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파이더맨’ 영화를 넘어선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은 훨씬 멋진 스파이더맨을 만끽할 수 있는 게임이다.

에스콰이어 - 스파이더맨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정상의 피뢰침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빨강과 파랑, 거미 무늬가 조화를 이룬 슈트를 입고서. 마치 곡예하듯이 몸을 둥글게 말고 무언가를 주시한다. 천천히 뉴욕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느리게 움직인다. 지상에서 멀어질수록 고요하다. 덩달아 고독함도 커진다.

“피터! 밀린 집세를 지금 당장 내지 않으면 짐을 모두 빼버리겠어요.”

“네, 죄송하지만 제가 급하게 어디로 가야 해서요.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말하면 안 될까요?”

당장 개인 물건을 길거리에 내버리겠다는 집주인의 전화.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보다 당장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구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거미줄을 쏘며 건물 사이로 빠르게 날아다니는 그의 마음속은 이렇게 복잡하다.

소니 PS4 게임인 ‘마블, 스파이더맨’은 개발사 인섬니악 게임스와 마블, 그리고 소니가 복잡한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게임이다. 이미 스파이더맨을 주제로 한 영화나 게임이 수차례 나왔지만 이번 게임의 수준은 영화 홍보용 정도가 아니다. 대작으로 평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주인공은 성인이 된 피터 파커다. 그러니까 원작을 기준으로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한 지 이미 수년이 지난 상황이다. 따라서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성숙하다. 스토리의 기본 줄기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이전 연인이자 현재는 친구인 메리제인 왓슨이나 메이 숙모 등 익숙한 캐릭터도 여럿 등장한다. 이들의 시점으로 간간이 게임이 전개되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가 상호작용하며 스토리를 이어간다.

마블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는 것도 특징이다. 다른 마블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퀘스트와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게임 중 곳곳에서 연결성을 발견할 수 있다. 뉴욕 센트럴 파크 옆에 우뚝 솟은 어벤져스 타워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등장한 아이언 아머 슈트(A17)를 게임하면서 획득하기도 한다. 이처럼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픈 월드 방식이라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높다는 것도 스파이더맨 게임과 잘 어울린다. 메인 미션과 사이드 퀘스트를 번갈아가며 공략하기에 지루하지 않다. 섬세하게 구현된 뉴욕 시내를 배경으로 영화에서보다 멋지게 거미줄을 쏘며 빌딩 사이를 날아다닌다.

총이나 활이 없는 주인공의 특성상 상당수 전투가 근접전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빠른 움직임과 초인적인 힘을 이용해 적들을 교란시키고 섬멸하는 재미가 있다. 스파이더 센스(직감)를 이용해 위험한 순간을 피하고, 적을 연속적으로 타격하는 일련의 규칙을 익히면서 플레이가 점점 수월해진다.

악당도 여럿 등장한다. 킹핀, 일렉트로, 미스터 네거티브 등 보스급 악당을 비롯해 이야기 속에 숨겨진 다양한 존재를 상대해야 한다. 스파이더맨의 하루는 고달픔의 연속이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 현실과 영웅의 경계에서 고뇌하는 복잡한 입장에 여러 번 처한다. 뛰어난 능력에는 강한 책임감과 희생이 뒤따른다. 이번 스파이더맨 게임에서는 특히 이런 부분을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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