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LIFE

동물과 식물과 인간의 도시생활

연필로 쓰기

김훈ㅣ문학동네

“나는 겨우 쓴다.”

이국종 교수가 저서 <골든아워> 서문에 적었다. “선생의 문장은 내 머릿속에 너무 깊게 박혀 있어 지우기가 쉽지 않다. (중략) 이 거친 문장들 중 어느 한 자락에서라도 김훈 선생의 결이 흐릿하게나마 느껴진다면, 그런 까닭임을 미리 밝힌다.” 생사의 갈림길을 묵묵히 응시하는 이국종 교수의 시선 끝에는 김훈 선생이 서 있다. 김훈 선생은 관찰한다. 그리고 쓴다. 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그는 누누이 말했다. 그의 산문집 <연필로 쓰기>에는 일상이 모여 있다. 겨울에도, 가을에도 선생은 썼다. 겨울날 공원에 모인 노인들은 털모자를 쓰고 장기를 두고, 추석 아래 공원에 모인 노인들은 ‘요샛것들’을 논한다(요샛것들이란 대개 며느리를 말한다). 삶이다. 선생이 자주 가던 식당의 배달원이 사고를 당하고, 식당 주인은 배달원은 대행업체 소속이라 모른다 하고, 넘어가는 짬뽕 국물이 목구멍을 쥐어뜯는다고, 선생은 또 쓴다. 이것 역시 삶일까. “나는 삶을 구성하려는 여러 파편들, 스쳐지나가는 것들, 하찮고 사소한 것들, 날마다 부딪치는 것들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피하고 싶은 것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것들. 즐기고 싶은 것들, 그러나 즐길 수 없는 것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것이라고, 육하원칙만 적어 내린 김훈 선생의 글이 인사를 건넨다.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메노 스힐트하위전ㅣ현암사

“개미와 인간이 그렇게 다를까?”

생물학자 사이에는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진정한 생물학자라면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이 최대한 짧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물은 자연에 있으니까. 도시는 자연의 반대말로 여겨지니까. 네덜란드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그 불문율을 깨트린다. 저자는 돋보기를 들고 도시 곳곳에 서식하는 곤충과 식물을 관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2030년까지 지구의 약 10%가 도시화되고 나머지 땅도 인간이 만든 조림지로 덮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도시고 도시가 곧 자연이다. 11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현재만 보아도 그렇다. 실제로 런던의 모기는 더 이상 저 수풀 너머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모기도 런던의 지하철 튜브를 타고 움직인다. 눅눅한 도시의 지하도는 모기의 훌륭한 생태계가 되었다. 모기는 그에 걸맞게 진화하는 중이다. 집까마귀의 서식지는 더 이상 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찾을 수 없고, 야생화 노랑 미물루스는 이제 중금속 토양에서도 자란다. “지금까지 우리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얼마만큼 사라지고 있는가에만 초점을 맞춰왔지만 ‘도시 생태계’는 바로 우리 등 뒤에서 진화해왔다.” 저자는 말한다. 인간이 없는 곳을 찾기는 힘들다고. 동식물은 인간과 함께 사는 법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고. 진화할 준비가 되지 않은 존재는 누구일까.


이달의 신간

말러를 찾아서

볼프강 샤우플러ㅣ포노

<지휘자를 위한 1분>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국제 지휘 콩쿠르에 참가한 136명의 예비 지휘자들을 관찰한 작품이다. 지휘자로서 생전 처음 만난 단원들과 단 1분 만에 합을 맞춰야 하는 참가자들에게 한 줄기 빛은 오직 악보뿐이다. 수백 년 전의 작곡가가 어떤 마음으로 음표를 그렸을지, 지휘자는 고심하고 또 고심한다. 이 책은 훌륭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꼽히는 구스타프 말러를 좇는 지휘자 29명의 인터뷰집이다. 탄생 100주년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말러의 교향곡은 어느새 베토벤 곡과 견줄 만큼 빈번하게 연주된다. 그 연유를 짚어보는 책인데, 들여다볼수록 현 지휘자들의 면면이 눈에 박힌다. 지휘봉을 악기 삼아 악보를 불빛 삼아 음악이라 불리는 평온을 찾아 떠난 이들. 그 평온을 전하려는 지휘자의 고요한 고행이 빛난다.

 

예의 바른 나쁜 인간

이든 콜린즈워스ㅣ한빛비즈

목차만 읽어도 요즘 시대에 드는 궁금증과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나쁜 사람도 자신은 착하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인간을 선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 어떻게, 왜 나쁜 짓을 할까.’ 저자는 미국인이지만 그가 의문을 품는 요즘의 도덕이란 지금 한국 상황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연예인의 스캔들, 낯부끄러운 정치인들의 타락 행위. 그들이 유명인이기에 더 알려졌을 뿐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이기적인 현대인이 도처에 깔려 있다. 이쯤 되면 짚어봐야 한다. 대체 도덕이란 무엇인가.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가 있는가. 그 답을 각계각층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어내려고 한 저자의 행위는 이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도덕적 인간이고 싶지만 매번 실패하는 인간들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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