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살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저자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은 '대충살자'보단 재미있게 살려고 한다.

하완/<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저자

“요즘 대체로 에세이가 인기예요.” 웅진지식하우스 황인화 편집자가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발굴부터 편집, 출간까지 맡은 편집자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출간 6개월 만에 14쇄를 찍었다. “보통 책이 잘 나가면 1만 부씩, 기본적으로는 2000부씩 찍는데 ‘하마터면’은 2000부가 금세 다 팔려서 바로 늘려 찍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최소 10만 부 정도 나갔습니다. 조만간 윈터 에디션도 나와요.” 수줍은 듯 기뻐하는 편집자의 마음이 수화기 너머로도 전해졌다.

“그런데” 황인화 편집자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그런데 10만 부는 사실워낙 잘 나가는 게 많아서요. ‘하마터면’이 종합 베스트에서는 15위 정도 하거든요. 그런데 에세이에서는 7위예요. 그만큼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에세이가 많다는 이야기죠.” “인기가 굉장히 많군요”라는 호응에 돌아온 솔직한 답변이었다.

실제로 요즘 서가에는 에세이 비율이 높다. 그와 이야기 나눈 이후 예스24에서 독자들의 투표를 거쳐 2018년 올해의 책 24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중 6권이 시에세이 분야다. 가장 많은 비율이다. 두 번째로 많은 분야가 소설과 만화예술, 그다음이 인문교양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올해의 책 15위, 시에세이 분야에서는 5위를 차지했다. 황인화 편집자의 분석은 정확했다.

강세인 에세이의 제목은 경향이 비슷하다. <죽고 싶더라도 떡볶이는 먹고 싶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진작 할 걸 그랬어>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황인화 편집자는 편집자의 시선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글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분위기가 있어요. 자기 모습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용기를 내고 싶어 하는 분위기도 있고요. 대중적으로 봤을 때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이런 책의 인기는 2019년에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저자 하완 작가와는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페 이름은 대충유원지. 연희동 즈음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갈 만한 곳을 찾던 중 발견했다. 세상에, 카페 이름이 대충유원지라니 그곳에서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알고 보니 이미 연희동의 명소인 대충유원지는 한자 큰 대(大), 벌레 충(蟲)을 쓴다. 대충은 호랑이를 가리키는 옛말이라고 한다. 대충, 호랑이수첩에 끄적이며 괜한 의미를 부여하기 전에 다행히 하완 작가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하완 작가는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만 어색해 보이지 않으려 신경 쓰는 듯 보였다. 마치 처음 산 가죽 신발을 길들이듯.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을 내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출근과 퇴근이 일상인 회사원이었다. 그러다 전혀 다른 일상을 경험하게 된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6년 11월 퇴사, 2017년 2월 브런치 포스팅 시작, 2017년 3월 출판사 계약, 2018년 4월 책 출간. 계절이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그는 저자 사인회며 강연을 다니고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새로운 날들이다.

왜 퇴사를 택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법하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으스러지게 추운 날이면 매일 아침 회사는커녕 세수하러 가는 길조차 멀고도 멀다. 노동이란 인간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지만 가능하면 떼어놓고 싶은 게 또 인간의 본성 아닌가. 그럼에도 퇴사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 역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퇴사를 결정했냐고요?” 하완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라며 말을 이었다. “퇴사할 때 제 나이가 마흔이었어요. 마지막 기회 같더라고요. 막 살아볼 기회가 지금이 아니면 더 어렵겠구나. 막상 20대 때 막 사는 사람 별로 없어요. 지금 잘 해놔야 하니까. 30대는 또 열심히 일해야 될 때잖아요. 그렇게 미루면서 저도 마흔까지 왔는데, 이때쯤이면 좀 편하게 살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안 오는 거예요, 그런 순간이. 아, 계속 미루면 계속 안 오겠구나. 편하게 사는 순간이라는 게 있다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겠다대책은 없고 용기만 있었죠.”

‘막 산다’는 것에는 여러 정의가 있다. 하완 작가가 말하는 ‘막 산다’는 아무것도 애쓰지 않는 것이다. 노력도 하지 않고 무언가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쉬어보는 것. “1년만 그렇게 살아보자 싶었어요.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1년만 쉬어라.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죠. 1년만 애쓰지 않고 산다면 과연 어떻게 변할까. 내 인생이,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할까 실험을 한 거죠.”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쉬면서 그는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다. “애써서 찾은 건 아니에요. 절대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그는 ‘열심히’라는 단어를 일부러 피하는 것도 같았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자 하는 다짐에는 그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평생 곤두세워온 신경이 단숨에 무뎌질 리 없으니까.

