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라는 프리미엄

한국 디자인 가구의 새 물결.

CANE chair by TAF Studio

북유럽은 디자인 가구의 모태이자 뿌리잖아요. 그곳에 처음 깃발을 꽂은 한국 브랜드입니다.”

채예지 경영이사가 METE를 자랑스레 소개했다. 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디자인계의 패션 위크라고 할 수 있는 스톡홀름 퍼니처&라이트 페어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METE는 36개국에서 온 800여 개의 브랜드 중 유일한 한국 브랜드였다. 준비하는 기간만 3년. 정성껏 공들여온 시간이다. 지금껏 국내 디자인 가구 시장의 흐름은 외국 디자인 가구를 사 오거나 1인 목공소 같은 소규모 수제 가구 브랜드를 중심으로 흘러왔다. METE는 아니다. 흐름을 바꾼다. 전에 없던 시도를 한다. 무엇보다 주체성을 더했다. 해외 디자이너의 결과물을 사 오는 것이 아닌, 주도적으로 협업의 대상을 물색하고 독려하여 오리지널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주체성, 협업, 오리지널.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왜 중요할까. 디자인 그룹 METE를 이끄는 조규형 디자이너를 만나 METE의 길을 물었다.

 

 

MOSS lamp by Kyuhyung Cho

그동안 스톡홀름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이딸라, 메누, 아크네.Jr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왔다. 서울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에 없던 가구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동시에 프리미엄 가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국내 시장성이 주효했다. 프리미엄 가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프리미엄 가구를 만들어 제공하고 싶었다.

국내에 프리미엄 가구가 없었다는 의미인가?

디자인 환경적으로 보면 그렇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중국에서 바잉해서 브랜드를 붙여 파는 경우도 봤다. 가격대가 저렴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 없다. 몰개성한 가구인 거다. METE를 준비하며 국내 제조 환경을 많이 알아봤는데 우리가 디자인한 가구를 들고 찾아갔더니 만들 수 없다고 하더라. 이 정도 만들려면 1000개 이상 생산해야 한다면서. 싼 재료로 많이 만드는 일에 적합한 경우가 많고 새로운 소재나 방법을 개발하는 도전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가능성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PARIS sofa by Anderssen & Voll

어떤 가능성을 보았나?

예를 들어 가죽 소파를 만든 적이 있는데, 가죽 소파의 경우 좋은 가죽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로 꿰매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국내 제조사는 실을 꿰맬 때 보통 둥근 바늘을 쓴다. 그러면 둥근 구멍이 남는다. 반면에 해외 제조사는 타원형 바늘을 쓴다. 그러면 바늘 자국이 길게 나서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비법에 대해 국내 제조사들은 몰랐던 것이다. 타원형 바늘을 구해 갖다 드리고 제조 방법을 알려드렸더니 바느질이 깨끗하게 나왔다. 알면 할 수 있는 것이다.

몰라서 못 했다고 봐도 되겠다.

그도 그렇고 고민하지 않았다고도 봐야 한다. 왜? 프로듀서(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받아 가구를 제작하는 역할)가 요구하지 않으니까.

 

 

LALA series by Nika Zupanc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데 METE가 정의하는 프리미엄이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실 우리끼리는 ‘럭셔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다만 그럴 경우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대, 비싼 브랜드를 생각할 것 같아서 프리미엄이란 말로 치환했다. 그래서 정확히는 ‘럭셔리하다’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럭셔리란 가격대로 말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가 안목을 갖고 디자인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 혹은 디자인 개성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요즘 젊은 세대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디자인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빈티지 디자인 가구를 수입해 파는 소매상도 많아졌고 가구 소비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그런데 단순히 프리미엄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가격에 대한 선이 아닌 가구의 질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그렇다. 디자인 가구의 역사가 오래된 해외의 경우를 보면 20대도 비싼 가구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물론 이케아처럼 합리적인 가구도 대중적으로 많이 쓴다. 중요한 점은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좋은 가구를 만들려면 비싼 재료, 좋은 공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산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가치에 대한 인정은 당연히 받아야 한다. 국내에도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

 

 

BALLOON chair by Kyuhyung Cho

METE와 함께하는 디자이너들이 눈에 띈다. 스웨덴의 TAF 스튜디오, 노르웨이의 앤더슨 앤 볼, 슬로베니아의 니카 주팡크…. 지금 굉장히 활발히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다.

사실 우리가 접촉한 3, 4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웃음) 이들과 접촉한 이유는 해외에서 활동하지만 국내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디자이너이면서 연배가 너무 높기보다 지금 왕성히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와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면서 대외적으로 잘 팔리는 가구를 만들고 싶어서다.

