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너머

식물성 고기가 과연 진짜 고기 맛을 대체할까.

5월 2일 미국의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가 나스닥에 상장하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상장한 당일 주가가 65.75달러로 공모가 대비 163% 급등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화려한 상장 데뷔였다. 이 글을 쓰는 6월 11일 기준, 비욘드미트의 주가는 126.04달러다. 이쯤 되니 대체육이라 불리는 식물성 고기가 도대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해진다. 대체육은 기존 육고기의 맛 혹은 영양을 대신할 미래의 식재료로 크게 세 종으로 분류된다. 식용 곤충과 식물성 고기, 배양육이 바로 그것. 그중 식용 곤충은 여전히 혐오 식품이라는 인상을 벗지 못했고, 줄기세포를 활용해 연구소에서 만드는 배양육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한편, 식물성 고기는 역사도 길고 꽤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채식주의자를 위해 콩 단백질로 만든 ‘콩고기’를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듣거나 맛봤다.

그렇다면 식물성 고기가 이토록 열렬히 환영받을 정도로 오늘날 채식주의자가 많이 늘어난 것일까. 그건 아니다. 물론 채식주의자 수가 점점 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최근 식물성 고기에 쏠리는 관심은 비단 채식주의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류와 지구환경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기존의 육식과 축산업을 대체할 식물성 고기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다. 지나친 육식이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햄버거 패티와 같은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고기 소비량이 매년 늘고 있다. 한편 지구상에서 축산업에 활용되는 토지는 30%에 달하며, 축산업으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벌목됐다. 또 사료 경작지에 투여하는 비료, 제초제와 축산 폐기물, 항생제 등이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키는 등 생태계 전반에 큰 부담을 안긴다. 2009년에 환경 분야 전문 연구 기관인 월드워치연구소가 발간한 잡지에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 총량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1%에 달한다는 주장의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육고기가 인간과 지구환경의 안위를 위협한다는 연구 발표가 쏟아지며 식물성 고기는 기존의 육식을 대체할 영웅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1년간 식물성 고기를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심지어 패스트푸드업계에서 누구보다 고기 맛을 강조해온 버거킹도 지난 4월 식물성 고기 패티를 이용한 버거 메뉴를 출시했다. 미국의 식물성 고기 시장에서 비욘드미트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임파서블푸즈의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 와퍼’가 바로 그것. 버거킹은 지난 4월 매장 방문객 수가 전달 대비 17% 증가하자 이를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채식 버거를 판매하는 매장을 59개에서 올해 안에 7300개로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도 식물성 고기를 대중화할 조짐이 슬슬 감지된다. 동원F&B는 비욘드미트와 독점 계약을 맺고 버거 패티를 판매한다. 또 롯데푸드는 엔네이처 제로미트라는 식물성 고기 브랜드를 론칭하여 너겟, 돈가스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다짐육 질감으로 개발한 대체육을 반조리한 제품이라는 점이다. 이는 채소, 콩, 곡류, 견과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의 영양은 구현할 수 있을지언정 여전히 고기의 질감은 흉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기사를 준비하며 비욘드미트 버거 패티를 구입하여 시식했다. 미국에서는 ‘진짜 고기 맛에 가깝다’는 평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버거킹은 임파서블 와퍼의 블라인드 테스트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물론 비욘드미트나 임파서블푸즈의 제품이 기존 콩고기와 차별화될 정도로 맛에 완성도가 있으니 그만한 돈과 관심이 쏠릴 터. 하지만 시식한 결과는 기대와 달리 채식 버거 패티가 소고기 패티를 대체하려면 갈 길이 구만 리 같아 보인다. 과일 향을 연상시키는 단내와 분홍 소시지에 가까운 분홍빛이 영 어색하다. 조리 예시대로 구워도 그 색과 냄새가 여전히 거슬리며, 고기 풍미보다 불 맛이 더 강조된 느낌이다. 질감도 퍼석하고. 색, 냄새, 맛 어디에서도 고기와 유사점을 찾기 힘들다. 아니나 다를까, 비욘드미트는 붉은 육즙을 표현하기 위해 비트(빨간 무)를 사용했다고 한다.

축산이 확대되고 인간의 고기 섭취량이 늘며 축산업이 지구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입니다. 대체육이 그 부담을 줄여주리라 예상하고 또 기대합니다. 그럼에도 축산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축산이 지구에 주는 이점이 있으니까요. 만약 축산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농사를 지을 때 화학 퇴비에 의존해야 하며,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겁니다.”

유기 축산에 매달려온 친환경 저지방 축산물 브랜드 네이처오다 변동훈 대표의 설명이다. 변 대표는 대체육을 개발하는 한편, 기존의 축산업계가 공장형 축사 등 관행으로 해오던 폐해를 정확히 진단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방량을 높이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풀이 아닌 곡식을 먹여 생태계를 유린하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국내 축산업은 변화가 더 절실해 보인다. “소비자들이 대체육에 열광하는 추세를 보며 역으로 축산업계가 스스로 환경을 생각하는 축산의 필요성을 느끼고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까요?” 다소 낙관적으로 들리기는 하나, 그의 예견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어찌 됐든 대체육에 열광하기 전에 과연 인공적으로 가공한 고기가 인간의 건강에 더 유리한지, 대체육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지점은 없는지 심도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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