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더, 제주

숨은 보석 같은 바를 찾았다. 홀로 술 마셔도 외롭지 않은 곳. 제주의 밤을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어주는 곳이다.

제주도 안덕면 사계리는 2,500명이 살고 있는 작은 농촌 마을이지만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많다. 제주의 명산 산방산과 수려한 해안 절경인 용머리 해안 그리고 ‘한국의 100대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사계 해안도로가 그들이다. 덕분에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추노> 등 각종 드라마와 영화가 사계리에서 촬영되었다.

사계마을에는 한 편의 영화 같은 다이닝 바 쿠쿠루쿠쿠 Cucurucucu가 있다. 여행객이 떠나고 사계리에 어둠과 적막이 내려앉으면 쿠쿠루쿠쿠가 기지개를 켠다. 이곳은 요즘 제주에서 가장 핫한 곳이지만, 과거 우체국과 마을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쓰였던 건물이어서 겉모습은 소박하다. 그 흔한 간판도 없다. 입구의 푸른 벽과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은은한 조명 불빛만이 간판을 대신할 뿐이다.

제주도 작은 농촌 마을 사계리의 바 쿠쿠루쿠쿠

따스한 조명 빛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외관과 달리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한쪽 벽면에 뿌려지는 오래된 흑백영화와 매력적인 음악 소리, 키가 큰 야자수와 동남아 스타일의 의자와 카펫, 사연이 가득할 것 같은 앤티크 스타일의 유럽풍 가구. 뿐만 아니라 테이블, 진열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고풍스러운 자개 장식 가구들까지. 남국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유럽의 분위기 그리고 한국적 분위기까지 다양한 향기가 혼재된 새로운 세상이다. 마치 컬트영화 혹은 하나의 주제로 여러 이야기가 담긴 옴니버스식 영화 같은 모습이랄까?

정갈한 외관과는 다른 분위기

발 뒤에서 칵테일을 제조 중인 주인장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연 술과 음식이다. 술과 칵테일, 와인, 맥주가 있는데 독특한 분위기가 뒤섞인 쿠쿠루쿠쿠와 어울리는 술은 고민할 바 없이 칵테일이다. 봄베이 사파이어 진토닉, 핸드릭스 진토닉, 위스키 사워, 깔루아 밀크, 패션프루트 에일 등 다양한 칵테일이 있는데 패션프루트 에일핸드릭스 진토닉이 쿠쿠루쿠쿠의 얼굴이다. 패션프루트 에일은 테킬라를 베이스로 브라질 남부지역의 대표 과일 패션프루트를 접목해 만든 쿠쿠루쿠쿠만의 칵테일. 열대지방의 달콤한 맛과 테킬라의 와일드한 맛이 만나 상큼하면서도 진한 향이 풍긴다. 핸드릭스 진토닉은 11가지 허브와 장미꽃 추출 오일 에센스 등으로 만드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엄 진 핸드릭스 진에 토닉워터 그리고 오이를 첨가해 마신다.

쿠쿠루쿠쿠 식 패션프루트 에일

11가지 허브와 오이 향이 매력적인 핸드릭스 진토닉

칵테일과도 잘 어울리는 관자구이 카수엘라

자리에 앉아 칵테일을 주문하면 발이 처져있는 바에서 주인장이 열심히 술을 제조한다. 분위기 때문인지 발 뒤에서 살며시 움직이는 주인장의 모습이 홍콩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칵테일을 마시는 나도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아니면 술 한잔 취해버린 것이 분명하다. 분위기와 술에 정신을 놓고 있으면 매력적인 음식이 얼굴을 내민다. 칠리 콘카르네 라자냐, 관자구이 카수엘라와 같은 스페인 음식이 이곳의 대표 요리다. 대방어 스테이크와 같은 계절 음식도 있다. 요리는 타파스(Tapas,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을 이르는 스페인 말)와 식사로도 주문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관자구이 카수엘라가 특히 맛 좋다. 카수엘라 Cazuela라 불리는 스페인 냄비에 두툼한 관자와 마늘을 올리브유에 구워내는 요리다. 올리브와 마늘의 간이 잘 베인 관자 맛이 정말 좋다. 한입 맛을 보고 나면 사랑하는 이의 입술을 탐하는 것처럼 계속해 입이 간다. 상큼하면서 진한 핸드릭진 칵테일과 짭짤한 관자 맛과의 궁합이 환상적이다. 그렇게 한입, 한잔을 더해가다 보면 술에 취해, 맛에 취해,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이런 매력적인 공간을 만든 주인장의 내공이 궁금해졌다. 용기내어 주인장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술은 가끔 황당한 용기를 선사하지 않던가. 주인장은 3년 전 제주로 이주한 젊은 부부. 오랜 기간, 디제이, 바텐더, 음향 관련 일을 했던 재주꾼 방재광 씨와 스페인요리 광이자 바리스타였던 유정은 씨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바람으로 쿠쿠루쿠쿠를 만들었다.
쿠쿠루쿠쿠는 비록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곳만의 독특한 색으로 소화되어 매력적인 한 편의 영화가 되었다. 그곳이 사계리에 있어 더더욱 특별하다. 쿠쿠루쿠쿠는 분명 당신의 제주 밤을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바의 주인장은 3년 전 제주로 이주한 젊은 부부다.

쿠쿠루쿠쿠는 영화 <그녀에게>에서 흘러나왔던 음악 ‘쿠쿠루쿠쿠 팔로마 Cucurucucu Paloma’의 제목

메뉴 패션프루트 에일 9천원, 핸드릭스 진토닉 1만2천원, 관자구이 카수엘라 2만3천원
주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중앙로18번길 5
영업 16:00~01:00(목요일 휴무)

writer is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작가이자 제주도민. <설렘 두배 오키나와>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 <제주 탐닉> 등 구석구석 여행 다닌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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