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화가 샘 솟는 날

천 번을 들어도 늘 좋았던 노래가 첫 음절만 들어도 싫증이 나는 날. 누가 한마디 말만 걸어도 이를 잔뜩 드러내고 위협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짜증과 울화와 변덕이 나에게서 샘솟는 것 같은 날이 있다. 천 번을 들어도 늘 좋았던 노래가 첫 음절만 들어도 싫증이 나는 날. 누가 한마디 말만 걸어도 이를 잔뜩 드러내고 위협할 수 있을 것 같은 날. 길거리에 잔뜩 쌓인 담배꽁초만큼 화가 나고, 살갗이 빨갛게 익을 만큼 뜨거운 물에 풍덩 들어가 엉엉 울고 싶은 날.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애인에게 다짜고짜 전화해서 욕을 실컷 퍼붓고 싶다가도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이나 자고 싶은 날. 빽빽 소리 지르며 도산대로를 냅다 뛰어다녀도 화가 안 풀릴 것 같고, 목이 타들어가고 머리가 깨질 듯이 독한 술만 병째로 벌컥벌컥 삼키고 싶은 날. 로또에 당첨된다고 해도 단 1초도 기쁘지 않을 것 같은 날. 유독 이번 달에는 이렇게 감정이 널뛰는 날이 무척 많았다. 명백한 이유도 원인도 없는 짜증과 울화, 변덕 탓에 괜히 주위 사람들에게 세모눈을 뜨고 기관총처럼 독설을 날리기도 했던 날들. 도대체 언제쯤 다시 평화와 여유와 너그러움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나에게 평화와 여유와 너그러움이 존재하기는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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