 알렸다. 지금의 시계 비즈니스는 전통과 첨단과 전략과 이미지 메이킹과 각기 다른 세계 곳곳의 시장 취향이 뒤섞인 초국적 대상 산업이다. 그 사이에서 평생 제네바 비즈니스를 하려 했고 제네바 물건을 만들려 했던 미스터 로저 드뷔의 시계야말로 진정한 ‘스위스 메이드’였다. 오마주는 로저 드뷔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시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ROGER DUBUIS 오마주
케이스 지름 42mm. 시·분·초 표시, 화이트 골드 케이스, 악어가죽 스트랩. 376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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