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 옷을 입히는 사람들

다섯 글자에 입힌 한글 옷

한글 디자이너 기사에는 늘 이런 댓글이 달린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들었는데 너희가 왜 저작권 받아먹냐.’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든 것이라 개인이 점유할 수 없다고들 하는데, 사람들의 그런 인식이 참 힘든 것 같아요.” 한글에 옷을 입히는 작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했다.

 

낮인사 스튜디오

낮인사라는 이름은 이들의 첫 작업실에서 만들어졌다. 들어가면 멀미가 날 만큼 벽이 기울어진 공간이었다. 그래도 첫 작업실인데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어느 시인의 시 구절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를 한 글자씩 프린팅해 무작위로 3개를 뽑았는데 그 단어를 조합하니 ‘낮인사’가 됐다.

 

낮인사 스튜디오에서 디자인 한 ‘에스콰이어’ 다섯 글자.

 

(왼쪽부터) 낮인사 스튜디오의 멤버 오경섭, 채희준, 신건모. “희준이가 벼를 수확하고 쌀을 생산하는 농부라면 우리는 그 쌀로 요리하는 요리사예요.” 채희준은 서체를 만든다. 신건모의 주 업무는 책을 편집하는 일이다. 오경섭은 그래픽 디자이너다.

 

채희준 작가의 ‘청월체’로 신건모 작가가 완성한 책 <지구 온 나나>와 ‘청조체’로 디자인한 엽서.

 

채희준 작가는 ‘청월체’와 ‘청조체’ 두 개의 서체를 만들었다. 3년 4개월 만에 청월체를 완성했다. 디자이너마다 작업 시간이 다르지만 보통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되는데, 학교 다니고 아르바이트하면서 밤잠을 쪼개가며 주말마다 틈틈이 만들어 긴 시간이 걸렸다. 이 작업으로 자신은 글자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반면 청조체는 푸른 아침의 이미지가 강하다. 매일 오전 6~7시부터 매달려 하루의 모든 시간을 쏟았고, 4개월 만에 완성해 2017년 12월에 출시했다. “한글 폰트는 조형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게 많은 언어예요. 어려우니까 또 그게 재미있어요. 고난도 수학 문제를 풀었을 때처럼 희열을 느끼죠.”

 

 

낮인사 스튜디오는 세가지 버전의 ‘에스콰이어’ 서체를 만들었다. “간첩을 잡아내느라 혼났어요.” 오경섭 작가는 폰트를 디자인할 때 어색한 부분을 간첩이라고 불렀다. 폰트를 만들 때도, 폰트를 디자인할 때도 어색함을 잡아내는 게 제일 큰 일이라고 했다.

 

“작업 창에 있는 조각들을 보면 그 심리가 보이죠. 산산조각 난 멘탈.” 신건모 작가의 말이다. “(멘탈이) 주로 나가요.” 오경섭 작가가 눈이 풀린 채 말했다. “사실 한글 디자인에는 별생각 없었어요. 한글날이면 세종대왕 글꼴 공모전을 하는데, 돈이 너무 없어서 참가했어요. 그런데 준비하는 동안 재미있더라고요. 그게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그때 3등을 수상해 상금으로 20만원을 받았다.    

 

“편집 디자인은 폰트를 고르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폰트를 옷 만드는 것에 비유하면 옷감이라 할 수 있어요. 어떤 옷감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옷이 달라지잖아요. 프린트가 아무리 화려해도 원단이 좋지 않으면 눈길이 가지 않는 것처럼. 그만큼 글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무리 멋진 그림, 그래픽 이미지를 사용해도 폰트를 잘못 쓰면 그저 안타깝죠.” 신건모 작가의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서체를 만드는 디자이너는 넉넉잡아도 50명 정도 될 거예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폰트를 만드는 사람이 많이 없는 이유가 먹고살 방법이 없어서예요.” 이들의 진짜 애로 사항은 먹고사는 문제다. 사람들 인식이 폰트는 구매해 써야 한다기보다, 한글은 세종대왕님이 만들어주신 건데 한글을 돈 주고 사야 하나 하는 마음이 은연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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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 스튜디오

오늘도 내일도 오래오래 즐겁게 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멤버는 강민경, 김가영, 박계현, 정예슬. 서울여자대학교 같은 과 동기다. 대학가 레터링 전시로 유명한 한글전을 맨 처음 주최한 게 이들이다. 자신의 학교에서 이렇게 좋은 수업을 한다고 널리 알리고 싶어서 만든 게 지금 후배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

오래오 스튜디오에서 디자인 한 에스콰이어 다섯 글자.

