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모차르트와 공명하다

조성진은 모차르트와 함께 더 너른 경지로 나아갔다.

1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클래식 음악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조성진의 세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으로 선택된 건 모차르트였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의 첫 앨범은 쇼팽이었고 두 번째 앨범은 드뷔시였다. 쇼팽은 운명적이었고 드뷔시는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조성진은 11살 무렵에 가진 생애 첫 리사이틀에서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Chilldren’s Corner)> 중 여섯 번째 곡인 ‘골리워크의 케이크워크(Golliwog’s Cakewalk)’를 연주한 바 있다. 조성진의 드뷔시 연주 앨범은 드뷔시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발표한 뜻깊은 결과물이기도 했다.

@Holger Hage

조성진의 모차르트 앨범의 첫 연주곡은 피아노 협주곡 20번이다. 야니크 네제 세갱이 지휘하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이 곡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중 보기 드문 단조곡이기도 하며, 조성진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출전했을 당시 결승 무대에서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영화 <아마데우스> 라스트 신의 배경음악이 되기도 했던 제2악장인데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연주와 어울리다가 악상이 급변하는 중간부 이후로 이어지는 격정적인 협연 끝에 다시 서정적인 선율로 복귀하는 과정은 조성진의 즉흥성을 띤 연주가 더해져 더욱 드라마틱한 애수로 승화됐다.

@Holger Hage

30여 분에 달하는 협주곡이 젊은 거장의 웅변과 같다면 이어지는 피아노 소나타 3번과 12번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전하는 고백처럼 들린다. 섬세하면서도 산뜻한 소나타 3번은 가볍고 경쾌하게 들리지만 연주자 입장에서는 명확하고 확고한 테크닉을 요구하는 곡이다. 그리고 모차르트 소나타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인 12번은 뛰어난 기교와 성숙한 감정을 요구하는 곡이기도 하다.

조성진은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10세 무렵부터 연주해서 친숙한 곡이라 설명한 바 있다. 어쩌면 두 곡의 소나타는 자신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으로 성장하도록 이끈 모차르트를 향한 경의의 표현이자 연주자로서의 결연한 의지일지도 모른다. 한편 바이닐과 딜럭스 에디션 CD에 포함된 판타지 3번은 조성진을 보다 아끼는 팬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처럼 느껴진다.

@Holger Hage

39조성진의 피아노 선율은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협주곡에서는 감각의 결을 생생하게 짚어내는 선처럼 정교하면서도 유연하게 이어지고, 독주에서는 홀로 울리기에 더욱 풍요로운 음악적 여백을 살피도록 이끈다. 모차르트를 재현한 조성진의 앨범은 올해로 26세를 맞이한 젊은 거장이 올려다보는, 내다보는 경지가 쉽게 짐작할 만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만든다. 거장들이 남긴 위대한 음표를 따라가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공명할 새로운 악장이 궁금해진다. / 글_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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