듣도 보도 못한 한국의 한 브랜드가 같이 작업하자는데 바로 승낙하던가?(웃음)

그래서 공략 포인트를 세웠다.(웃음) 그들이 그간 해보지 못한 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TAF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지난 포트폴리오를 보니 의자 디자인이 드물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의자를 만들어달라 하고 거기에 그들이 생각하는 럭셔리를 구현해달라고 했다. 스웨덴은 겸손의 미를 강조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개성 강한 디자인을 받아줄 테니 해봐라 한 것이지. 반대로 그동안 개성 강한 작업을 한 디자이너에게는 절제된 디자인을 요청했다.

도전 의식을 자극했겠다.

그렇다. 해보지 않은 디자인에 대한 요청 자체가 그들에게는 도전이고 즐거움이 된 것이다.

 

 

CANE chair by TAF Studio

LALA series by Nika Zupanc

진행 과정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우리가 컬렉션의 전체적인 콘셉트와 개념을 정리하고 디자이너들에게 의뢰한다. 그쪽에서 오케이하면 디자인 스케치가 오고, 그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최종 디자인을 결정한다. 이후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생산에 들어간다.

이미 만들어놓은 디자인을 사 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같이 만들어나가는 거네.

그렇기에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국내의 문제점은 카피 가구 시장이 워낙 크다는 것이다. METE는 정확히는 국내 시장이 아니라 카피 시장에 대항한다. 카피에는 연구, 개발이 필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연구하고 개발도 한다. 스케치를 현실화하는 과정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그걸 해나가는 것 자체가 오리지널리티라고 볼 수 있다.

 

 

CANE chair by TAF Studio

지난달 <에스콰이어>에서 아르텍과 작업한 TAF 스튜디오의 의자 스케치를 소개한 적 있다. 30초 만에 그렸다더라.(웃음) 그런데 완성된 제품이 스케치와 완벽하게 똑같아서 놀라웠다. 소비자는 완성된 제품만 보지만 그 전에 스케치가 있고 그것을 완성해내는 과정이 있다는 게 보였다.

METE를 준비하면서 제일 많은 시간이 걸린 게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이었다. 디자인은 반년 만에 나왔다. 디자인 스케치를 제품으로 만드는 데 최소 2년이 걸렸다. 디자이너들이 스케치를 줄 때 스케치만 주는 게 아니라 아주 정확한 설계도를 준다. 설계도를 구현하는 역할을 우리가 하는 것이고. METE 가구를 보면 자유 곡선처럼 막 휘어져 있다. 단순히 직선만으로 이뤄진 가구가 없다. 그런데 국내에는 자유 곡선을 만드는 기계가 없다. 앞서 바늘구멍과 비슷한 이야기다. 좋은 퀄리티를 요구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은 공장끼리도 경쟁이다. 브랜드들이 비교를 하니까 검은색도 같은 검은색이 없다. 현재 우리가 국내에서 30%를 제작하고 나머지 70%는 폴란드에서 생산하는 이유다. 좋은 프로듀서가 있으면 제조 공장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카피하기 힘든 가구를 만들고 싶다. 그게 우리조차도 만들기 너무 힘들지라도.

헤이, 무토, 모오이처럼 해외 유명 브랜드와 작업한 디자인 가구를 국내로 들여오는 경우는 흔해도 역으로 이들과 협업해,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거쳐 가구를 만든 것은 분명 그간 보지 못한 움직임이다. 그런데 METE와 함께하는 디자이너 리스트에 정작 국내 디자이너는 없다.

우리 역시 그 부분이 아쉽다. 디자이너를 모으는 건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디자인했으면 만들어서 팔아야 하니까. 그렇기에 그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야 하고 그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그런데 국내 디자이너들은 포트폴리오가 없다. 전시를 연 작업 정도가 전부다. 해외에서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브랜드와 협업도 많이 하고, 쓰일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는데 국내에서는 상업 디자인을 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다.

 

 

BALLOON chair by Kyuhyung Cho

있는 걸까?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지. 선배가 잘하고 있는 모습을 봐야 후배들도 방향성을 꿈꿀 수 있다. 이 브랜드가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브랜드도 이 정도 퀄리티로 만들 수 있다. 한국 디자이너 가구도 국제적으로 팔린다.’ 이런 걸 인식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리라 믿고 도움이 되길 바란다.

어쩌면 이제는 어느 나라 브랜드, 어느 나라 디자이너, 이런 국경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것도 같다. METE 역시 경계가 없지 않나?

맞다. 국적보다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브랜드 간의 차별점이 중요해진 것이지. 우리도 다국적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한국 브랜드가 의미가 없지는 않다. 한국이 외국에서 엄청 핫하거든.(웃음) 특히 ‘서울’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무엇보다 우리 홈페이지 주소가 ‘mete.kr’인데, 한국적인 게 필요 없으면 ‘com’이나 ‘net’을 쓰면 됐다. 그런데 ‘kr’을 쓴 이유는 한국 디자이너와 협업할 계획도 있고 무엇보다 한국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리지널리티 디자인. 오리지널리티 브랜드. 그것이 MET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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