 

패션은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했다던 그들이 갑자기 신이 나 패션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 재미있는 기류를 발견했는데, 버버리나 셀린느가 그래픽 디자이너들한테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버버리 같은 경우 로고타이프, 모노그램을 모두 바꿨는데 피터 세빌이라는 그래픽 디자이너 거장이 맡았어요. 사실 그동안은 아무리 거장이어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외에는 아무도 노출시키려 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버버리가 계속 피터 세빌과 관련된 포스팅을 하더라고요. 피터 세빌이 만들었으니 좋아해줘, 이런 느낌이랄까. 피터 세빌이 라프 시몬스랑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들은 절대 피터 세빌을 언급하지 않았거든요. 요즘 그런 것들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어요.”

 

오래오 스튜디오의 ‘에스콰이어’ 한글 서체 제작 과정. “그렇게 어려운 글자는 없었는데 욕심나는 글자가 ‘콰’였어요. 잘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장 오랜 시간 만졌던 것 같아요. <에스콰이어>의 도전적이고 과감한 느낌을 담는 데 집중했어요.”

 

좋은 서체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생각보다 많으면서 너무 없는데?”라고 또 까르르 웃는다. “우스갯소리로 ‘AI 시대에 그래픽 디자이너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누군가 한글이 있는 한은 그럴 거라고 했대요. 1만 1172자를 기계가 다 발견할 수 없는 세밀한 시각 보정이 필요하니까요. 시각 보정이 수치가 아니라 눈썰미를 요하는 작업이에요. 시각 보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고 독특하게 하는 방법이 많아서 그 경우의 수가 워낙 많거든요.”

무슨 일이든 내 일처럼 하는 게 이들의 장점이자 단점. 그럴 때마다 ‘우린 작가가 아니야, 디자이너야’라고 되뇐다고 한다. 작가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사람이라면 디자이너는 그걸 쓰는 사용자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단점을 물었다. “섀도 뷰티라고 하잖아요. 아름다움의 그림자. 별빛이 빛나려면 어둠이 있어야 하는데 그 어둠이 저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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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주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타입 디자이너. “디자인에서 사명감을 이야기하면 안 되지만, 서체를 만드는 건 네게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다”라고 한 이용재 교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함민주 작가가 완성한 ‘에스콰이어’ 다섯 글자.

 

베를린에서 한글을 디자인한다고 하니 좀 특별해 보였다. 6년 동안 돈을 모아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예술학교로 떠났다. 타입 디자인을 좀 더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서였다. 1년에 12명만 선별하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함께 수업 듣는 친구들은 11개국에서 온 12명이었다.

한국에서 타입 디자인을 배울 때는 혼자 고군분투했다. 시각디자인과에서도 혼자였고, 졸업 전시 때도 유일했다. 보고 배울 곳도 마땅히 없어 도서관에서 해외 서적을 찾거나 구글 검색을 통해 혼자 익혔다. “한글은 매일 쓰는 글이다 보니 획의 원리를 잘 알잖아요. 그런데 영문은 획의 원리나 형태가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이 있었어요.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따라 그리는 느낌이었고, 그 갈증을 풀기 위해 유학을 준비한 거죠.”

 

함민주 작가의 작업 노트. 서체 제작에서 어려운 건 아무래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무엇보다 한글은 글자 수가 많다 보니 일관되게 만드는 작업이 가장 큰 일이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데, 서체 만들기가 정말 어려워요. 글자 수가 워낙 많아서 기술이 못 따라가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거의 시도를 안 해요. 한글 한 벌을 완성한다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에요.”  

 

맨 처음 세종대왕이 한글을 그렸을 때는 엄청 기하학적이었어요. 재미있는 게, 맨 처음에는 고딕으로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이걸 사용하면서 명조체가 나온 거예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손글씨에서 활자가 만들어졌는데 한글은 반대죠. <훈민정음혜례본>을 보면 그냥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모여 있는 정원 같아요.

