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탁 칼럼]지금 PS4 프로를 들이셔야 합니다

PS4 프로 대란은 기회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대란(大亂)’이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풍경이었다. 1월 24일부터 시작된 11일간의 파격 할인 행사에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인파가 몰렸고, 11일은커녕 달랑 하루 만에 물량이 게눈 감추듯 소진된 것이다.

지금 혹시 ‘아이폰’ 같은 걸 떠올렸다면 스스로를 ‘겜알못’이라 자부해도 좋다. 하긴, 그깟 게임 알아서 뭐하나. 소고기도 못 사 먹는데, 아니, 소고기 사 먹을 귀한 돈 게임에 싹 다 써버리는데. 어쨌든,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다음과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플레이스테이션 4 프로(이하 PS4 프로) 구입에 열과 성을 다하는 현장을 보면서 뜨거운 동지애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는 거다.

나도 놀랐다. 글쎄. 돈이 썩어 나면야 PS4 프로를 2대쯤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겠지만 저 수많은 사람들 중 그 비율은 아주 낮을 것이다. PS4 프로가 발매된 건 2016년 11월 즈음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차 올랐다. 그들이 2년 넘게 겪었을 갈등을 상상하면 다가가서 어깨를 토닥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실, PS4 프로를 무려 15만 원이나 할인했다는 건 일종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이건 볼 것도 없다. 머지않은 시기에 차세대 모델인 PS5에 대한 중대 발표가 있을 테고, 우리 게임인들은 다시 한번 깊은 고민에 빠질 게 분명하다. 자본주의는 참 명쾌해서 좋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숙제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숙제의 제목은 언제나 동일하다. ‘좀 더’다. 자본주의는 결코 ‘내로남불’ 하지 않는다. 대단히 일관된 태도로 우리에게 ‘좀 더’만을 요구할 뿐이다. 선택의 기로가 발생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좀 더’라는 표지 앞에서 그대가 고민을 때린다는 건 그걸 아직까지도 안 샀다는 점을 정확하게 반증한다.

자본주의는 준엄하다.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당신은 어떤 시대사적 흐름에 뒤쳐지는 거라고 현란한 이미지를 통해 반복적으로 꾸짖는다. 이 반복 또한 심히 일관적이라는 점에서 자본주의는 정말이지 내로남불 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PS4 프로를 대체 왜 사는 거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PS5가 곧 나올 것이라면 좀 기다렸다가 PS5를 사는 게 자본주의가 부여한 숙제에 더욱 충실한 태도 아니냐는 주장이 그 근거로서 강력하다. 글쎄. 변호를 하자면 이렇다. 만약 당신이 PS4 프로를 두고 구매를 주저한다면 아마 PS5가 세상에 등장해도 사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는 거다.

PS5가 나와도 당신은 예전처럼 망설일 것이고 시간은 유유자적 흘러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PS5 프로가 진열대 위에 올라갈 것이고, 당신은 또 미적 미적댈 것이다. PS6(& 프로), PS7(& 프로), PS8(& 프로), 어차피 결과는 매한가지다. ‘카르페 디엠’을 목놓아 외친 주인공은 키팅 선생만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존재 그 자체로 카르페 디엠이다.

생각해보면, 당신의 카르페 디엠 실천을 가로막는 게 모종의 수직적 권력관계라고 설득해온 존재 역시 자본주의였다. 한데 핵심은 이 권력관계가 꽤나 스테레오 타입으로 전시되어왔다는 점에 있다. 대강의 스토리는 당신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 있고, 아내가 있다. 남편은 소싯적 동네에서 잘 나가는 게임 고수였다. 축구 게임 위닝 일레븐에서 연전연승, 백전불패를 자랑했으나 팩트인지 아닌지를 증언해 줄 사람이 오로지 자신 뿐이라는 게 좀 문제이긴 하다. 이후 입시와 취직에 치여 게임과 멀어졌고, 그 와중에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이후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직장에 출근하던 어느 날, 그에게 취미 생활을 해봐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번뜩 찾아온다. 돈도 조금 모았겠다 게임기 하나 사면 어떨까 싶어 아내에게 운을 띄워본다. 이후의 전개는? 여러분이 이런저런 게임기 광고를 통해 수도 없이 보아온 그대로다.

이 광고가 작지 않은 논란에 휩싸였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어떤 이들에게는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 반면, 여성의 입장에서는 아내가 악의 축으로만 묘사되었기에 당연히 불편할 수 있었다. 반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

나는 아내가 PS4 프로를 사자고 조르는데 남편이 싫다고 하는 부부를 여러 차례 목격한 적이 있다. 남편에게 아내가 생일선물로 기꺼이 PS4 프로를 사준 부부는 진짜 많이 봤다. 뭐, 게임기 하나 사는데 상대방의 눈치를 엄청 봐야 하는 케이스가 없지는 않을 게다. 중요한 건, 이 상대방이 아내가 될 수도 있지만 남편일 가능성도 낮지는 않다는 거다.

단, 어느 정도의 일반화는 개그 코드를 설정하는 데 있어 때로 부스터의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어느 정도가 대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는 도무지 해결될 길이 안 보이는 논쟁거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경우’라고 정의할 수 있겠지만 이것 역시 너무 포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나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갖지는 못할지언정 부끄럽지는 않으려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저 비겁한 자세에 불과하다고 욕한다면 달게 받겠다.

좋은 소식 하나 전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PS4 프로를 이제 막 구입한 친우들이여, 기뻐하라. PS4 프로라는 하드웨어는 지금이 바로 최전성기다. 이유는 명백하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들이 이 게임기의 성능에 대해 이제야 완벽하게 눈을 떴기 때문이다. 하하. 최근에 발매된 게임들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갓 오브 워>와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꼭 해보길 바란다. PS4 프로라는 게임기가 맹렬한 처리 속도로 한계까지 도달하는 광경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어쩌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당신은 다음처럼 중얼댈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런 체험은 없었다. 이것은 게임인가 영화인가.” 미안하지만 그냥 PS4로는 많이 부족하다.

일단 화질 자체의 완성도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후하게 쳐줘 봤자 제법 잘하는 아마추어 정도에 불과하다. 하긴, 괜히 뒤에다가 프로라는 타이틀을 붙였겠나. 프로가 프로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PS5가 나올 건데 괜히 산 거 아닌가 하면서 후회도 하지 말아라. 이 세상 모든 새 하드웨어에는 적응기라는 게 요구된다. 장담컨대 PS5의 초기 타이틀보다 앞서 언급한 게임들이 거의 모든 면에서 탁월할 것이다. 1,2년쯤 지나고 나서 PS5를 탐해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다만 명심하기를. 당신이 욕망하는 그 순간 내로남불 하지 않는 자본주의께서는 어김없이 스윽 나타나서 당신의 귀에 대고 속삭일 것이다.

“좀 더, 카르페 디엠 하실 시간입니다.” /글_배순탁


필자소개 배순탁(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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