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아우디

더 뉴 아우디 R8과 함께 달릴 때 확신이 있었다. 내 목숨을 기꺼이 걸 만큼 믿을 만하다.

Audi R8 V10 Plus Coupe
엔진
5204cc V10 / 최고 출력 610마력 / 최대 토크 57.1kg·m / 변속기 듀얼 클러치 7단 자동 / 구동 방식 AWD / 복합 연비 6.5km/L / 크기 4425×1940×1250mm / 기본 가격 2억4900만원

10개의 실린더,
90도 V 앵글 엔진,
8500rpm 레드 존,
7단 듀얼 클러치,
610마력 최고 출력,
5.2L 배기량,
4개 바퀴로 굴리는 구동력,
330km/h 최고 속도,
2개의 시트,
1명의 드라이버.

내 눈앞에 2세대로 진화한 아우디 R8 V10 플러스가 서 있다. 이 차는 말 그대로 ‘슈퍼 아우디’다. 꽤 진지한 가격표에 어울리는 진지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신형은 드라이브 트레인의 진화와 숙성을 동시에 감행했다. 쉽게 말해 최고급 세단의 안락함에서 짜릿한 주행 감각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운전자를 만족시킨다.

R8은 한때 ‘람보르기니의 저렴한 버전’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 얘기는 1998년, 독일 아우디가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를 인수할 때로 거슬러간다. 두 회사는 기술 제휴를 통해 서로가 시장에서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을 짰다. 아우디의 기술 지원을 받아 람보르기니는 무르시엘라고, 가야르도 같은 21세기형 스포츠카를 성공적으로 재탄생시켰다. 비슷한 시기에 아우디는 가야르도와 기술을 공유한 R8을 세상에 내놨다. R8의 노선은 가야르도와 분명히 달랐다. V10 엔진의 슈퍼 스포츠카가 아니라 V8 엔진의 데일리 스포츠카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때 아우디는 이미 알고 있었다. R8의 잠재력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그것이 씨앗이 됐는지, 혹은 경쟁자나 소비자의 목소리 때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R8도 가야르도의 V10 엔진을 탐하게 됐다.

1세대 R8 V10 플러스를 타보고 나는 확신했다. 람보르기니의 저렴한 버전이 아니라 람보르기니를 위협하는 차라는 사실을 말이다. 람보르기니는 불편하고 신경질적이며 광적인 모습에 집착했다. 반면 아우디는 세련되고 빠르고 유연하다. R8은 특유의 절제된 감각으로 균형을 맞춘다. 모든 것이 완벽하길 바란다. 안정감 있고 짜릿한 주행 성능, 넉넉한 실내와 짐 공간, 첨단 편의 장비가 조화를 이루는 이유다.

R8은 분명 만능 스포츠카다. 출퇴근길에도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고 장거리 여행도 문제없다. 스타일도, 편의성도 좋다. 무엇보다 스포츠 주행 감각이 탁월하다. 차를 운전하면서 모든 상황에서 결과를 확신할 수 있다. 어느 지점까지 목숨을 걸 만큼 빠르게 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함께 달릴 자동차를 고르라면? 나는 고민하지 않고 R8을 선택할 것이다. R8은 그 정도 완성도를 갖춘 차다.

그럼 2세대로 진화한 신형은 어떨까? 결과적으로 더 좋아졌다. 먼저 시각적인 즐거움에 높은 점수를 주겠다. R8의 첫인상은 자동차가 아니라 우주선 같다. 낮고 넓고 둥글고 덩어리졌다. 용도가 서로 다른 구멍이 차체 곳곳에 뚫렸다. 그 속으로 복잡한 파이프와 기계적 장치가 들어찼다. 슈퍼카라는 장르에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본디 슈퍼카는 주변 시선을 강탈하기 위한 존재다. 하지만 R8은 절제의 미학을 과시한다. 그래서 더 세련됐다. 어쩌면 이것이 아우디가 보여줄 수 있는 과시의 최고 등급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겉모습만으로도 차의 실력을 모두 알 수 없다. 포커페이스.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R8을 마주하면 차에 타기가 싫어. 차에 타면 멋진 겉모습을 볼 수가 없잖아!”

