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카레, 저런 카레

하늘 아래 같은 카레 없쥬?

시금치 카레 by 카레

시금치도 안 보이고, 시금치 맛도 안 나는데 왜 시금치 카레라고 하지? “당근 케이크에서 당근 맛이 나지 않는 것과 비슷해요. 시금치가 많이 들어가지만 다른 재료들을 넣고 끓이기 때문에 맛은 나지 않죠. 그래서 시금치를 싫어하는 어린 손님들도 자주 와서 먹어요.” 귀엽고 친절한 설명이다. 단 두 개의 카레만 판매하는 카레의 유일한 고정 메뉴가 이 시금치 카레다. 시금치 카레는 인도의 팔락 파니르가 대표적인데 맛이 묵직해 처음 먹는 사람들은 힘들어 한다. 그래서 다정한 모녀는 크림수프처럼 부드럽게 풀어냈다. 파와 고추 같지만 별 모형의 채소 오키라가 귀여움과 뭉근한 식감을 더한다. 9000원.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 62-1

 

스데반 카레 by 스데반카레

치즈를 덮은 모양이 꼭 케이크 같은데, 조리할 때 물을 전혀 넣지 않는 드라이 카레다. 그래서 풍미가 진하다. 이 카레는 조각 내 먹어야 한다. 밥을 제외하고 카레와 치즈만 먹거나, 치즈의 탄 부분만 먹거나, 아보카도만 얹는 등 조합을 달리해 맛을 정복하듯 먹어야 참맛을 알 수 있다. 일본 카레집 주인장들도 찾아가는 후쿠오카의 맛집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살려 만들었다. “한국에서 이보다 맛있는 드라이 카레는 없을 거예요.” 오너의 말에 속는 셈 치고 넘어간다. 이 한 그릇에는 최소 30시간 이상의 정성이 더해졌다고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으니까. 1만3000원.

주소 서울 은평구 응암로22길 5-3

 

키마 카레 by 공기식당

강된장인 줄 알았는데 카레다. 명칭은 키마 카레. 키마는 힌디어로 잘게 다진 고기라는 뜻으로, 잘게 다진 고기를 넣어서 조리한 카레다. 바삭하진 않지만 입안에서 바스라지는 것이 특징. 재미난 식감에는 고슬고슬한 밥알도 한몫한다. 이 카레도 비벼 먹지 말고 잘라 먹어야 한다. 막무가내로 비비면 자칫 맛이 애매하게 느껴질 수 있다. 국물이 없는 카레에 달걀노른자가 부드러움을 더한다. 카레만 3년을 만들고 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맛을 알 수 없는 것이 카레의 묘미라는 오너의 말. 매장에 ‘정숙’이라 쓰여 있는 공기 좋은 이곳에서는 매콤한 카레만 판다. 1만원.

주소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6길 20-1

 

수프 카레 by 카레시

속이 깊은 국그릇에 나온다. 밥은 납작한 접시에 따로 담겨 있다. 삿포로식 수프 카레로, 삿포로에서는 여기에 한약 재료를 넣고 푹 고아 약선 카레라고 했다 한다. 칼칼하고 진한 것이 카레를 빙자한 찌개 같다. 그래서 ‘말아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수프를 떠서 밥에 살살 비벼 가며 먹는 게 맞다. 고명처럼 올라간 야채는 따로 굽거나 튀겨내 얹은 것으로, 저마다 다른 식감과 맛을 내는 게 이 카레의 매력. 메뉴에 적힌 대로 ‘육질이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큼지막하게 2조각’ 들어갔는데, 정말 부드럽고 큼지막한 고기라 든든하게 한 끼 제대로 먹고 온 기분이다. 1만2000원.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3길 28-17

 

반반 카레 by 모나미카레

대구에서 상경한, 아니 출세한 카레다. 밥을 경계로 좌우 반듯하게 나눈 반반 카레는 선택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메뉴다. 왼쪽은 부드러운 새우 카레, 오른쪽은 매콤한 소고기 토마토 카레로 바다와 육지의 맛을 담았다. 별것도 아닌데 경계를 허무는 데 고민이 좀 된다.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운 카레이지만 맛으로 승점을 낸다. 모두가 기대하는 카레 맛에 충실한 카레, 그 맛을 위해 일본에서 판매하는 카레로 맛을 냈다. 점심에만 100인분의 카레가 팔린다. 오후 1시 50분에 주문한 이 카레가 오늘 점심의 마지막 반반 카레였다. 9500원.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38가길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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