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추천 시집 한 권, 여행책 한 권

환절기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 잡을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박서영ㅣ문학동네

“당신을 만난 후부터 길은 휘어져 오른쪽으로 가도 왼쪽으로 가도 당신을 만나요.” 시인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건 아픔을 몇 배로 크고 깊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고 박서영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자 유고 시집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시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됐다. 이 사실을 모르고 읽어도 시집 전반에 정도가 다를 뿐인 슬픔이 묻어난다. ‘슬픔’이라는 두 글자에 가두기에는 너무 큰 감정들, 감정은 결국 생으로 향한다. 시가 줄곧 말하는 만남, 사랑과 이별은 연인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나와의 이별이며, 남은 생과의 이별이 아니었을까? “당신은 햇살을 데려와 불을 피우고 그 불을 내 심장에 붙여놓고 웃었다.” 마음에 짙은 무늬를 새기고야 마는 시로 가득한 시집이다.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용주ㅣ단추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주제의 책이 쏟아지지만 여행자의 성실한 발걸음이 느껴지는 책은 한정적이다. 당시에 느낀 여행자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지면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다른 세계가 열리는 듯한 책을 만나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하겠다. ‘나의 일본 미술관 기행’이라는 짤막한 소제목은 너무 겸손하다. 일본의 미술관, 갤러리를 다룬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일본 전국의 수준 높은 미술관과 현대미술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미술관의 설립 배경부터 일본 현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기에 필연적으로 역사 지식이 더해질 수밖에 없고, 여행 욕구를 부추기는 동시에 지적 허영심까지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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