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토이에 관한 갑론을박

섹스 토이는 과연 섹스에 도움이 될까?

“그걸 왜 사요?” 12년 차 회사원 김민서 씨가 되물었다. “섹스 토이라면 딜도나 바이브레이터 같은 자위 기구 말하는 거죠? 써보자는 연인이 없어서 안 써봤어요. 누군가 가져왔으면 해봤을 것 같기도 하네요.” 섹스 토이 혹은 자위 기구에 대한 평균적 반응이란 게 있다면 이 정도일 것이다. “생각해보니 가져와도 문제예요. 쓰던 거면 어떡해요? 섹스 숍에 같이 가서 새 걸 사지 않는 이상 안 쓸 것 같아요.” 역시 이해가 간다. 현실은 포르노가 아니다. 섹스 토이와 현실의 섹스는 별로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저도 써보지 않았습니다.” 서울 깍쟁이 김인건 씨도 자위 기구를 포함한 섹스 토이를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늘 이유가 확실하다. “안 쓴 이유는 세 가지 있어요. 하나, 별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둘, 산다면 뭘 살지 막막했습니다. 셋, 막상 쓰기 시작하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좋다고 해서” 김인건 씨의 이야기도 섹스 토이나 자위 기구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처음 마주할 법한 질문이었다.

“전에 만난 연하남이 생일 선물이라며 사 왔더라고요.” 역시 이런 건 남이 사 와야 하는 모양이다. 이희숙 씨가 회상했다. “재미있긴 했는데 정말 좋았는지는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자위 기구보다는 다른 소도구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요? 토끼 귀 같은.” 본인이 토끼 귀를 써서 재미있었다고? “남자가 썼어요. 정말 애쓰는 토끼 같아서 웃기던데요.” 그나저나 남자가 여자에게 생일 선물로 섹스 토이를 준다는 건 좀 치사하다. 누구 좋으라고?

“어떤 남자는 자기 집에 있던 바이브레이터를 나한테 한 번만 써보면 안 되겠느냐고 애원했어요.” 이희숙 씨 말에는 미안하지만 참을 수 없이 웃긴 구석이 있었다. “아니, 내가 그걸 어떻게 써요? 어디 들어갔던 건지 어떻게 알고. 쓰던 거 아니냐고 했더니 한두 번밖에 안 썼다는 거예요.” 으, 이쯤 되면 웃긴 게 아니라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 글을 읽는 남자가 여자에게 섹스 토이 사용을 권할 거라면 꼭 한 사람에게 하나만 쓰길 바란다.

에스콰이어 - 섹스

“왠지 반칙 같아서 안 씁니다.” 문웅재 씨는 섹스 토이 이야기를 꺼내자 의외의 표현을 썼다. 반칙? “제게 섹스 토이는 금지 약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섹스를 스포츠처럼 생각하나 봐요.” 아무튼 흥미로운 발상이었다. 섹스 토이가 본인보다 더 좋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가설이니까. 섹스 토이가 주는 기쁨과 인간이 주는 기쁨에 우열이 있을까? 만약 우열이 있다면 기계가 주는 우월한 기쁨을 누리는 게 더 합리적일까? 세탁기와 진공청소기로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 것처럼 전동 섹스 토이를 통해 성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섹스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문웅재 씨의 뒷말은 새겨들을 가치가 있었다. “저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성 경험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남자인 제가 여자에게 섹스 토이를 써보자고 청했다면 여자가 ‘저 남자는 나를 성적 탐닉의 대상으로만 보나’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여자에게 그런 느낌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호색한의 배려랄까. 하지만 섹스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배려하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도 그래.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자는 스타일이거든.”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권헌준 씨가? 여자와 섹스하기 위해 밤을 새우고 다음 날 오후 3시까지 버티고, 핼러윈 데이에 길거리에서 만난 얼굴에 피 분장을 한 여자를 즉석에서 유혹해 섹스를 한 권헌준 씨가?

“그렇다니까? 섹스만 하면 무리하지 않아.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원치 않으면 절대로 안 해. 나름 선을 지키지. 그러니까 자위 기구든 섹스 토이든 쓸 필요가 없지. 상대방이 쓰자고 하지 않으면.” 듣다 보면 묘한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 게 권헌준 씨의 정말 이상한 점이다.

“그리고 혹시 궁금해도, 여자 입장에서 남자에게 써보자고 하기가 좀 망설여지지 않을까? 딜도 같은 걸 쓰자고 하면 내심 남자 자존심이 상할지도 모르잖아. ‘나로 안 되나?’, ‘내가 작은가?’ 싶고. 내가 섹스 토이를 안 써본 이유는 오랫동안 섹스한 사람이 없어서일지도 몰라. 서로에게 익숙해서 속마음까지 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는 쓸 수도 있겠지.” 권헌준 씨에게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섹스 토이는 두 사람을 위해서 쓰는 물건이 아니에요.” 박선영 씨의 말이 남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 될 법했다. 그는 딜도와 바이브레이터를 세 개째 쓰고 있다. “제게 섹스 토이의 목적은 효율이에요. 내가 자극받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거예요. 특히 우머나이저는 ‘(쾌감) 버튼을 누른다’는 개념이 확실히 있죠. 우머나이저는 흡입형 자위 기구라서 클리토리스에 작은 진공청소기 같은 걸 대는 개념이잖아요.” 자위 도구가 성감을 자극하는 일종의 특수 공구인 셈이다.

“우머나이저는 사람이 주지 못하는 느낌을 주지만 어차피 오래 못 써요. 확실히 오르가슴에 이르는 과정은 빨라요. 짧으면 3분? 대신 그다음에는 아파서 못 써요.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남자 몸에는 없는 기관이니 제대로 설명을 못 하겠네요.” 남자는 사정 직후에 귀두가 굉장히 예민해져서 그때 귀두를 만지면 간지러운 동시에 참을 수 없이 아프다. 그런 기분인가 싶었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그녀에게도 귀두는 없으니까.

“남자와 써본 적도 있어요. 하지만” 박선영 씨의 말은 포르노에 익숙한 남자들이 한 번쯤 들어봐야 하는 이야기였다. “상대방이 자위 기구를 잡고 흔드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내가 혼자 쓰던 물건을 남이 쓰는 거니까 긴장되는데, 긴장되면 잘 느끼지도 못하니까요. 그런데 상대방이 뭔가 하니까 연기를 하죠.” 남이 해주는 칫솔질과 비슷할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진동 모터가 없는 딜도는 정말 포르노에서만 쓰는 거예요. 자위 기구를 쓰는 이유는 효율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인데, 모터 없이 막대기만 있으면 내가 용을 쓰는 모양새가 돼요. 그건 자위 기구를 쓰는 이유가 아니에요.”

섹스 토이는 개인용이다. 같이 쓰고 싶다면 서로의 몸을 잘 알아야 하는 건 물론 마음도 서로 열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섹스 토이업계의 미래 자체는 밝을 것이다. 인간의 성욕 자체는 여전하나 타인과의 섹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성기 자극을 통한 오르가슴으로만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면 섹스 토이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섹스계의 편의점 도시락이랄까. 그리고 마지막. 썼던 거 다른 사람에게 또 쓰는 거 아니다. 당신은 쓰던 콘돔 씻어 쓰면 좋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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