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살자? ‘퇴근길 책 한 잔’ 김종현 대표

'퇴근길 책 한 잔' 대표 김종현은 '대충살자'보단 하고 싶은 대로 산다.

1. <노력하면 못하는 게 어디 있어> by 누구나
한겨울의 ‘춥다’는 말만큼 자주 들은 말 ‘노력하면 못하는 게 어디 있어’에 대한 자기 고찰. 작가는 잘해보려 했지만 잘 안된 지난 일들을 반추한다. 노력해도 못하는 게 있을 수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다.

2. <희망을 버려요> by 규영
“낡은 걸 치웠으니까 싱싱한 새 희망이 올 거야. 오늘 버린 희망들이 꼭 필요한 거라면 애쓰지 않아도 또 자연히 생길 테니까. 여드름이나 주름처럼 말이지.”

3. <씨, 발아한다.> by 성현
‘두 번의 디스크 재발과 두 번의 기흉 재발, 그리고 현재 요로결석 약 복용 중’이 약력인 독립 출판물 작가 성현의 시집.

4.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기> by 김은지, 김종현
책방에서 판매하는 책 몇 권을 대충 골라봐달라고 했더니 6권 중 2권을 자신이 낸 책으로 고른 김종현 대표. 독립 책방이 하고 싶은 일의 첫 번째인 줄 알았더니, 2012년에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는 법> 책도 냈다. 자신은 대충 살지 않는다고 ‘빡세게’ 산다고 한 말이 웃기지 않았다.

5. <당신의 도수> by 김연지, 박희영
술 잘 마시는 사람과 술 못 마시는 사람이 번갈아 쓴 수필집. 서로의 도수만큼 성향이 달라도 술 때문에 울고 웃는 일은 별다르지 않다.

6. <한번 까불어 보겠습니다> by 김종현
퇴근길 책 한잔 대표 김종현이 쓴 책. ‘자발적 거지의 B급 자뻑’, ‘우리가 더 둥글어지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있어 다행이야’라는 서평이 눈에 띈다.


김종현/ ‘퇴근길 책 한잔’ 책방 대표

‘퇴근길 책 한잔’은 염리동에 있는 작은 책방이다. 이름대로 책과 맥주와 와인이 있는 서점이라서 처음 문 열었을 때부터 눈에 띄었다. 2015년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여전히 염리동 골목길에 퇴근길 책 한잔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반가움보다 의아함에 가까운 감정이 들었다. 아직도 있다고?

몇 개월 전 <에스콰이어>를 통해 동네 책방 현황을 전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이었다. ‘동네 책방 소개 앱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동네 책방은 230곳이다. 2017년 한 해에만 31군데가 생겼다. (중략) 그사이 38군데가 사라졌다.’

생기는 속도도 빠르지만 사라지는 속도는 그보다 더 빠른 게 요즘 동네 책방의 현황이다. 그런데 염리동 어느 골목길의 이 작은 서점이 햇수로 4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사이 책방 주인 김종현은 <한번 까불어 보겠습니다>라는 책을 냈고 제멋대로인 책방 영업시간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김종현 대표가 낸 책의 부제는 이러하다. ‘어차피 나와 맞지 않는 세상, 그냥 나답게!’

‘나답게’ 살고 싶은 김종현 대표의 책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책방에 들어섰을 때, 모르긴 몰라도 정리 정돈을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겠다 싶었다. 서가에 가지런히 꽂힌 책보다 스툴에 쌓여 있는 책이, 반듯하게 놓인 책보다 툭 놓인 책이 많았다. 덕분에 서점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방에 놀러 온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실제로 김종현 대표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맞이하듯 소파에 깊숙이 앉아 랩톱으로 자신의 볼일을 보며 눈인사를 건넬 뿐이었다. ‘왔어? 놀다 가.’

51 대 49. 교묘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비등해 보여도 무게 추는 반드시 한쪽으로 기운다. 우리는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서고, 그 기로에서 기우는 방향이 스스로에게 소중한 가치이기 마련이다.

“저희 책방, 엄청 잘되는 케이스라고 봐야 해요. 잘된 일이지.” 수많은 동네 책방이 생겼다 사라지는 와중에 퇴근길 책 한잔은 어떻게 지내는지 묻자 김종현 대표가 소파에 깊숙이 기댔던 몸을 당겨 앉았다. 잘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손님이 많이 오나? 책이 잘 팔리나? 그래서 돈을 많이 버나? “유지하는 거요. 안 없어지는 거.”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찾아온 손님이라고는 자신의 책이 이곳에 입고됐으면 좋겠다며 독립 출판물을 들고 온 작가 한 명뿐이었다. 물론 우리가 만난 시간이 서점이 막 문을 연 시간이자 공식적으로는 오후 2시인 오픈 시간을 ‘주인장 스웨덴 영화제에 다녀옵니다’라는 SNS 포스팅과 함께 1시간 늦춘 3시이긴 했다. ‘퇴근길 책 한잔’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떻게 유지하고 있다는 걸까.

“유지를 위해 당연히 최소한의 먹고살 돈은 만들어내야 하는 거고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면그런데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에는 진짜 제멋대로 하는 책방이 계속 가는 것 같아요.”

