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그 후 1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터진 지 1년이 지났다. 그럼 디젤 게이트 이후 무엇이 변했을까?

총알 한 방. 전 세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밀어 넣은 제1차 세계대전은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암살한 단 한 발의 총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고 사라예보의 총알 한 발과 같은(최소한 그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은) 사건이 작년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일어났다. 바로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다. 작년 9월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믿어지지 않는 발표를 했다. 폭스바겐 디젤 모델에서 배출 가스 저감 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발견됐다는 것.
쉽게 말해 배출 가스 인증 시험을 진행하는 시험실에서는 규정을 만족시키도록 정화 장치를 작동시키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연료 효율성과 출력 향상을 위해 배출 가스 정화 기능을 줄이는 변칙적인 방법을 썼다는 것이다. 사건이 터지기 불과 사나흘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폭스바겐 그룹 나이트’에서 그들은 승리의 축배를 들었고 모두가 그것을 인정했다. 그랬던 폭스바겐 그룹이었기에 디젤 게이트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아마 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렀다. 폭스바겐 그룹이 단 이틀 만인 9월 20일에 혐의를 인정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해당 TDI 디젤 모델의 미국 내 판매를 즉시 중단했다. 하지만 4기통 TDI 엔진(코드 EA189) 탑재 모델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내에서 이미 48만2000여 대가 판매됐다. 분명 모두 리콜 대상이었다. 그리고 또 이틀이 지난 9월 22일, 폭스바겐 그룹은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자동차가 전 세계에 1100만 대 있다고 발표했다. 무려 1100만 대. 그리고 또 이틀이 지난 9월 24일에는 불과 열흘 전에 승리의 축배를 들었던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그룹 회장이 사퇴했다. 그는 “폭스바겐은 새 출발해야 한다”는 한마디를 남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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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저먼 엔지니어링(German engineering)’의 상징인 독일의 대표 기업이었고 세계 최고·최대의 자동차 전문 기업 중 하나다. 연구 개발비를 너무 많이 써서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엔지니어링에 집착하던 회사다. 자동차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모터사이클부터 대형 트럭과 슈퍼카 브랜드까지 거느리게 됐다. 그랬던 기업이기에 최소한 기본에 대한 신뢰는 확고했다. 그만큼 철석같이 믿었던 대상이기에 소비자의 배신감은 엄청났다. 사태 직전인 9월 17일에 167.40유로였던 폭스바겐 주가는 불과 보름 만인 10월 2일에 101.15유로까지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350억 유로, 즉 45조원이 주식시장에서 증발했다. 한국도 그 파장이 규모는 작지만 강력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수입하는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법인 단위로는 BMW 코리아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를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입 차를 판매하는 회사다. 그리고 그 원동력에 TDI라는 디젤 모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연히 리콜 규모도 12만5000여 대로 큰 것은 당연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는 많은 후유증과 영향을 남겼다. 단적으로는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것부터 시작한다. 폭스바겐은 우리나라 수입 차 시장의 두 가지 대세인 독일 차와 디젤차를 대표하는 브랜드였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수입차의 양대 대세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고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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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으로 수입 차 3위(폭스바겐)와 4위(아우디) 브랜드의 발이 묶였다. 디젤 신모델의 인증 지연으로 실질적으로 판매할 디젤 모델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치명적이다. 게다가 이들 브랜드의 디젤 모델이 자리를 비운 시장을 일본산 하이브리드나 기타 브랜드의 가솔린 차종이 대체하지 못해서 더 큰 문제였다. 영향은 그뿐이 아니다. 수입 차와 국산 차 시장의 간격을 줄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던 폭스바겐의 공백도 컸다. 이는 수입 차 시장의 성장에 커다란 전략적 퇴보다.
사실 디젤 게이트의 핵심은 폭스바겐의 위법성과는 별도로 디젤 엔진의 친환경 이미지가 허상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디젤 엔진이 빠르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험실에서만 친환경이었지 실제 도로에서는 이와 정반대였던 것이다. 스모그와 폐 질환의 원인인 질소산화물이 포함된 매연을 대놓고 내뿜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디젤 엔진의 근본적 장점조차도 신뢰를 잃게 됐다. 이는 자동차 제작사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실생활과 동떨어진 시험 조건을 허용한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물론 내년부터 실제 도로 주행을 시험 조건으로 도입하는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이미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미 현실적인 과도기 대책이었던 디젤 엔진이 신뢰를 잃으면서 세계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수소 연료 전기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로 트렌드가 전환되고 있다. 디젤 엔진의 강자였던 독일 브랜드도 디젤 게이트 때문에 등 떠밀리듯 친환경 자동차 발표를 앞당기는 모습이다. 그래서 앞으로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여기에 앞으로의 경쟁에는 자동차업체뿐만 아니라 구글이나 애플, 테슬라 등 IT업체도 참여할 것이라는 점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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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게이트 이후 사회적으로 대두된 것도 있었다. 바로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다(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 미국에는 폭스바겐이 48만 대의 고객들에게 우선 1000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11월에 약속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 29일 폭스바겐이 미국 소비자와 당국에 147억 달러(약 17조4000억원)를 다시 배상하기로 합의한 것은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디젤 게이트와 관련하여 리콜 관련 과징금 141억원, 그리고 인증 서류 조작 등에 대해 17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 전부다. 중요한 것은 액수가 아니다. 과징금은 범법 행위에 대한 금전적 제재다. 즉 소비자가 입은 정신적·금전적 손해나 일반 대중이 피해 입은 환경오염 등은 전혀 보상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환경 파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곤 정부로 귀속되는 과징금에만 신경을 쓰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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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법 제도하에서는 한국 피해자들이 폭스바겐을 상대로 민법에 의거한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징벌적 손해 배상은 범법 행위에 대한 징벌을 담당하는 형법과 상대방의 손해를 구제하는 민법적 성격을 동시에 띠는 제도다. 따라서 배상액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아예 범법 행위를 시도하려는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형법과 민법의 경계가 무너지고 편의에 따라 오·남용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 폭스바겐이 왜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지시했는지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폭스바겐 게이트 이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클린 디젤의 이미지는 한 방에 무너졌다. 그리고 모든 흐름이 차세대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만 같던 수입 차 시장의 성장세가 무너졌다.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새로운 법체계를 생각하게 하는 사회적 토론의 촉발제가 됐다. 이것이 지난 1년간의 변화다. 폭스바겐은 세계가 급격하게 변하는, 강력한 총알 한 방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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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게이트 후 이모저모

