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환상의 캐디를 만든다

매너와 센스, 안목을 갖춘 완벽한 캐디만큼 골퍼의 매너도 중요하다.

티업으로 시작해 앞으로 네다섯 시간 동안 이어질 라운드를 만족스럽게 마칠 때까지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같이 골프를 치는 멤버, 그날의 컨디션, 향상된 실력과 날씨 등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야 하지만 무엇보다 캐디를 꼽을 수 있다. 그날 함께하는 캐디가 좋은 결과를 얻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한 번이라도 필드에 나가본 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프로 골퍼가 아닌 이상 오직 나만 신경 써주는 캐디를 만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4인당 보통 한 명의 캐디가 함께하기 때문에 ‘환상의 캐디’를 만나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 캐디와 인사를 나누었을 때 애티튜드가 그날의 라운드 분위기를 좌우할 때가 많아요. 같은 팀이어도 개개인의 실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섬세하게 진행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캐디가 믿음이 가죠. 멤버 4명의 컨디션을 고루 챙기는 것도 필수고요.”

캐디의 역할은 클럽과 백을 짊어지는 것만이 아니다. 그린의 경사, 풍속, 지형 등 코스를 잘 설명하고 리드하며, 조언을 구할 때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는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마추어는 골프코스를 처음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필드의 지형을 찬찬히 읽어주는 캐디를 선호합니다. 더불어 클럽을 선택할 때 거리와 그린에 맞는 클럽을 능숙하게 추천할 수 있어야 하고요. 코스에 대한 정보가 많으면 아무래도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유리하니까요.”

아마추어 골퍼는 필드 코스를 잘 알지 못하는 만큼 내비게이션같은 길잡이의 도움이 더더욱 중요하다. 캐디가 제공하는 정보가 정확할수록 신뢰가 쌓이게 마련. 또한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게 적절한 응원과 코칭을 해주는 것도 필수다.

이는 프로 골퍼 역시 마찬가지인데, 최근 주목받는 KPLGA 여채현 캐디를 예로 들어보자. 골프 명문 대전체고 출신으로 2010년 프로 전향을 했지만 개인 성적은 썩 훌륭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골프에 대한 큰 애정을 버리지 못해 2014년 캐디로 본격 입문했다. 김우현, 송연한 프로와 호흡을 맞추었고 최근에는 고석완 선수의 코리안 투어 NS 홈쇼핑 군산 CC 전북 오픈 우승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실제로 고석완 선수는 우승 후 이어진 인터뷰마다 여채현 캐디에게 공을 돌렸다. 경기 흐름을 잘 읽어주고, 클럽 선택부터 멘탈까지 세심하게 체크해주었기 때문에 더욱더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프로야구 선수 출신 최희창 캐디와 서정우, 김동욱 캐디 등 국내 유명 캐디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부분도 이와 비슷하다.

주연과 조연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 환상의 캐디도 결국 골퍼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캐디에게 클럽을 건네는 동작 하나에서 이미 골퍼의 매너가 판가름 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스코어가 웬만큼 나오는 골퍼 중에서는 노련하게 라운드를 이끌면서 즐겁게 골프를 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캐디가 최고라 말한 이도 있다. “스윙을 과도하게 지적하는 캐디는 선호하지 않아요. 한 번에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요. 골퍼가 알아들을 정도로 가볍게 일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휴일에 시간을 들이고 가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인들과 필드에 섰을 테니 원하지 않는 잔소리는 사양하고 싶을 것이다.

캐디에게 100개의 질문을 던지는 골퍼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듯 캐디에게도 과한 리액션과 레슨은 불필요하다. 지나치게 캐디에게 의존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클럽도, 퍼팅 라인도 스스로 가장 잘 알아야 한다. 결국 공을 치는 건 골퍼 자신이므로 캐디 탓으로 돌리는 건 비매너일 뿐이다.

“정재계 인사, 그룹 오너 등의 라운드에 함께하는 캐디는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배포가 커요. 이렇게 경력이 꽤 되는 어시스트 능력만큼이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화술도 갖추고 있어요.”

이처럼 팀마다, 골퍼마다 원하는 캐디의 스타일이 제각각이고, 그 멤버의 분위기에 그때그때 맞출 수 있는 이라면 어디에서나 환영받을 것이다. 결국 골프도 즐겁기 위해 치는 것이니까 말이다. 해외 프로 골퍼처럼 10년이 넘게 필드에 동행하는 사이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필드에서의 시간을 기분 좋게 보내려면 다음의 말을 기억하면 좋겠다.

“조연이 있기에 주연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만의 주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채현 캐디가 한 국내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캐디의 역할에 대해 한 말이다. 주연과 조연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 환상의 캐디도 결국 골퍼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캐디에게 클럽을 건네는 동작 하나에서 이미 골퍼의 매너가 판가름 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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