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턴마틴 밴티지, 또 한번의 위대함

새로운 에스턴마틴 밴티지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꿈틀거렸다. 강렬한 배기 사운드로 심장을 찔렀다.

ASTON MARTIN VANTAGE
엔진 4.0L V8 트윈 터보 | 최고 출력 510마력 | 최대 토크 69.8kg·m | 변속기 자동 8단 | 구동 방식 RWD | 복합 연비 9.7km/L | 크기 4465×1941×1273mm | 가격 1억9800만원부터

제품은 이름이 중요하다. 잘 지어진 이름은 그 물건의 성격이나 깊이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어쩌면 제품의 목적이 명확해야만 좋은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많은 자동차가 좋은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다. 멋진 단어로 저마다 의미를 부여한다. 물론 기계에 멋진 이름을 부여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자동차가 팩스 기계처럼 복잡한 이름을 사용한다. 소비자가 많은 부분에서 혼동하는 이유다.

영국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 애스턴마틴도 제품의 일부가 비밀스러운 코드명 같다.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밀 병기의 이름에 적합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밴티지(Vantage)’는 다르다. 단어 그대로 아주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이름이다. ‘유리하다’ 혹은 ‘우세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밴티지는 1970년대부터 애스턴마틴의 고성능 라인업 이름으로 쓰였다. 이 차의 특징은 클래스를 압도하는 성능이다. 2005년 등장한 모델은 V8 엔진을 기본으로, 거대한 V12 엔진을 얹기도 했다. 7단 수동 변속기 같은 과감한 선택도 서슴지 않았다. 12년 만에 바뀐 2018년형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신형의 모습은 원초적이다. 정제된 카리스마의 모습을 보이던 과거와 달리 하나의 유기체처럼 꿈틀거린다. 앞 범퍼의 커다란 공기 흡입구와 네 바퀴 위로 툭 튀어나온 펜더 라인은 자신감의 상징이다. 두 눈이 멀 만큼 자극적이지만, 형광색을 뒤집어쓴 차체를 거부할 수가 없다. 뒷바퀴 하단에 달린 커다란 공기 흐름 안정 장치와 섹시한 테일 램프가 군침이 돌게 한다.

이 차는 경주용 자동차처럼 강렬한 모습이지만, 동시에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처럼 우아하다. 실내 곳곳을 감싼 최고급 가죽과 안락한 시트가 대표적이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두 손의 감각이 은은하다. 마치 운전자의 마음을 가볍게 달래는 듯하다. 그래서 차 안에 있을 때 때때로 눈을 지그시 감기도 한다.

운전자 옆으로 배치된 각종 제어 장치는 현란한 디테일로 시선을 끈다. 번쩍이는 크롬과 형광색 플라스틱 패널이 미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안팎으로 감각적이다. 우연히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다. 이전에 등장한 애스턴마틴의 여러 콘셉트카가 밴티지를 통해 현실화된다.

V8 엔진의 연주

짜릿한 운전 경험. 애스턴마틴이 생각하는 밴티지의 존재 이유다. 시동 버튼을 깊게 누르면, 엔진이 큰 숨을 들이쉬며 요란하게 깨어난다. 이 차는 뿌리에서부터 진정한 스포츠카를 꿈꾼다. 흥미로운 점은 주행 감각에 오묘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포르쉐나 페라리와는 확실히 다르다. 코너의 정점을 찾기 위해 드라이버가 눈알을 날카롭게 굴려야 하는 움직임이 아니다. 빠르고 민첩하지만 동시에 안락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 품위가 있다. 영국식 신사처럼 차분하고 나긋하다.

V8 엔진은 메르세데스-AMG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차체 꽁무니에서 쏟아지는 우렁찬 배기음은 완벽하게 애스턴마틴의 작품이다. 우르릉 쾅쾅! 막혔던 귀가 시원하게 뚫린다. 공기와 연료가 만나 강하게 압축됐다가 폭발한다.

여덟 개의 실린더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며 환상적인 음률을 만든다. 엔진 회전수가 늘어날 때 마치 오케스트라 공연장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 이건 소리가 아니다. 음악을 쏟아낸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EXTERIOR
차가운 기계가 아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시각적인 역동성을 극대화한다. 애스턴마틴 디자이너들은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자세를 표현하고자 했다. 근육질의 볼륨감 있는 보디라인에 날카로운 앞뒤 라이트 디자인, 커다란 휠이 특징이다. 난폭한 엔진 소리처럼, 애써 정체를 숨기지 않는다. 형광색 보디 컬러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차를 본 적 있는가?

모든 엔진 출력을 과감하게 분출한다(510마력, 69.8kg·m). 가속페달에 힘을 줄 때 차가 세상을 향해 날카롭게 파고든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6초가 걸린다. 등을 떠미는 가속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두툼한 토크가 차를 꾸준히 이끈다. 짜릿한 배기음이 차를 따라 달린다. 엔진 회전수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까지.

스티어링 휠이 가리키는 방향과 운전자가 예상한 움직임이 처음에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다 하나의 라인으로 서서히 융합된다. 운동 성능 면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차체는 복합 소재와 어우러져 뛰어난 강성을 실현한다.

여기에 탄탄한 서스펜션이 조합된다. 뛰어난 핸들링을 위한 투자다. 코너를 돌파하는 감각의 50%는 경주용 차 같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호화로운 응접실이다. 이해가 되는가? 서로 다른 양면성이 지속적으로 마찰하며 어우러진다.

INTERIOR
시트는 폭이 넓고 단단하면서 높이가 낮다. 실내는 마치 비행기 운전석 같다. 운전자가 몰입하도록 노력한 흔적이다. 일부 실내 장치를 메르세데스-벤츠 제품과 호환한다. 물론 똑같은 구성은 아니다. 모든 것이 애스턴마틴 방식으로 재단장된다. 전용 액세서리를 선택하면 트렁크 및 수화물 공간에 크기가 꼭 맞는 가죽 가방을 선택할 수도 있다.

승차감의 변화도 확실하다. 평소에는 안락하다. 요철을 부드럽게 넘으며 실내로 전해지는 각종 스트레스를 줄인다. 반면 주행 성능을 극대화한 스포츠 모드에선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운동 성능을 제외한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강하게 노면과 밀착한다. 코너에서 차의 무게가 타이어를 완전히 짓누른다. 동시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앞바퀴가 앞머리를 정확하게 돌려놓는다. 찰나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운전자가 아주 자신 있게 도로를 질주할 수 있다.

밴티지는 개성적인 자동차다. 비슷한 차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차의 주행 성능은 뛰어난 균형을 추구한다. 반대로 운전 감각은 여유롭다. 차를 타고 내릴 때까지 예상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이 모든 것은 위대한 차를 만들려는 애스턴마틴 기술자들의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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