그가 자발적으로 행한 것은 자신의 전공이자 밥벌이였던 그림에 다시 재미를 붙이는 일이었다. 하완 작가는 그동안 편집 디자이너로서 의뢰를 받아 디자인하고 그림을 그렸다. 평생 밥 벌어먹고 살 능력이 그림인데 그 그림이 싫어진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온라인 플랫폼인 브런치에 그림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주위에서 브런치에 연재하다가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정말 출간을 목표로 한 일은 아니에요. 그냥 인터넷에 내 그림이 ‘웃긴 짤’처럼 많이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그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두 번째 글과 그림을 올렸을 때 전화가 왔다. 황인화 편집자였다.

대체 어떤 글이길래 단 두 편을 보고 출판을 결정한 걸까. 요즘 출판 시장의 생태란 이토록 즉각적이고 빠른 것인가. 나는 다시 황인화 편집자에게 물었다. “말로는 설명 못 하겠는데 느낌이 딱 왔어요.” 느낌. “사실 글은 아주 짧았는데 무엇보다 콘셉트가 명확했어요. 제목부터요.” 콘셉트.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니까 캐릭터도 이미 그려놓으셨더라고요.” 능력. 출간의 배경에는 편집자의 촉을 건드리는 명확한 콘셉트와 그림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캐릭터가 왜, 불상 같은 포즈로 눈 감고 앉아 있잖아요. 세상사를 득도한 듯한. 그러면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제목이 적혀 있는데, 얼른 연락드렸죠. 다른 출판사에서도 출간 제안을 할 것 같아서 침 발라놓는 마음으로요.”

그러나 편집자의 촉만으로 책이 출간되지는 않는다. 출판사 내 기획 회의에서 통과해야 하고 통과하는 데는 마케터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웅진지식하우스 마케터들은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고, 그렇게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가 세상에 나왔다. 황인화 편집자는 책을 세상에 내보내고 책이 자라난 지난 시간을 훑었다. “책 출간하고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은 이 말이었어요.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완 작가는 운이 좋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운이 좋아서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했다. 매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여겼다. 퇴사 후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덜컥 책 계약이 성사되고, 심지어 그 책이 최소 10만 부가 팔려나가고, 그게 가능한 시대이고. 이 모든 일이 부드럽게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순조로이 돌아가는 경우가 어디 흔할까.

“저는 절대 제가 작가가 될 줄 몰랐어요. 1년만 막 살아보고 다시 돌아가자 했는데, 여전히 이렇게 놀고 있을지도 몰랐어요. ‘이런 삶은 불가능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으로 살았던 사람인데, 아예 대놓고 다른 길에 들어서니까 그 나름대로 살아나가는 방법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세상에 정말 운이라는 게 있다면 하완 작가는 운이 좋은 경우가 맞다. 그러나 그 운이라는 것이란, 무언가 결정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다. 관성처럼 해오던 일과는 다른 방향으로의 결정. 불행해지는 감정을 끊어내는 결정. 혹은 더 맹렬히 뚫고 앞으로 나아가보는 결정.

“언어가 무의식에 영향을 끼치잖아요. 저는 언어에서 ‘노력’, ‘열심히’, ‘최선’, 이런 단어를 쓰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대화할 때도 ‘열심히’ 이런 단어를 안 써요. 책에는 설명을 위해 쓰긴 했지만 평소에는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말이 이상하죠. 열심히 안 살려고 열심히 노력을 한다니. 그런데 예전에는 제가 메일로 그림 의뢰를 받고 답장을 보낼 때 항상 이렇게 썼어요. ‘이번 프로젝트, 최선을 다해서 진행해보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말을 대체할 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지금은 이렇게 써요. ‘이번 프로젝트 흥미롭네요. 재밌게 작업해보겠습니다.’ ‘열심히’라는 단어 대신 ‘재미’라는 말을 찾은 거죠.” 

하완 작가는 두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두 번째 책은 너무 안 써진다며, 만약 신이 살면서 단 한 번의 행운을 준다면 자신은 이미 받아 써버린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새 책이 너무 안 써져서 고민하다가 ‘어?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지 마.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마. 작년처럼 그냥 놀아, 놀자’ 이러고 있어요. 몇 개월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아마 ‘이 사람이’ 이러고 있을 거예요.” 그가 실없이 웃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제목은 퍼뜩 정했다고 덧붙였다.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했다. “제목은 이거예요. ‘정면 승부요?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어때요 기자님? 너무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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