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의 완성

심장 박동을 빠르게 만드는 이 차는 현행 911의 마지막 퍼즐이다.

porsche 911 carerra 4 gts
엔진 2981cc, 수평대향 6기통 트윈 터보 | 최고 출력 450마력 | 최대 토크 56.1kg·m | 변속기 자동 7단, PDK | 구동 방식 AWD | 공인 연비 8.8km/L | 크기 4525×1850×1300mm | 기본 가격 1억8150만원 (쿠페)

빨강. 스펙트럼 파장의 630~700nm 부분에 있는 순색을 말한다. 이 강렬한 색은 인간의 감각신경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활성화시키고, 뇌척수를 자극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 그래서 정열, 흥분, 적극성으로 표현된다. 빨강은 에너지가 넘치는 색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허용된 색은 아니다. 지표면에서 아주 극소수를 차지할 만큼 드물다. 우리에게 빨강은 특별한 색이다.

카민 레드. Hex 컬러 코드 ‘#ff0038’, RGB 코드로는 ‘255, 0, 56’으로 나타난다. 한글로는 짙고 어두운 붉은색을 뜻한다. 이 깊고 어두운 빨강은 포르쉐 911 GTS를 상징하는 대표 컬러다. 이 세상에 빨간색으로 치장한 차는 많다. 하지만 빨간색을 의미 있게 만드는 차는 드물다. 911 GTS는 이 어두운 빨강이 잘 어울린다. 차 주변을 흑백으로 보이게 할 만큼 강하게 시선을 끌어당긴다.

본디 포르쉐 911은 특별한 스포츠카다. 같은 디자인 구조를 이미 수십 년째 유지하는 고집스러운 녀석이다. 자동차 꼬리에 엔진을 달았다. 그래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이 특징이됐다. 보기에 멋지고 개성 있다. 하지만 공학적 측면에서는 균형이 흐트러지는 불리한 구조적 특성을 가졌다. 그런데도 이 차는 지난 수십 년간 스포츠카 시장의 리더 역할을 해냈다. 이론적으로 불리한 구조임에도 기술을 통해 유리한 결과로 만들어냈다. 그런 집념이 담겼다. 911은 그런 차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발전한 것이 GTS다.

GTS(그랜드 투어러 스포츠)는 911 카레라 라인업의 완성형 버전에 가깝다. 포르쉐에게 GTS는 레이싱의 흔적이자 도전이다. 1960년대 904 GTS 경주 차를 시작으로 1980년대 924 GTS, 1990년대 928 GTS로 명맥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포르쉐 라인업의 가장 완성도 높은 제품 라인업이 됐다. 911 GTS가 어두운 붉은색과 잘 어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차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어두운 빨강은 완벽한 수단이다.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스포츠 성능을 누린다(More Sportcar for Less Money).’ 포르쉐가 말하는 GTS의 테마다. 차의 디자인과 성능,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을 증대시키기 위해 섬세한 터치와 눈부신 조율로 제품의 차별화를 꾀한다. 일부 고급 옵션을 기본으로 포함하고 있기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EXTERIOR
헤드램프와 윈도 가니시, 머플러, 엠블럼 등 곳곳에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작은 변화지만 실제로는 훨씬 강하고 세련된 인상을 만든다. 고성능 모델 GT3와 비슷한 앞 범퍼 디자인과 20인치 휠, 스포츠 머플러가 특징이다.

911 GTS는 911 카레라와 고성능 버전 GT3 사이의 기막힌 타협점이다. 양쪽의 장점만 흡수해 진화한 형태. 장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911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게 조율한 차다.

