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 차례상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어?

연잎밥 6200원 웬떡 by 마켓컬리. 삼색 나물 1만8000원 담미 by 배민찬. 킬바사 소시지 6980원 존쿡델리미트. 송편 1만2000원 유기방아 by 마켓컬리. 허니비 와인 3만5000원 경기도주식회사. 무화과 1만9500원 by 네이버 푸드 윈도.

“이런 엉망진창이 어딨어요.” 사진가 정재욱이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못마땅한 태도를 취했다. 온갖 괴상하고 열악한 환경에서의 촬영도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배려심의 아이콘, 사진가 정재욱의 의욕이 처음으로 저 바닥 끝에 떨어져 있었다.

“그건 거기 두면 안 돼죠. 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순),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좌포우혜(육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동두서미(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어동육서(어류는 동편, 육류는 서편), 몰라요?” “네, 몰라요.” 장증손이라 어렸을 때부터 배웠단다.

이와 관련해 2017년 10월 JTBC <뉴스룸> ‘팩트 체크’에서 ‘차례상 홍동백서 꼭 필요한 걸까’라는 주제로 찾은 결론은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였다. 제주도의 경우 땅이 현무암이라 쌀이 귀한 탓에 쌀떡이 아닌 보리떡을 올렸다고. 그래서 간혹 카스텔라나 롤케이크 같은 빵을 올린다고 한다. 지역마다 특색에 맞게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만 봐도 굳이 따라야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싶다. 그보다 누군가 좋아한 음식을 기억하고 올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26만2000원이라 한다. 추석 성수품 36종을 조사한 결과 나온 금액이라고 하던데 구체적인 내역과 기준은 나오지 않았다. 모 사이트에서는 깐 밤부터 시작해 소고기 산적까지 16가지로 준비한 프리미엄 차례상 요리를 25만원에 판매한다. 흠….

본래의 목적은 요즘 시대에 맞게 양질의 맛있는 음식을 빠르고 편리하게 준비해보자는 거였다. 이왕이면 지역 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소개하고. 그래서 접고 펴는 게 간편한 캠핑용 테이블을 펼쳤다. 제기 대신 하얗고 깨끗한 접시를 꺼냈다. 그리고 추석 명절 요리 한 가지와 요즘 제일 맛있는 음식들을 올렸다. 여기에 영감이 된 건 가족 여행에 위패 하나 챙겨 현지 열대 과일로 준비한 어느 어머님의 차례상이었다. 촬영에 반기를 들었던 29세 정재욱이 처음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20대 패션 에디터 신은지 양이 말했다. “차례상 찍으셨네요.” “그래 보여요?”, “네. 누가 봐도 차례상인데요? (나물 짚고) 여기, (송편 짚고) 여기, 명절 음식 있잖아요.” 민족의 대명절이다. 맛있는 거, 좋아하는 거 함께 맛있게 나눠 먹을 수 있으면 충분하지 않나.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고, 요즘 트렌드는 간편하게 주문해 먹는 맛있는 음식이니까.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어?


즐겨찾기

명절이 아니라도 알아두면 유용한, 맛있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곳.

배민찬

밑반찬부터 메인 반찬까지 반찬만 판다. 포장된 걸 판매하는 게 아니라 주문이 들어옴과 동시에 조리한다. ‘살짝 데우거나 설령 데우지 않고 접시에 담아내더라도 맛있는’ 것으로.
www.baeminchan.com

마켓컬리

식재료 배달의 문을 연 곳. 양질의 제품을 판매한다. 기특한 서비스는 샛별 배송. 밤 10시 59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7시까지 현관 앞에 배송된다.
www.market.kurly.com

네이버 푸드 윈도

전국 각지의 식재료부터 지역 명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지에서 판매자가 직접 보내는 시스템이라 배송이 빠르진 않지만, ‘전원일기’ 같아 자주 찾고 있다.
swind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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