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빌리고 싶은, 추천 도서

새해 새 마음을 다짐하도록 단단한 지침을 전하는 도서 두 권.

골든아워 1, 2
이국종  |  흐름출판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과장이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의 <골든 아워>는 한 장 한 장이 무거운 책이다. 읽는 내내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그에게 빚을 진 채무자의 마음이 된다. 사명감에 휩싸여 부조리한 시스템을 고발하고 말겠다고 격렬한 각오를 불태우는 의사가 아니라, 감정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체념만 남은 월급쟁이 노동자 이국종이 거기 있다.

그가 외상센터에서 겪은 경험은 건조해서 바스러질 것 같은 문장으로 남았다. 개인의 고통은 단순 비교의 대상이 아니지만 차마 불평을 늘어놓을 수 없는 성실한 삶 앞에서 자연히 마음을 다잡게 된다. 타인의 치열한 삶에 나의 삶을 빗대어보고 자위하는 건 올곧은 태도라 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정경원에게’ 외상센터에서 함께 근무하는 후배 의사에게 바치는 한 줄로 시작해 2권은 ‘부록-인물지’로 끝을 맺는다. 극히 일부라고 밝힌 동료, 후배, 선배의 이름을 빼곡히 기록하고 그들에 대해 짧게 서술했는데 별다른 수식 없이도 진한 동지애가 느껴진다.

새해에도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있을 것이고, 이국종 센터장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 중 한 명일 것이다. 바뀌어야 할 것은 외상센터를 둘러싼 현실뿐이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김지수  |  어떤 책

재작년 여름 97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인터뷰를 읽은 날, 맑고 차가운 물 한 바가지가 머리 위로 쏟아진 기분이 들었다. 97세에도 쉬지 않는 이유를 묻자 “내 나이쯤 되다 보면 가정이나 사회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해요. 하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하나는 사소한 것이라 해도 존경받을 만한 점이 있어야 해요”라는 어른의 답. 어른, 연장자라고 해서 당연히 존경을 바라지 않았다.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은 <조선일보> <조선비즈>에 연재 중인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통해 만난 배우 윤여정, 디자이너 노라노, 시인 이성복, 철학자 김형석, 일본인 디자이너 하라 겐야 등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평균 나이 72세, 16명의 어른들은 내비게이션처럼 가장 빠른 길로만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도 되고, 잠시 멈춰도 괜찮고, 조금 늦어도 좋아하는 길로 가도 문제없다고 어깨를 두드린다.

정직하게 시간을 쌓아온 이들의 말은 따뜻하되 결코 가볍지 않다. 멈추어버렸을 거라 단정짓기 쉬운 어른의 시간은 우리가 제대로 보지 않았을 뿐 여전히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덕분에 안심하며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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