INTERIOR
신형의 무기는 실내 디자인이다. 운전자 중심의 실내가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다른 슈퍼카에 비해 실내 구획이 정확히 구분된다. 버추얼 콕핏이라 불리는 TFT 스크린 계기반을 통해 차의 모든 정보를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정리해서 보여준다. 시승 차의 시트는 등받이 각도가 고정된 스포츠 버킷 시트였다. 일상적으로 쓰기엔 불편하지만, 개인적으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신형의 실내는 다시 한번 크게 정리됐다. 실내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스티어링 휠, 계기반, 그리고 기어 레버 주변. 주행 성능에 관련된 모든 버튼은 스티어링 휠 안쪽으로 배치됐다. 그래서 레이싱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엔진 시동, 주행 모드, 스포츠 배기 설정을 달리면서 쉽게 바꾼다. 스티어링 휠 쪽으로 기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센터패시아가 단순해졌다. 공조 장치 다이얼과 통합 컨트롤러(MMI)만 기어 레버 주변에 깔끔하게 위치한다.

차에 달린 시트는 두 개. 하지만 오롯이 운전자를 위한 차라는 설정이다. 차의 모든 상세 기능을 기어레버 하단의 통합 컨트롤러로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동승석 승객을 위한 모니터는 달려 있지 않다. 디스플레이는 계기반을 꽉 채운 아우디 버추얼 콕핏이 전부다. 그만큼 운전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운전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R8은 스포츠카의 본질에 그만큼 가깝다.

운전석 바로 뒤, 차의 거의 중심에 V10 5.2L 엔진이 달렸다. 최대 8500rpm까지 회전한다. 최고 출력은 610마력, 최대 토크는 57.1kg·m를 발휘한다.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출력이 60마력 높아졌다. 가속력이 화끈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3.2초다. 하지만 그저 잘 달린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특히 도로가 직선에서 곡선으로 변할 때 그렇다.

EXTERIOR
외부 디자인은 미래를 바라본다. 구석구석 마치 조각 작품처럼 멋지다. 특히 앞, 옆, 뒤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감각과 비율에 주목할 만하다.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한 차체에 탄소 강화 플라스틱을 대거 접목했다. 이전 모델보다 가볍지만 차체 강성은 40%가량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코너로 뛰어든다. 강력한 가속력으로 다음 코너로 내던져진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차가 포탄처럼 날아와 코너 입구에 안착한다. 이때 신형의 개선된 부분을 몸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앞뒤 타이어 접지력이 운전자에게 세밀하게 전달된다. 엉덩이로 스포츠 시트를 꾹 눌러 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뒷바퀴 동력이 땅에 전달되는 지점까지도 느껴진다. 허풍이 아니다. R8과 함께 달리며 어느 순간 정신이 차에 동화됐다. 머리로 생각하면, R8이 곧바로 실행했다. 코너에서 마치 레일 위를 달리듯 라인을 그렸다. 7단 듀얼 클러치도 그랬다. 손끝으로 패들 시프트를 당기면 즉각적으로 변속을 마치고 동력을 바퀴로 분배했다.

코너를 전속력으로 파고들 때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믿음을 준다. 앞바퀴가 미끄러질 때를 경고하고 대처할 기회를 줬다. 뒷바퀴는 언제나 노면을 꽉 쥐고 버텼다. 구조적으론 뻣뻣한 네 바퀴 굴림이지만, 능동적으로 동력을 배분하면서 마치 뒷바퀴 굴림 자동차처럼 세련되게 움직였다.

신형은 최첨단 전자제어 기술이 낳은 산물이다. 모든 것이 전기 신호를 기초로 작동한다. 스티어링 시스템은 완벽한 기계식이 아니라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는다. 7단 변속기는 기어 레버와 실제 변속기가 전선으로만 연결된다. 모두 드라이브-바이-와이어(전기 신호로 작동) 방식이다. 그런데도 신형 R8이 만들어내는 주행 감각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오히려 물리적 기계장치로 구성된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감각과 비슷하다. 신형 R8을 높게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차는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머리를 가진 완벽한 기계다. 안팎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킬 충분한 힘도 가졌다. 어느 순간 ‘드림카’라는 존재가 사라진 나에게도 이 차는 충분히 먹혔다. 다시 드림카를 꿈꾸게 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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