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의 말

냉철한데 따뜻하거나, 따뜻한데 냉철하거나.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ㅣ문학동네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선언’이라는 단어는 괜히 힘주어 읽게 된다. 결연한 마음이 느껴져서. 당차게 자신이 개인주의자라는 사실을 선언한 대상이 현직 판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과 공포가 몰려왔다. 판사가, 이 나라 법관이, 사람 앞에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야 할 주체가 인류애자가 아닌 개인주의자여도 괜찮은 걸까? 괜찮다. 적어도 이 글을 쓴 문유석 판사는 합리적 개인주의자라고 선언했다.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를 꿈꾸는 합리적 개인주의. 그 선언의 연장선에서, 그의 말을 빌리면 ‘나같이 이기적이고 무심한 사람조차 자꾸 접하다 보니 결국은 깨닫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합리적으로 남에게 신경 안 쓰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한 개인주의자가 도저히 신경을 끌 수 없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판사가 쓴 글인 만큼 사건사고 판결 사례가 많지 않을까 기대하는 법정물 애호가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각자가 행복해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박완서의 말
박완서ㅣ마음산책

내가 중하니까 남도 중하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말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말을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그렇다는 사실을 박완서 작가의 언어를 보며 느낀다. 박완서 작가의 글에는 온기가 있다. 그 온기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아서 이러한 품성을 지니려면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까 상상하게 된다. 소설을 쓰는 일 외에는 일기도 써본 적 없고 누구에게 편지 한 통 써본 적 없다는 박완서 작가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볼 수 있을 인터뷰집이다. 그간 각종 문예지와 잡지에 실린 박완서 작가의 인터뷰 중 책으로 엮이지 않은 것을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 작가가 모았다. 그는 어머니 박완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엄마의 개인주의가 나에게 특별한 기운을 줍니다.” 개인주의자란 이기주의자와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내가 소중하기에 남도 소중하다고 말하는 뜻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터뷰집에 실린 따스하고 단단한 박완서의 언어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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