최소한의 먹고살 돈을 만들어내는 것. 진짜 제멋대로 하는 것. 애매한 말이었다. 모호했다. 그러나 그간 퇴근길 책 한잔의 행적을 보면 명료한 말이기도 하다. 퇴근길 책 한잔은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매번 무언가를 열고 사람을 모으고 이야기를 피운다. 그 모든 주제와 내용, 일정은 주인장 마음대로다. 최근에는 ‘주인장이 다시 읽고 싶어서 하는 책 모임’을 시작했고(첫 모임의 주제는 ‘일본 문학 읽기’였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읽었다), 책 한잔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술 토크도 열었다(부제는 ‘음주로부터 숙취까지의 여행’이었으며 ‘여기를 떠나는 것과 저기로 향하는 것의 차이’, ‘짝사랑의 효용과 연애의 오용’, ‘우리는 단단해져야 할까 유연해져야 할까’ 등의 주제로 술을 마시며 토크를 나누는 자리였다). 퇴근길 책 한잔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마음대로 하고 있다.

“그런데요” 김종현 대표가 몸을 더 당겼다. 저는 이 공간에 ‘또라이’들이 올 줄 알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단어인데 ‘소셜 미스핏(social misfit)’이라고 하죠. 쉽게 말해 사회 부적응자들이 올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넥타이 매고, 사진관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집에 걸려 있을 듯한 사람들 있죠? 반듯하고 번듯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많이 와요.”

흥미로운 관찰이었다. 그는 나름의 결과도 도출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직장 다닐 때 보면 팀장님은 왜 저럴까 싶지만 사실 그도 속에는 자기 열망, 취향이 있다는 거죠. 다만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서 표출하지 못하는 거고. 의외로 그런 사람이 많구나 느꼈죠.”

그럴 수 없는 환경이란 무엇일까. 그 전에, 애초에 왜 이 공간에 ‘소셜 미스핏’들이 올 거라고 예상한 걸까. 김종현 대표는 툭 치면 한 뭉텅이 나오는 후추 통처럼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이곳 자체가 사회에 부적응하는 공간이니까. 비주류 공간이잖아요. 우리가 무언가 할 때 ‘하고 싶은 대로 할게요’라고 하면 ‘그러면 너 큰일 나. 뭐 먹고살래’ 이런 얘기들 하잖아요. 사업할 때도 그런 말 많이 들어요. 사업하다 보면 내가 너의 멘토다 뭐다, 다가오는 사람들 엄청 많아요. 그러면서 너 그렇게 하면 안 돼, 망해, 그래요.”

김종현 대표는 잠시 지난날을 떠올리는 듯했다. 그에게는 친구와 함께 단칸 사무실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8명의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도 남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그렇게 하고도 먹고살 수 있는가 실험 같은 거죠. 어차피 이거 돈 많이 벌자고 하는 일도 아닌데 ‘망하더라도 내가 책임질게’라고 해본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이곳 이름을 ‘김종현의 먹고사는 연구소’ 이런 식으로 지어볼까 했어요. 망하느냐 안 망하느냐 실험해보는 연구소.”

실험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겉보기엔 아직 멀쩡히 공간이 살아 있으니 성공에 가까운 듯도 보였다. 그러나 속내는 모를 일이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기준에서 보면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거죠.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자체가 성공인 거예요. ‘나 하고 싶은 대로 살아봤더니 큰일 안 났는데?’라고 저는 얘기할 수 있는 거죠.”

우리는 언제부터 ‘대충 산다’의 동의어를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로 여기게 됐을까. 어느덧 ‘대충 살자’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가 혼재하는 대화의 실을 이으며 궁금해졌다. “저는 그걸 51 대 49라고 말해요.” 김종현 대표는 정말 ‘김종현의 먹고사는 연구소’ 소장 같았다.

“결국 우리는 자기 안의 선택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방을 운영하다 보면 ‘책방을 하신다니 부러워요’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그런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왜? 별로 진정성이 없다고 느끼니까. 진짜 책방을 하고 싶었다면 자기도 했겠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다고 느끼지만 의외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아요. 누군가를 부러워하지만 그와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아요. 왜? 진짜로 하고 싶은 게 아니니까. 그에게는 얽매이지 않고 책방을 운영하는 일이 49만큼 부러울 뿐 51의 가치를 두는 자신만의 다른 일이 있는 거예요.”

51 대 49. 교묘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비등해 보여도 무게 추는 반드시 한쪽으로 기운다. 우리는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서고, 그 기로에서 기우는 방향이 스스로에게 소중한 가치이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회사에서 받는 월급일 수 있고, 얼마를 벌든 출퇴근이 없는 삶일 수 있으며, 사랑, 희망, 꿈, 현실, 또 다른 형이상학적인 무엇일 수 있다. 무엇이 됐든 그것을 평가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김종현 대표는 다시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말했다. “그런데 나의 51과 다르다고 대충 산다느니, 왜 그러고 사냐느니, 그러면 망한다느니, 그런 말은 잘못된 거죠. 무엇보다 저 대충 안 살아요. ‘빡세게’ 살아요. 반대로 이렇게도 말할 수 있죠. 대충 사는 게 엄청 ‘빡센’ 거예요, 이 사회에서는요. 그래도 나만 안 그러면 돼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나라도 내가 택한 51과 다른 이가 택한 51을 비교하거나 평가하지 않겠다. 그에겐 이 삶이 49일 수 있으니.”

대충살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저자 하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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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사진정재욱
출처
42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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