 

함민주 작가의 ‘둥켈상스’체. 그녀가 직접 만들어서 직접 판매하는 첫 번째 폰트다. 작가는 서체의 한 세트를 한 벌이라고 표현한다. 연필은 한 자루, 나무는 한 그루, 한글은 한 벌. 한글이 예쁜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 좋은 어감이다. “이름을 정하는 게 진짜 어려워요. ‘설상스’라는 폰트를 출시할 거예요. ‘설’에 눈, 새해, 처음 그리고 깨끗한 느낌을 담아 지은 이름인데, 어때요?”

그녀에게 서체란 첫인상을 전하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폰트를 입히고 싶은 사물은 신문. 고수들이 할 수 있는 경지라고 했다. “매일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공기처럼 스며든 폰트. 잘 읽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에스콰이어’ 다섯 글자가 탄생하기 까지의 흔적. 그녀가 꼽는 폰트 디자이너로서 지녀야 하는 건 인내심, 꼼꼼함, 정확함, 창의력, 실험 정신. 제일 고된 작업은 마지막에 품질 체크하는 일이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타입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게 모든 것의 기본이 된다는 거였어요. 내가 죽어도 내 폰트는 여전히 살아서 사람들이 쓸 테니까요. 서체는 나의 자원 같고, 내 것을 작업한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함민주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폰트는 한글과 영문이 놓였을 때 균형이 좋은 폰트. 최종 목표는 본문 폰트를 만드는 거다. “본문에 쓸 수 있는 폰트는 우선 잘 읽혀야 해요. 가독성이 제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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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서

9년째 아름다운 글자를 그리고 있는 타입 디자이너.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을 때에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 폰트는 달랐다. 재미있었고 잘한다고 느꼈다.

 

최영서 작가가 완성한 ‘에스콰이어’ 다섯 글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에스콰이어> 영어 로고를 보면 ‘에’가 도드라지는데, 저도 ‘에’에 포인트를 주고 싶어서 중괄호를 넣었어요. 어떻게 보면 사람 옆모습 같지 않나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하는 매거진의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한글 폰트라는 게 한글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한글을 먼저 만든 다음, 그 서체에 어울리는 영문, 숫자, 기호 그리고 특수문자까지 더해서 한 벌이 완성되는 거예요. 한글 표준어로만 하면 2350자, 외계어(?)까지 포함하면 1만 1172자. 로마자가 기호까지 합해서 29자인가 그럴 거예요. 비교하면 엄청나죠? 그런데 마음먹고 하면 두세 달이면 완성해요.” 9년 차 디자이너의 내공이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폰트에 대해서는 조금도 몰랐다. 필요성은 알지만 이걸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교과과정에서 폰트 디자인을 배우는 것도 아니니까. 당시만 하더라도 폰트 디자인은 관련 회사에 들어가야만 배울 수 있는 영역이었다.

 

“폰트는 오롯이 나 혼자만 하는 일이잖아요. 디자인할 때 내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폰트의 인상이 달라져요. 집을 지을 때도 층고가 높은 집, 낮은 집, 평수가 넓은 집, 높은 집 등 어떤 집을 지을 거냐에 따라 설계가 다르듯이 폰트도 똑같아요. 내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세련되고 날렵한 서체가 나오기도 하고 가분수적인 서체가 나오기도 하죠.”

 

최영서 작가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흔적 .

최영서 작가가 좋은 서체라고 생각하는 건 완성도 높은 서체다. 두께감도 고르고, 형태적으로도 예쁜 서체. “어설픈 형태의 폰트도 많이 나오는 추세잖아요.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설득이 되는 폰트가 좋은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에 한나체라고 있는데 그 폰트는 형태가 좀 어설퍼요. 그런데 그게 그 폰트의 의도예요.” 배달의 민족은 막내들을 타킷으로 만든 앱이다. 그래서 폰트도 너무 정돈되지 않은 스타일을 원했다고 한다. 날것의 정돈되지 않은 서체. 회사 내부의 폰트 디자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에게 글씨를 그려보라고 한 뒤, 그들의 글씨를 토대로 형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래서 한나체 같은 경우에는 그게 의도이자 콘셉트였던 거예요. 어설픔. 이 이야기를 들으니까 충분히 설득되지 않아요? 저는 그런 폰트를 좋은 폰트라고 생각해요. 만든 이의 의도와 딱 떨어지니까.” 

