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드론들 1편

드론은 멀리 있는 기술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드론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건축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다
김현준(제주도에 사는 건축가)

건축 작업에 드론을 활용한다고 들었어요.

제주도에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드론을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찍는 데 사용했어요. 그러다 직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고요. 건축물의 주변 환경이나 완성된 모습을 일반 카메라로 기록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군요. 건축물은 지붕까지 다 보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기존에는 3D 모델링을 활용했지만 비용과 제작 시간이 많이 들고 표현력에도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드론을 이용하면서 모든 것이 훨씬 선명하고 간편해졌어요. 설계 초기에 대지를 조사하는 것부터 완성된 모습까지 사실적으로 볼 수 있죠.

이제는 건축물 주변도 볼 수 있겠네요.

건축 설계는 흐름이나 맥락이 중요하거든요. 건물 하나 우뚝 세우는 게 아니라 주변 풍경, 사람에게 주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돼요. 그런 용도로 활용하기에 드론이 안성맞춤이죠. 드론을 이용한 항공 촬영은 설계뿐 아니라 최종 마감 품질 점검에도 효과적이에요.

얼마 전 제주도에 카페를 설계하게 됐어요. 대지가 마을의 상징적인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주변 풍경을 읽고 이해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지요. 실제로 도면뿐 아니라 조감도 같은 그림으로 설명할 일도 많았고요. 보통 조감도는 앞으로 지을 건물의 예상도이자 정보를 한눈에 제공하는 그림이에요. 이번 프로젝트에선 그래픽으로 만든 조감도 대신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활용했어요. 건축가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건축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현장의 모습과 분위기, 주변과의 조화를 표현해야죠. 그래서 드론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요.

건축업계에서 드론을 많이 이용하나요?

이제야 조금씩 쓰는 것 같아요. 최근에 소규모 건축물 공사 절차가 조금 까다로워졌거든요. 규정법도 많이 제정됐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건축의 처음과 끝을 기록하는 용도뿐 아니라 공사 기간 중 현장 기록이나 감리 용도로도 활용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드론 중 지금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실제 현장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죠. 그러니까 휴대하기 좋고, 영상 품질이나 비행 능력을 골고루 갖춘 제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DJI 매빅 프로를 선택한거죠. 자연 풍경을 찍을 때는 장애물이 없지만 건물을 찍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죠. 포커스를 특정 부분에 유지해야 해요. 전깃줄이나 간판 등도 잘 피해야 하고요. 그래서 매빅 프로에 자동 촬영 기능을 많이 활용했어요. 몇 번 촬영하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지금은 제어하는 데 어렵지 않고요.

제주도에서는 드론 비행에 제한이 없나요?

공항 근처를 제외하면 특별한 제한은 없어요. 물론 제주도에서 드론과 관련된 사건들이 있었죠. 여름에 해수욕장이나 숙박업소 주변을 찍으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민감한 부분도 있어요.

앞으로 드론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예정인가요?

현재 제주의 지역성에 관한 건축 중심의 단편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어요. 제주의 건축물은 풍경과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왜곡시키지 않는 드론을 활용하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은 건축의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기에 훌륭한 도구예요. 앞으로는 사람들의 동선이나, 도시 공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시켜보고 싶어요.


화재 피해를 미리 막는다
기영후(서울 구로소방서 소방관)

드론은 소방 활동에 무슨 도움을 주나요?

구로소방서에서 구조 업무와 함께 보조 활동으로 드론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래서 드론을 소방 업무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요. 최근에는 비상 소화 장치 정보를 드론과 VR(가상현실)로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비상 소화 장치는 소방수, 관창, 노즐, 소화장 개폐 장비를 모아둔 장소입니다.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나 화재에 취약한 주거 밀집 지역에 설치하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 진화에 도움을 주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는 게 목적이거든요. 하지만 각 소방서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훈련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효과가 미비합니다. 시민들이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거든요. 그래서 누구나 쉽게 비상 소화 장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드론과 VR 기술을 활용하게 된 것이죠.

비행에 제한은 없나요?

서울 소방소 관할 지역 중 청와대 인근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일부 협조가 가능합니다. 현재 6개월 단위로 승인을 받고 있어요. 화재 신고가 들어오면 어느 지점으로 비행할지 이야기하고 드론을 띄울 수 있죠. 문제는 관제권이에요. 김포공항이 인접한 상황이라 해당 지역에서 드론을 날릴 수 없습니다. 사실 소방서에서 쓰는 드론은 항공기에 영향을 줄 정도로 높게 날지 않아요. 건물 높이 정도로 날죠. 실제로 최근에 공사장 화재 신고를 받고 새벽에 출동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신고지가 공사장이니까 정확한 건물명이나 주소가 없는 상황이었죠. 어쨌든 어렵게 현장에 도착했는데 20층 건물이라 옥상에 난 불이 안 보이는 거예요. 공사장이라 승강기도 없어서 장비를 모두 들고 20층을 걸어 올라갔죠. 이때 만약 드론을 날릴 수 있었다면 훨씬 빠르게 위치를 확인하고 화재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겠죠. 실제로 이런 중요한 정보가 화재 진압 결과에 큰 영향을 주거든요.

업무로 많은 제품을 쓸 텐데요. 개인적으론 무슨 기종을 주로 쓰나요?

드론 종류는 많죠. 하지만 결국 DJI를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이 분야에서 성능이 독보적이죠. 기체 안정성뿐 아니라 카메라 성능, 안전장치, 조종기와 연결 성능까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어요.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에 비해 성능이 월등하죠. 이전에 팬텀 3나 팬텀 4를 쓰면서 휴대성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작은 가방에 모든 장비가 들어가니까 언제, 어디에서든 촬영할 수 있고요.

드론과 VR을 이용한 콘텐츠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라 생각하나요?

서울 소방 드론 동호회라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드론의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VR과 접목하는 거죠.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만으로도 많은 가능성이 있어요. 예컨대 산악 사고 시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드론과 VR로 구축하는 거죠. 조난자가 발생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정확한 자기 위치를 알게 해주는 거예요.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같이 등산객이 많은 지역에 서비스하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소방관을 위한 VR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큰 복합 상가의 경우 VR과 드론을 이용해 건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거죠. 외부에는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그리고 옥내 소화전의 위치, 출입구, 피난 경로를 기록하는 거죠. 지금까지는 구조 작업 때 건물 도면을 확인하거나 단순한 사진을 보고 위치를 확인했거든요.

혼자서 도전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요.

당연히 안팎으로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부 매스컴에서는 ‘작년에 서울소방에서 드론 71대를 구매했는데 활동 실적이 미미하다’고 보도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중 대부분이 훈련용 장난감 드론이거든요. 소방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 드론은 30대 정도밖에 안 됩니다. 아주 부족하죠. 게다가 자체적으로 드론을 활용할 준비가 됐더라도 비행 금지 구역 같은 여러 제한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럼에도 매스컴의 이런 오보 때문에 소방관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지원도 줄게 되죠. 저와 동료들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규제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달라져야겠죠. 특수 상황에 맞춰 제도가 개선되고 인식도 좋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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