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서 대투수가 된 양현종

양현종은 5월 한 달간 4승 2패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했다. 올 시즌 초 부침이 있었지만 양현종은 역시 양현종이다. 기아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2007년 신인으로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 후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의 반열에 오른 양현종.

기아 타이거즈(이하 ‘기아’)의 양현종을 만났다. 에스콰이어 12월호 특집 ‘2018년을 빛낸 스포츠 스타들’ 중에 양현종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26년째 기아를 응원하는 팬으로서 양현종은 여러모로 특별한 선수다. <슬램덩크>의 강백호와 <메이저>의 시게노 고로처럼 양현종은 햇병아리 신인 시절부터 지금의 에이스가 되기까지 꾸준한 성장을 보여줬다.

양현종은 광주의 야구 명문 동성고를 졸업하고 2007년 기아에 입단했는데 바로 전 해에 양현종의 동문 선배인 ‘대형 신인’ 한기주가 입단했고, 또 기아의 암흑기 시절을 홀로 이끌던 윤석민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팀에서 대단히 주목을 받는 신인은 아니었다.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던 좌완 파이어볼러란 이유로 양현종에게 기회를 마운드에 설 기회를 얻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무릎을 꿇었다. 경기를 패하면 울었던 양현종을 보고 팬들은 양붕괴(개)라 부를 정도였으니 당시의 성난 민심은 더 말해봤자 입이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입단 3년차인 2009년 12승을 기록하며 기아의 창단 첫 우승에 일조했고 2017년 두번째 우승 때는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될 만큼 크게 성장했다. 해태 시절 우승을 포함해 총 11번의 우승을 일군 기아에는 김성한, 선동렬, 이종범 등 레전드들이 즐비하지만 이들은 모두 아마추어 시절부터 날고 기던 선수였다. 밑바닥부터 지금의 자리에 올라 선 양현종을 지켜본 팬들이라면 그에게 남다른 애정이 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의 양현종은 팬들 사이에서 ‘대투수’라고 불린다. 그는 2017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하늘에 있는 친구 (이)두환이에게 영광을 돌린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2006년 쿠바 청소년야구대회에서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고 이두환 선수를 기리기 위해서였다. 양현종의 모자 왼쪽에는 늘 이두환의 이니셜인 DH가 새겨져 있다.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 비시즌엔 고 이두환 추모 자선 행사를 여는 중이다.

마침내 양현종을 만나보니 입이 무겁고 책임감이 중한 에이스라기 보다 말수도 많고 스태프들이 무언가 요청할 때마다 시원시원하게 받아들이는 쾌활한 청년이었다. 함께 다음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2018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김광현의 공이 꼭 작년 한국시리즈 양현종의 공 같았습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양현종은 “광현이와 저를 비교할 수 없죠. 마지막 공들이 다 154km/h를 찍던 데요. 광현이가 훨씬 더 좋은 선수입니다”라고 답했다. 양현종이 진심으로 친구 김광현을 인정하고 한 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의 의견을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결국 하지는 않았다. 양현종은 기아를 넘어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대투수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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