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샷 루틴

마감 루틴이란 게 있다. 원고는 반드시 맥북에어로 쓴다. 워드프로세서는 맥용 아래한글이다. 글자체는 함초롱바탕. 폰트 크기는 10포인트다. 새로운 기사를 쓰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핸드크림도 쓱쓱 바른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이때는 반드시 한 곡만 무한 반복한다. 대개 요요마가 연주한 ‘G선상의 아리아’를 듣는다. 마감 루틴은 확실히 집중력을 높여준다. 잡다한 업무에 끌려다니다가도 일단 마감 루틴을 거치고 나면 두뇌를 마감 집중 모드로 전환시킬 수 있다.

골프는 유달리 루틴이 중요한 스포츠다. 집중력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티샷을 날리기 전에 치르는 프리샷 루틴은 유명하다. 우선 목표 지점을 바라보면서 빈 스윙을 딱 두 번만 한다. 뒤로 물러서서 클럽으로 땅바닥을 툭 한 번 토닥인다. 정확하게 세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서 어드레스를 취한다. 클럽을 좌우로 흔드는 왜글 동작을 딱 두 번 한다. 그러곤 곧바로 스윙한다.

프리샷 루틴은 몸과 정신이 줄곧 연습해온 스윙 태세로 전환되게 만드는 일종의 스위치다. 프리샷 루틴 을 하는 순간 번잡한 동작과 생각을 일시적으로 잠재워버리고 오직 스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프리샷 루틴이 생겼다. 만족스러운 티샷을 날린 뒤 당시 했던 모든 동작을 복기했더니 그게 자연스럽게 프리샷 루틴이 됐다. 스윙과 왜글 동작 같은 건 전혀 없다. 시선과 호흡의 루틴에 가깝다. 클럽으로 골프공을 겨냥하면서 어드레스를 한다. 골프공이 놓인 티를 지긋하게 바라보며 심호흡을 두세 번 한다. 빈 스윙이나 왜글 동작은 금물이다. 가다듬어진 정신과 육체를 되레 흩뜨려놓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골프 선수의 프리샷 루틴 이라기보다는 이승엽 같은 야구 선수의 루틴과 더 닮았다. 요란한 루틴의 박한이 선수와 달리 이승엽 선수의 루틴은 간결한 걸로 유명했다. 그 흔한 빈 스윙 한 번이 없었다. 오직 타격에 꼭 필요한 동작으로 이뤄진 절도 있는 루틴이었다. 프리샷 루틴은 과거의 성공적인 티샷을 반복하기 위한 본능적 행위다.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니기에 오차 없는 반복은 불가능하다. 프리샷 루틴은 오차 범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루틴 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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