 

 

9년째 한길만 파고 있는 일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계속될 듯하다. “폰트 디자이너는 이 직업밖에 못 해요. 다른 영역으로 갈 수 있는 확장성이 없거든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리 부지런히 한다고 해도 1년에 만들 수 있는 폰트 개수가 한정적이라 많은 작업을 하지 못하죠. 막노동하는 느낌이 드는데 저는 그게 좋더라고요. 완성된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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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솔직히 말해서 ‘한글이 알파벳보다 아름답다’까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취재하는 내내 한동훈 작가에게서 튀어나오는 건 한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다. 한동훈 작가는 폰트도 만들고, 레터링 작업도 하고, 글도 쓴다. 글자를 만들다 보면 글자에 진절머리가 날 수 있는데, 폰트를 만들고 글자를 꾸미다 보니 문장과 글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디자이너로서의 보람은 한글에 새로운 표정을 부여했다는 거다.

 

한동훈 작가가 완성한 ‘에스콰이어’ 다섯 글자. “한글은 공간 활용을 잘하는 글자죠.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네모난 상자 안에서 글자 모형이 변형될 때마다 차지하는 공간을 달리하는데, 거기서 묘한 매력을 느껴요. 또 한글 자수가 많다는 것에 정복하고 싶은 도전 정신도 생기고요.” 그렇게 한글 폰트를 만들게 됐다.

 

 

그에게 서체는 국민 복지라는 생각이다. “전혀 거창한 말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수준, 폰트가 질적 향상을 이루면 사람들의 안목도 높아진다고 봐요. 그게 개차반이면 사람들 수준도 낮아지는 거예요.” 그가 말하는 폰트의 힘. 여기에는 가독성과 심미성 모두 작용한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글을 보잖아요. 건물 간판, 책, 유튜브, 핸드폰 등 그런 것들이 조형적으로 아름다우면 사람들 기분도 좋아지죠.” 길거리 간판만으로 동네 이미지가 바뀐다고 했다. “간판의 폰트가 소리치듯 우악스러우면 조용한 이 동네 분위기와 어울릴까요? 아니면 동네 분위기가 달리 느껴지겠죠. 저는 간판이 동네의 인상을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한동훈 작가는 주로 만년필을 이용한다. 그의 주특기는 정제된 고딕체인데, <에스콰이어>에는 색다른 솜씨를 자랑했다. 한글이 영문보다 획수가 더 많아 한글과 영문을 그대로 갖다 놓으면 느낌이 좀 다르다고 했다. ‘에스콰이어’의 ‘스’를 알파벳 ‘S’와 같은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이번 작업에서는 디테일을 복잡하게 할지 간단하게 할지가 고민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한동훈 작가만의 한글 ‘에스콰이어’ 레터링이 완성됐다. 

그의 습작 노트는 매일매일 그가 남긴 필사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문구 하나를 적어두고 연필로 썼다가 지우개로 지우기를 수십 번 반복한다. 마음에 들면 그제야 만년필과 붓펜으로 글자를 칠한다. 필압을 중시하는 그는 그래서 늘 촉이 다른 여러 개의 만년필을 가지고 다닌다. 작업 방식은 이렇다. 칠한 글자는 스캔을 뜨거나 촬영한 뒤 컴퓨터에 옮긴다. 포토샵을 통해 콘트라스트를 조정한다. 아날로그 방식 같지만 또 그 나름의 노하우다.

 

왜 한글이냐고 물으니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한국에서 한글을 사용하니까요. 내가 쓰는 문자를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자주 사용하는 폰트로 나눔 폰트를 말하며 복지를 이야기했다. “모두를 위한 서체이고, 그중에서도 제일 수준이 높다고 생각해요. 무료로 배포하니 복지 서비스라 할 수 있고, 또 국민의 수준을 향상시키니 폰트가 사람들의 삶을 상향 평준화시킨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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