빨간색 보디의 911 카레라 4 GTS를 앞에 두고 뒤 타이어와 휠 하우스 사이를 한참 바라봤다. 그곳은 고작 손가락 세 개 정도 들어갈 공간뿐이다. GTS의 서스펜션은 옵션에 따라 기본형보다 10~20mm 높이가 낮아진다. 그러니까 서스펜션이 위아래로 움직이도록 허용한 거리가 고작 손가락 세 개 정도다. 이게 왜 중요할까. 이건 자신감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 그러면서도 차가 튀지 않고 타이어가 노면을 꽉 붙잡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911 GTS의 승차감은 크게 나쁘지 않다. 요철을 부드럽게 넘어 다니는 수준은 아니지만 ‘우당탕탕’이 아니라 ‘쿵쿵쿵’ 정도로 소화한다.

GTS는 기본 모델에서 옵션으로 선택해야 하는 퍼포먼스 패키지를 기초로 만든다. 911 카레라 4 GTS의 경우에도 엔진 출력은 S 모델보다 30마력 올라간 450마력(56.0kg·m)을 발휘한다. 높은 출력을 세밀하게 제어하기 위해 포르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같은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단순히 몇 가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차의 성격을 도로에서 서킷용으로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

가속력은 화끈했다. ‘반짝’ 차를 밀어붙이고 끝나는 수준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했다. 속도계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회전했다. 포인트는 섀시와 엔진 출력의 균형이었다. 가속과 감속, 회전까지 모든 움직임에서 차의 각 부분이 물리 한계와 격렬하게 싸움하며 균형을 잡았다. 스티어링 휠 5시 방향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계기반에 20초라는 숫자가 떴다. 약 20초간 엔진과 변속기가 차의 가속을 최대치로 돕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차이는 상당했다. 엔진은 6500rpm까지 돌았다. 두껍고 맹렬한 엔진 소리와 떨리는 진동이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INTERIOR
스티어링 휠과 시트, 천장, 도어 트림에 알칸타라 소재를 기본으로 사용했다. 스포츠 시트는 어깨와 허벅지, 옆구리 부위를 효과적으로 지지한다. 계기반 중앙, 엔진 회전 미터를 가득 채운 카민 레드와 선명한 GTS 로고가 시선을 고정시킨다.

이 차를 타는 동안 나는 운전을 적당히 끝낼 수가 없었다. 머리로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데 가슴으로는 완전히 동화가 됐다. 어쩌면 반대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차를 시승하는 날 외부 기온은 영하 12도였다. 당연히 노면은 빙판이었다. 스포츠 타이어도 꽝꽝 얼어붙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차와 기꺼이 춤을 췄다. 엉덩이가 계속해서 코너 밖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좀 더 섬세하게 제어할 때 차는 앞으로 계속 달려나갔다. 아니, 달릴 의지가 생기게 해줬다. 내 모든 운전 실력이 차의 잠재적 운동 성능을 끌어내는 데 쓰이고 있었다.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차는 위태로워졌지만 동시에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여차하면 미끄러져버릴 고속 코너에서도 차체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911 카레라 4 GTS의 전자제어 네 바퀴 구동계는 기민하게 반응했다(이름에 붙은 ‘4’는 네 바퀴 굴림을 뜻한다). 필요한 순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면서 차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 차는 뒷바퀴 굴림의 ‘민첩한 핸들링’과 네 바퀴 굴림의 ‘뛰어난 타이어 접지력’을 두루 만족시킨다. 매끈한 하드웨어와 잘 조율된 운전 감각이 만족스럽다. 결과적으로 기후 조건의 영향으로 주춤거릴 수준의 차가 아니다. 어떤 장소, 어떤 순간에서도 주행 성능을 최대로 끌어낼 준비가 되어 있다. 잘 만들어진 기계, 그 이상이다. 차를 타는 동안 그저 모든 것이 한 덩어리처럼 조화를 이룬다고 느꼈다.

911 카레라 4 GTS는 라인업의 빈 공간을 채우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공간에 딱 어울리는 기획력과 기술력을 가졌다. 디자인이나 편의 장비, 가격 면에서도 그랬다. 어두운 빨강 보디 컬러부터 가죽을 연결하는 스티치까지 모든 것에 의미가 담겨 있다. 혀를 내두를 만큼 철저하게 계산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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