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로 달리다

강화도로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이왕이면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을이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시원한 맞바람을 따라 달리다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곳곳에 흩어진 놀 거리를 찾는 모험을 즐기고 싶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떠나야 한다. 계획을 짜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반경 100km 안에서 당일치기 여행지를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강화도를 추천한다. 강화도라고? 진짜?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화도는 서울 북서쪽에 있는 섬이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크지만 꽤나 심심한 섬이다. 내 기억에는 듬성듬성 위치한 작은 마을과 수산 센터, 물이 빠진 갯벌이 전부다. 확실한 놀 거리도, 흥미로운 볼거리도 없다. 불과 2년 전에 갔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화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양한 맛집과 볼거리로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서울 신사역에서 출발해 강화도 입구까지 국도로 약 60km. 1시간 20분 거리다. 모터사이클 투어치고는 가까운 거리지만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강화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 족히 50~60km 이상 달려야 한다. 당일치기 코스라면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한다.

강화도로 이어지는 국도 주변 풍경은 분명 멋진 모습이 아니다. 특히 썰물 때 물이 빠진 해안 도로에서는 황량한 느낌만 받을 뿐이다. 그런데도 가을 투어로 강화도가 나쁘지 않은 것은 내륙을 가로지르며 만나는 미개발 지역 때문이다. 한적한 국도를 따라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모습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황금빛 벼가 출렁이는 논두렁의 아름다운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멋진 풍경을 가로지르는 이 순간이 좋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림 속을 유유히 달린다.

강화 씨사이드 리조트가 첫 번째 목적지다. 루지(luge)라는 바퀴 달린 썰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곤돌라를 타고 길상산 정상에 오른다. 강화도 남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여기서부터 약 1.8km, 트랙으로 포장된 내리막길을 루지를 타고 질주한다. 재밌다. 카트와 썰매가 결합된 느낌. 속도가 빨라서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하루 종일 타라고 해도 탈 수 있겠다.

점심시간에 맞춰서 식당을 검색한다. 확실히 예전보다 선택권이 많다. 여러 맛집 중에서도 거리가 멀지 않은 수제 버거 전문점을 선택했다. 식당에 도착해서는 약간 놀랐다. 서울 이태원 뒷골목에 있을 법한 모습이다. 버거히어로라는 이름도 그렇고, 실내 디자인도 그렇다. 미국식 버거 전문점을 안팎으로 그대로 구현한 곳이다.

점심을 먹고 강화도 북쪽에 있는 강화평화전망대를 향해 달린다. 강화도 내륙은 중앙에 위치한 여러 개의 산 주변으로 완만한 도로가 이어진다. 부담 없이 여행하기에 좋다. 물론 왕복 160km가 넘는 장거리를 주파하려면 좋은 파트너와 호흡을 맞출 필요도 있다. 이번 여행에는 BMW R 1200 GS 랠리와 함께 했다. 장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달리는 데 이만한 모델도 없다. 이런 장르에 속하려면 많은 것을 갖춰야 한다. 높은 엔진 출력과 균형감 있는 차체, 고급 편의 장비가 중요하다.

GS 랠리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어드벤처 모델이지만 포장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는 일도 척척 해낸다. 스로틀 레버를 힘 있게 돌리면 엔진 음색이 변하며 눈앞의 풍경이 빠르게 사라진다. 엔진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시트와 핸들바를 통해 온몸에 전해진다. 얼마 전까지 받았던 스트레스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멀리 날아간다.

갑자기 눈앞에 검문소가 보인다. 두 명의 군인이 길을 막는다. 다음 목적지인 강화평화전망대를 가려면 군사 통제 지역에 들어가야 한다. 겁먹을 필요 없다. 간단한 신상 정보를 기록하면 된다. 전망대에 올라 불과 2km 떨어진 북한을 바라봤다. 그들과 이렇게 가까이 있다. 하긴 여기서 평양까지 불과 18km다. 망원경으로 보면 북한 주민들이 농사짓는 모습이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와볼 만하다. 이 자리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강화도에서는 서쪽 해안을 드리우는 낙조가 멋지다. 그 모습에 취한다. 일교차가 커서 해가 모습을 감추자 갑자기 재킷 사이로 추위가 엄습한다. 서둘러 GS 랠리의 앞머리를 동쪽으로 돌린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강화도, 초지대교에서 평화전망대까지

모터사이클로 강화도에 접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김포시와 연결된 초지대교와 강화대교를 건넌다. 내륙에서 접근할 때 김포시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행이 목적이라면 시내를 통과하는 것보다 서쪽 바다와 인접한 국도로 움직이는 것을 추천한다. 강화도 남쪽에서 북쪽까지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30~40분 거리다. 따라서 가능하면 미리 경로를 짜고 섬을 시계 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순서대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좋다.

당일치기라면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하는 것이 투어의 질을 높이는 비결이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오전 8시에 출발해 오후 7시 이후에 돌아오는 스케줄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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