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본격적인 쌍방향 콘텐츠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기술로 디자인한 쌍방향 콘텐츠의 첫 규격이다.

“네 생각은 어때? 할래, 말래? 선택은 네가 하는 거니까 부담 갖지는 말고.”

스크린 너머의 캐릭터가 나에게 결정을 요구한다. 그 순간 영화 속 주인공은 내가 된다. 평범하게 흘러가던 스크린이 긴장감으로 채워지는 순간이다. 짧은 시간 동안 최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정보를 분석한다. 그렇게 콘텐츠에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것이 ‘밴더스내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서비스되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쌍방향 콘텐츠다. 쌍방향이란 사용자가 특정한 데이터나 명령값을 입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을 말한다. 즉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선택지에서 시청자가 자신의 의사대로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선택지에 따라서 이야기의 구성은 물론 결말도 완전히 달라진다.

그럼 <블랙 미러> 시리즈에 왜 이런 시험적인 도전을 더했을까. <블랙 미러> 시리즈는 영국식 블랙코미디의 냉소적인 분위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한 첨단 기술 속에 인간의 본능과 도덕적 딜레마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를 다룬다. 그러니까 블랙코미디와 딜레마, 신기술이라는 접점에서 쌍방향 콘텐츠를 시험하기에 적합하다는 결론이다. 시험적인 도전이라는 표현도 흥미롭다. 실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조차 이런 접근법의 잠재된 가능성과 시청자에게 전해진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신나는 일은 인터넷 TV가 무엇인지 계속 정의하는 것입니다.”

토드 옐린 넷플릭스 프로덕트 혁신 부사장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미디어 아카이브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한 추천 시스템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 기반 회사다. 그들은 혁신을 추구한다. 공중파 TV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쌍방향 콘텐츠에 빠르게 눈을 돌린 이유이기도 하다.

2017년에 넷플릭스는 이미 쌍방향 콘텐츠 포맷의 장을 열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와 <스트레치 암스트롱: 탈출>이 그것이다. 두 콘텐츠는 어린이용으로 제작되어 선택지부터 엔딩까지 단순하게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그래서 약간 신기한 신기술을 체험하는 정도였다. 반면 <밴더스내치>는 첨단 기술과 새로운 인터페이스, 혁신이라는 주제와 함께 광범위한 스토리텔링으로 한층 복잡하고 심오하게 구성했다.

“해당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최신형 디바이스 혹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합니다.”

시작부터가 달랐다. 지금까지 어떤 영상 콘텐츠도 최신형 디바이스나 소프트웨어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선택지 제공이 핵심 콘텐츠이기에,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서비스가 성사되지 않는다. 디바이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영상은 보여주지도 않겠다는 식이다. 사실 거창한 시작 이후에는 선택 방식이 비교적 단순하다.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두 가지 선택지 중 한쪽을 고르면 된다(번호를 적기도 해야 한다).

그 안에 기술적으로 구현된 단순한 규칙도 있다. 제한 시간 안에 고르지 않으면 왼쪽 선택지로 자동 이동한다. 스토리 전개는 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완전한 결말부터 선택지로 다시 돌아가는 부분 결말을 합쳐서 총 16개 정도다. 엔딩 크레디트까지 쭉 연결되는 선택이 가능하지만, 결국은 대부분 제작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선택으로 돌아가야 한다. 러닝타임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원하는 지점에서 바로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특징. 그저 앞뒤로 각각 10초씩 건너뛰면서 다음 선택지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다.

재미있는 것은 부분 결말에서 중간에 선택지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선택지 바로 이전에 스토리를 빠르게 편집해서 보여주는 구성으로 시청자에게 현재 상황을 이해시킨다. 그런데 매번 똑같은 영상이 아니라 이전 선택이나 결과가 조금씩 섞여 있다. 다시 말해 모든 과정의 재선택도 편집본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놀랍다. 이건 단순한 영상 제작의 범위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의 개발 과정처럼 <밴더스내치> 시스템 전체를 디자인하고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밴더스내치>의 편집을 맡은 토니 컨스는 “내 편집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각 부분은 상황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야기면서 동시에 많은 옵션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 미러> 작가 겸 크리에이터인 찰리 브루커도 “처음 시작할 땐 간단할 것 같았다. 순서도만 잘 그리면 문제없어 보였다. 하지만 몇 달 지나니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었다”며 예상치 못한 고충을 밝혔다. 그만큼 쌍방향 미디어는 복잡한 기술이다. 전례가 없는 새로운 영역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밴더스내치>에서 선택을 거듭하다 보면 묘하게 빠져드는 순간이 있다. 시청자를 감탄하게 만드는 요소가 곳곳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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