#1 디젤 게이트 직후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의 초기 대응은 정확하게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다. 고객에게는 신속하게 원론적인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공식적으로는 본사와의 협의에 따라 통일된 목소리를 전달함으로써 불필요한 혼란과 책임 소재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매해 1000만 대를 판매하는 폭스바겐 그룹에게 7만 대 남짓한 한국 시장은 크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은 한국은 폭스바겐이 수입 차 시장에서 선두 그룹을 달리는 몇 안 되는 나라이며 디젤차의 비중이 가장 높은 시장이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사태의 파장은 크지 않을지 몰라도 그 충격은 매우 강력하리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 결과 폭스바겐 그룹은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 급성장 시장에서 힘을 잃었다. 이렇듯 숫자만으로는 모든 스토리를 말할 수 없다.

#2 대중 사이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있다. ‘폭스바겐의 문제냐’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모든 디젤차가 문제가 됐다. 거의 모든 디젤차가 실제 도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인증 시험 방법을 만족시켰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실제 도로에서는 배출 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정부가 20여 가지 디젤 모델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제 도로 주행 시험에서 BMW 520d만이 현행 규정(유로 6 기준)을 만족시켰다. 폭스바겐도 의외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이럴 바에는 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느니 정공법에 집중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3 환경부가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판매한 32개 차종 70여 개 모델에 대해 인증 취소와 함께 자발적 판매 정지 명령을 내렸다. ‘괘씸죄’라는 말도 들린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와 환경부의 관계가 과거 몇 가지 사안 때문에 껄끄러웠던 것은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와중에 폭스바겐 게이트가 터졌고 환경부는 폭스바겐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거의 모든 모델의 인증을 취소하고 회사는 물론 전·현직 임직원들까지 검찰의 지휘하에 수사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한 예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리콜 진행 후도 연비가 저하되면 차량 교환 명령까지 내리겠다니 사뭇 극단적이다. 사실 창조 경제를 추구하는 현 정부의 방향성에서 볼 때 독일과의 무역 마찰이 걱정된다.
고용 창출과 경기 회복에 예산을 쏟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이 다른 유관 부서와의 협의는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말해 정책 조율 기능을 의심할 정도로 환경부와 검찰의 대응은 전격적이고 강력했다. 그래서 형평성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과 환경오염으로 간접적으로 침해를 받은 국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 도덕성을 기준으로 보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 보상이나 배상은 법률을 어기거나 직접적인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기업이 인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도덕적인 기업을 상대하려면 불매 운동 같은 체계적인 소비자 운동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는 도덕성이 이윤 창출에 필요한 요건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도덕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가 더 똑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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