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몬 비치에서 생긴 일

맑고 아름다운 괌 투몬 비치에서 예상 밖의 존재를 만났다.

여행을 다녀왔다. 떠나기 전,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면 푸스슥 웃으며 말을 흐렸다. “구하아암요.” 땅굴 파서 북한 가는 것도 아닌데 괌에 간다고 밝히는 게 머쓱했다. 덜 유명하고, 덜 익숙하고, 덜 붐비는 여행지의 정반대이니까.

괌으로 여행을 간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수영장에서 수영하다가도 바다로 나가 헤엄칠 수 있다. 두 번째, 가깝고 직항 노선이다. 세 번째, 다 차치하고,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다른 ‘깨끗한 바다’를 찾기에 나는 너무 게을렀다.

괌 투몬 비치는 듣던 대로 맑았다. 얕고 잔잔해서 둥둥 떠다니기에도 최고였다. 물안경을 끼고 헤엄치면 눈앞에 물고기가 지나간다. 몸통이 투명했다. 얕으니까 물 밖에서는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진화인 걸까. 옆에서 부표처럼 떠다니는 인간을 가끔 곁눈질하는 것도 같았으나 물고기 눈은 원래 옆에 붙어 있으니 기분 탓인 것도 같다.

어쨌든 평화로웠다. 피카소 트리거 피시를 만나기 전까지는. 녀석의 이름을 알게 된 건 인터넷에 이렇게 검색해본 덕분이다. ‘괌 무는 물고기’. 화려한 몸통이 피카소 그림을 닮아서 피카소 트리거 피시라 이름 붙은 아름다운 이 물고기는 사람과 마주쳤다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눈빛이 어찌나 무서운지(이 물고기는 눈을 마주치는 게 확실하다), 가만히 응시하다 토시오처럼 달려든다. 비명이 절로 나온다. 헤엄치다 말고 물 밖으로 겅중겅중 뛰었다.

‘괌 무는 물고기’의 존재를 몰랐던 약 3시간만 희희낙락 놀았다. 이후 이틀은 물릴까 무서워 설설 기며 해안가에서만 땅 짚고 헤엄쳤다. 고작 손바닥만 한 친구들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사실 물린다는 느낌보다 박치기당하는 감각에 가까웠는데.

찾아보니 피카소 트리거 피시는 특히 산란기에 사람을 문다고 한다. 산호초 주변에 많고, 마주치면 둥둥 뜬 채로 가만히 있거나 얌전히 옆길로 돌아가면 물지 않는다고 한다. 온라인 지식인들의 조언을 받들어 다시 스노쿨링에 도전한 셋째 날, 드디어 피카소 트리거 피시와 조화롭게 헤엄치는 법을 알았다. 다시 평화를 찾았다.

여름 나라 따뜻한 바다에서 피카소 그림을 닮은 물고기를 만난다면 위 방법대로 해보시길. 그런데 딴것보다 이 깨달음이 제일인 것 같다. 절절매는 내게 친구가 다정히 건넨 조언이다. “물고기는 네가 무서울 거야.” 미안, 물고기야.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