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과 설렁탕은 구별이 가능할까?

곰탕과 설렁탕을 구별하려면 국회에서 특위라도 만들어야 할 거다.

국제 행사가 있을 때마다 행정 당국에서는 영어 메뉴판을 만들라고 식당들에 압박을 넣곤 한다. 그때 구글이 맹활약한다.

‘대게-usually / 육회-six times / 우리 집 곰탕-our house bear thang’

이 중에 육회는 국회에서도 화제가 됐다. 확인해보니 얼른 고쳤더라. ‘six times’에서 ‘beef tartar’로. 하지만 방어구이는 여전하다. ‘defensive roast.’

누가 보면 곰탕은 곰 고기인 줄 알겠다. 스웨덴에 갔더니 곰 고기 통조림을 팔더군. 그 내막은 모르겠지만. 그건 애완용 곰에게 주는 사료라는 뜻이 아니고 진짜 곰 고기다. 고래 고기나 샥스핀, 개고기에 난리를 치는 이른바 동물 애호가들이 왜 가만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 오늘의 주제 곰탕으로 가보자. 추운 속을 달래주는 서울 전통 음식이라는 곰탕. 그러나 사전을 찾아보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곰탕: 곰국(소의 뼈나 양(羘), 곱창, 양지머리 따위의 국거리를 넣고 진하게 푹 고아서 끓인 국)

설렁탕: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발, 도가니 따위를 푹 삶아서 만든 국. 또는 그 국에 밥을 만 음식.

어느 음식평론가는 곰탕과 설렁탕을 이렇게 구별하기도 했다. 설렁탕은 소뼈, 양지, 사태가 들어가고 곰탕은 고기와 내장을 넣는다고. 그렇지 않다. 설렁탕과 곰탕은 구별하기가 아주 애매하다.

어떤 한 시기에는 얼추 구별된 적이 있다. 기록으로 볼 때 조선 말 개화기 무렵, 일제강점기 초반의 일이다. 시중의 서민 음식 따위를 기록으로 남길 필요를 못 찾았던 양반들은 설렁탕이고 곰탕이고 써야 할 이유를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근대적 신문이나 잡지가 나오고서야 이 두 가지 탕에 대한 기록을 하기 시작했고, 그게 조금 남아 있는 수준이다.

그걸 가지고 가정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설렁탕은 소뼈, 내장 등을 넣어 뽀얗게 끓인 음식이고 곰탕은 소고기와 내장을 넣어 푹 곤 음식이라고 분류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뭐가 다르단 말인가. 덧붙이기를 설렁탕은 서민 음식이어서 양반가에서 먹기를 꺼려했고 곰탕은 양반가에서도 먹던 음식이다, 정도의 말이 있었다. 여기서도 헷갈리는 것투성이다.

집에서 어머니가 소뼈 사다가 푹 고아둔 걸 아무도 설렁탕이라 부르지 않는다. 곰탕이라고 한다. 사골곰탕이라고도 했다. 고기가 안 들어갔으니 설렁탕은 아니고 곰탕인가? 알 수 없다. 내장 여부도 마찬가지다. 설렁탕은 콩팥, 혀 등이 들어가야 진짜라고들 한다. 여기에 잡고기와 소뼈로 곤 뽀얀 국물이 표준이다. 그러나 요즘 콩팥, 혀 들어가는 설렁탕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곰탕은 내장, 특히 양이 들어가야 진짜라고 한다. 하동관이 그렇다. 그러나 나주곰탕이라는 건 내장 코빼기도 없다. 뼈도 안 들어간다. 그냥 소고기만 넣고 노랗게 끓인다. 이건 한양에서 유행했던 장국밥(간장으로 간을 맞춘 소고깃국)과 비슷하다. 도대체 통일된 개념을 찾기 어렵다. 그뿐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우스다 잔운이라는 총독부 기관지 <경성일보> 기자가 있었다. 그가 종로의 설렁탕집을 취재해 삽화와 함께 실었다. 그 그림을 보면 커다란 소머리가 보인다. 설렁탕의 표준 레시피와는 다른 소머리탕이 아닌가. 당대에 소머리로 끓이는 탕은 소머리곰탕이라고 한다.

아, 이건 설렁탕과 곰탕을 헷갈리게 하기 위한 우주적 혼란 유발이 아닌가. 설렁탕에서 곰탕이 분화되어 나왔다는 것인가, 아니면 어느 자의 착각으로 그렇게 작명을 한 것인가. 소머리는 왜 할 일 없이 설렁탕 세계로부터 빠져나와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단 말인가. 소머리곰탕처럼 흉측한 음식을 양반가에서나 먹던 고상한 곰탕의 세계로 편입시킨 건 <경국대전>이 힘을 잃은 이후 사농공상의 구별이 혼미해진 세상이 만든 탄생물인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우족탕과 도가니탕은 그럼 설렁탕 계열인가, 곰탕 계열인가. 꼬리곰탕은 내장도 안 들어가는데 왜 곰탕인가. 푹 고아서 곰탕이라고 한다는데 그럼 설렁탕은 푹 고지 않고 살짝 끓이는가.

이런 문제가 수능에 나오면 오답자 학부모들이 ‘백퍼’ 소송을 걸 거다. 그래서 음식 문화 같은 건 학교에서 안 가르치는 게 상책이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설렁탕, 곰탕 나눠서 뭐 하겠는가. 제안컨대 국회에 즉시 설렁탕, 곰탕 분류를 위한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 음식 하나 제대로 구별 못 한다면 신토불이도 한국 문화 진흥도 말짱 헛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뚜기 곰탕면이 맛있는지 팔도진국설렁탕면이 맛있는지 제보 바람.

  • Kakao Talk
  • Kakao Story

Credit

에디터
박찬일(로칸다 몽로 셰프)
일러스트nice.cola
출처
41271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허스트중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