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먹은 트러플은 진짜였을까?

어쩌면 당신이 먹고 좋아했던 그 트러플이 가짜일 수도 있다.

트러플 트러블 - 에스콰이어

광화문에 술집을 하나 하는데, 돈 댄 친구가 이런다. “야, 아무개 와인 바에 갔더니 말이야, 글쎄 감자튀김 따위에 트러플을 넣어주더라고.” 나는 바로 도매상에게 전화를 걸었다.

“트러플 오일 한 병 주쇼. 싼 걸로.”

도매상은 전국에 수배령을 내려서, 제일 싸고 후진 트러플 오일을 구했다. 그는 한강에서 인어 고기라도 구해내는 위인이다. 트러플 오일쯤이야. 게다가 내가 이렇게 덧붙이지 않았던가. “절대로, 네버, 엡솔루틀리, 진짜 트러플 같은 건 들어 있지 않은 걸로.” 그가 오일병을 흔들며 나타났다. “진짜 트러플이 든 오일이야. 게다가 값도 끝내주게 싸다고.” 박카스병보다 훨씬 큰, 비타500 편의점용 빅 사이즈만 한 걸 그가 내밀었다. 과연 진짜 트러플이 들어 있었다. 오, 이건 한 수십만원 하겠어. 나는 비명을 질렀다. 그가 단호하게 집게손가락을 흔들었다. 5만원만 내라고. 5만원? 나는 의심했다. 이거 진짜 트러플이야? 검은색의 작은 고체가 병 아래쪽에 다소곳이 가라앉아 있었다. 오래 묵은 코딱지를 파서 때 묻은 손가락으로 굴리면 만들어지는 그런 색깔과 부피감. 쥐똥보다 조금 작은 크기였다. 그래도 ‘진짜’ 트러플이 아닌가. 트러플이 얼마나 귀하고 비싼 건데. 라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리얼 트러플 함유.”

나는 휙, 병의 뒤통수를 보았다. 백 라벨은 거짓말을 못한다.

“트러플 향 함유.”

라벨을 찬찬히 확인하니 트러플이 들어 있긴 하다. 전혀 향을 풍기지 않는 ‘여름 트러플’이. 말은 트러필이되 맛과 향은 전혀 없는 검은 고체를 넣어둔 제품이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판매상들은 뭔가 점잖은 척, 종주국인 척하면서 이렇게 사기를 친다. 거지 같은 와인 라벨에 ‘그랑 리저브’ 같은 되지도 않는 단어를 써 넣는 것이 그렇듯이. 내가 겪은 트러플 사기 소동은 상당히 많다. 사기라기보다 유머다. 바보 소비자, 바보 셰프, 멍청한 독자들에게 던지는 해학이다. 어떤 셰프의 책에는 이런 광고 문구가 쓰여 있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트러플을 이용한 최대의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겁나 비싼 트러플 오일을 요리에 팍팍 넣는 셰프라구요!” 출판사 편집자는 그 셰프가 그 비싼 트러플을 값싼 요리에도 마구 넣는 산타클로스로 만들고 싶었으리라. 다른 셰프들이 큭큭 웃는 걸 그는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트러플 오일은 일종의 가상 세계 같은 것이다. 바닐라 에센스를 넣은 케이크나 누룽지 향을 넣은 누룽지 맛 사탕 같은 것이다. 돈이 된다면 사람은 뭐든지 만들어낸다. 바람피우는 남자를 위해서 ‘일터’의 냄새(사무실 냄새라든가 거리의 매연 냄새 같은 것)가 나는 향수도 시중에 나와 있다. 정부의 향수 뿌린 속옷 냄새가 나지 않도록 말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공항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가는 코너가 있다. 먹거리를 파는 곳이다. 그렇고 그런 그랑 크뤼 와인과 거대 기업의 치즈 같은 것이 쌓여 있다. 트러플도 빠지지 않는다. 그것도 여름 트러플. 여름 트러플이란 사실상 트러플과 다른 버섯이다.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트러플처럼 생겼지만 트러플 향이 나지 않는 것. 고기처럼 생겼지만 고기 맛이 나지 않는 것, 사과처럼 생겼지만 사과 맛이 나지 않는 것을 당신이라면 사겠는가? 여름 트러플에서는 트러플 향이 나지 않는다. 당연하다. 일이만원에 파는 샐러드에 진짜 트러플을 넣었다고 믿는 당신 같은 손님이 있으니까 그런 것도 팔린다. 종이보다 얇게 자른 여름 트러플 몇 점을 넣고는 정작 트러플 오일로 샐러드를 무친다. 향은 내야 하니까.

어쨌든 한국에서 트러플을 제대로 즐기려면, 여름 트러플에 트러플 오일로 향을 더한 것이 아닌지 서버에게 물어봐야 한다. 하지만 동공의 흔들림을 살필 필요도 없다. 그들도 그게 진짜 트러플이라고 믿고 있을 게 틀림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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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박 찬일(로칸다 몽로 셰프)
출처
1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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