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여자 액션 히어로의 탄생이 반갑다

그녀에게 기대고 싶었다. 모든 공격을 막을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내 모든 걸 맡기고 싶었다. ‘원더우먼’에게.

영화 <원더우먼>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개봉해 5일 연속 정상을 달리며 누적 관객 수 115만 8347명을 기록했다. <캐리비언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고, 같은 날 한국 영화의 기대주로 꼽혔던 <대립군>이 개봉한 상황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린 것.

사실, <원더우먼>은 제작 초기부터 우려가 많은 작품이었다. 최근 DC코믹스의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인 <베트맨 대 수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 모두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나물에 그 밥일 것’이란 예측을 하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또한, 만화 <원더우먼>이 1941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에 ‘원더우먼 괴담’이란 말이 나돌 만큼 영화 제작이 번번이 무산됐었는데 76년 만인 2017년 처음 영화화된 것은 ‘그게 다 안 될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겠냐’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우리가 잘 아는 ‘원더우먼’은 린다 카터 주연의 1976년작 TV드라마 시리즈로, 그것마저도 시즌 3에서 종영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과연 액션에 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히어로 덕후’ 남자 관객과 남자 히어로의 성난 등근육을 보고 싶은 여자 관객의 마음 모두를 사로잡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그런데 정작 뚜껑이 열리자,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영화는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라 잘 차린 부잣집의 잔칫상처럼 풍요로웠고 그 동안 영화로 제작되지 않은 사실마저, 2017년작으로 탄생하기 위한 포석처럼 느껴졌다.

특히, 영화 속 원더우먼은 그 어떤 남자 히어로보다 발차기를 잘 했고 칼을 비롯한 각종 무기를 능숙하게 다뤘으며 오직 세상을 구할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찬 진짜 ‘영웅’의 모습이었다. 그 동안 여자 히어로라고 하면 소머즈,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 <레지던트 이블>의 앨리스 등을 꼽을 수 있으나 이들에겐 친밀함이나 온화함과 같은 감성이 부족했다면 원더우먼은 따뜻함과 강함을 동시에 지닌 외유내강형의 리더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압권은 원더우먼이 방패 하나로 적들의 총탄과 포탄을 홀로 막아냄으로서 전쟁터의 아군을 보호하는 신이었는데 이 장면에서만큼은 ‘나도 그녀에게 기대고 싶다’는 모성 본능이 샘솟았다. 또한 남자들도 어쩔 수 없었던 막강한 적을 압도하는 모습에선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졌다.(마음속으로 ‘이겨라’를 여러 번 외쳤다.) 아마 이 장면을 보게 될 관객이라면 남녀 상관없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다른 여자 히어로물과 차별화 되는 한 가지가 더 있다면 남자 캐릭터들이 손가락 빨고 구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스티브 역의 크리스 파인은 분량이 많지 않지만 원더우먼 역의 갤 가돗만큼이나 세상을 구하는 일에 두 팔 다 걷고 달려드는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그의 꽤 괜찮은 등근육을 과시하는 목욕신이 있으니, 기대해 봐도 좋을 것.

앞으로 <미이라>,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그리고 김수현의 복귀작 <리얼> 등 대작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지만 <원더우먼>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주제로 다양한 요소들이 재미있게 버무려진 영화라는 입소문이 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대진운’에 상관없이 계속 순풍에 돛을 단 마냥 쾌속 순항하지 않을까.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