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의 심장

모두가 변화를 좇을 때 그란투리스모 스포트는 변화를 줄이는 데 힘쓴다.

maserati granturismo sport
엔진 4691cc, V8 | 최고 출력 460마력 | 최대 토크 53.0kg·m | 변속기 자동 6단 | 구동 방식 RWD | 복합 연비 6.2km/L | 크기 4910×1915×1355mm | 기본 가격 2억1900만원

EXTERIOR 이 차의 핵심은 우아한 디자인에 있다. ‘상어 코’라 불리는 공격적인 앞 범퍼에서 유선형으로 끝까지 흐르는 늘씬한 쿠페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보디를 이루는 선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리듬을 탄다.

“갸르릉! 우당탕!”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의 커다란 배기음이 고막을 찌르듯 밀려온다. 100m 밖에서 들릴 자극적인 소리가 차 안으로 메아리친다. 하지만 싫지 않다. 오히려 더 듣고 싶다. 중독적이다. 소리가 음파에서 에너지로 바뀌어 가슴속에서 희열을 느끼게 한다. 이 차의 배기음은 속도나 엔진 회전수에 따른 고유의 음률이 있다. 낮은 속도에서는 ‘웅~’ 하는 묵직한 소리가 이어지다가 속도가 빨라질수록 ‘빠~’ 하는 고음으로 바뀐다. 그리고 엔진이 변속기와 회전수를 맞춰 연결되는 순간 ‘빠앙!’ 하면서 강하고 깔끔한 쉼표를 찍는다.

그란투리스모는 커다란 악기를 타고 다니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렇게 우아하게, 그리고 우렁차게 소리를 분출하는 차는 요즘 시대에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은 모두가 규제 앞에서 목소리를 낮추느라 바쁘니까. 이런 소리는 절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철저한 디자인과 조율이 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마세라티에는 ‘엔진 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라는 특이한 직책이 있다. 말 그대로 엔진 소리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와 함께 악보를 그려가며 엔진 소리를 작곡한다.

그란투리스모가 소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소리가 감성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어서다. 4.7L V8 자연흡기 엔진이 배기구로 뿜어내는 음률은 최신의 기계 장치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다. 효율을 강조하는 터보 엔진이나 배터리 기반의 전기모터는 꿈도 꾸지 못할 결과다. 여기에는 100년의 마세라티 역사와 기술적 노하우가 녹아 있다. 소리뿐 아니라 차의 모든 감각이 그러하다. 요즘 기준에서는 그란투리스모는 분명 구식이다. 그렇지만 이건 진짜 자동차다. 스마트폰에 바퀴를 단 요즘 차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란투리스모는 10여 년 전 처음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8년 전 경험했던 차와 오늘 타는 2018년형 그란투리스모는 감각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 이건 기술이나 의지의 부족이 아니다. 분명한 고집이다. 마세라티의 다른 모든 차종이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할 때도 그란투리스모는 오히려 변화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 차를 정통 스포츠카로 분류하는 확실한 기준이 몇 가지 있다. 디자인이 중심이다. 쿠페나 컨버터블 모두 스포츠카 디자인의 기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긴 휠베이스에 멋지게 떨어지는 쿠페 라인만 보면 알 수 있다. 역동적이다. 공기역학적으로 진화한 생명체처럼 앞은 뾰족하고 뒤로 갈수록 선이 굵어지면서 무게감을 강조한다. 단지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속도감이 느껴진다. 동시에 안정감이 있다.

INTERIOR 2018년형은 이중 로터리 컨트롤 제어장치로 한결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세부 기능을 제어한다. 여덟 가지 내부 색상을 바탕으로 탄소섬유, 월넛 브라이어 우드까지 다섯 가지 내부 장식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부드러움과 투박함이 공존한다. 직경이 큰 스티어링 휠, 푹신하지만 몸을 잘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가 장착되었다. 모두 장거리 운전에 초점을 맞춘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을 대변한다. 엉성한 마무리는 찾아볼 수 없다. 가죽과 섀미, 탄소섬유 등 최고의 소재로 화려하게 꾸몄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꾸준히 품질을 개선해온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 2018년형 모델에서는 특히 8.4인치로 커진 고해상도 터치스크린이 특징이다. 차의 세부 사항을 손가락으로 쉽게 조종한다. 더 효과적인 제어를 위해 기어레버 아래에 통합 컨트롤러가 달렸다. 반길 만한 변화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폰 미러링 기술도 사용했다. 2014년 시승했던 모델과 비교하면 분명 아날로그적 색채가 많이 줄었다. 스스로 약점을 인정하고 업그레이드로 편의성을 키웠다는 뜻이다.

독립형 뒷좌석은 여전히 강조할 만하다. 키 180cm의 성인이 타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무릎과 머리 부분에 여유 공간이 있다. 요즘 시장에서는 이런 뒷좌석을 마련한 정통 쿠페가 많지 않다. 소비자에게 적극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세라티는 레이싱 DNA를 양산 차에 접목하는 브랜드다. 1930년 이후 수많은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니 최소한 ‘잘 달리는 기준’은 아는 브랜드다. 그란투리스모 스포트의 V8 4.7L 엔진은 최고 출력 460마력(53.0kg嫥)을 발휘한다. 여기에 조합되는 변속기는 ZF사의 6단 자동이다.

운전 모드는 크게 자동과 수동 변속에서 스포츠, 일반, 아이스 중 선택할 수 있다. 기본 모드에서 운전 감각은 부드럽다. 아니, 부드럽기 위해 힘쓴다. 엔진은 저회전을 유지하고 변속기는 나긋나긋하다. 배기음은 최소로 유지하면서 여운을 남길 뿐이다. 그러나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엔진의 반응이 훨씬 민첩해진다. 변속기도 작동 시간 단축을 위해 힘쓴다. 이때부터 배기음이 폭발한다. 저회전에서 낮고 조용하던 음색은 3000rpm을 넘어서며 주체할 수 없이 퍼져나간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좋아서)인상을 찌푸릴 만큼.

모든 움직임에 기계적인 감각이 묻어 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묵직하게 출발해서 7500rpm까지 거침없이 엔진 회전수를 올린다. 강한 템포로 밀어붙인다. 1단부터 3단 기어까지 단숨에 클라이맥스에 오른다.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부분이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다. 시트를 지그시 누르고 있는 엉덩이로 꿈틀거리는 차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 차는 절대적으로 빠른 차는 아니다. 포르쉐 911 터보나 아우디 R8 같은 현대의 고성능 스포츠카와 비교할 때 달리기 효율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적당한 ‘낭비’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 있다. 이 부분에선 최고다. 가속하고, 서고, 회전하는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와 춤추듯 한다. 때론 아주 야성적이지만 운전자가 제대로 명령할 때는 온순하다. 물론 어떤 순간에서든 적절한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재미와 감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기를 쓰고 덤비지 않는다. 언제나 어디서나 여유롭고 우아하다.

분명 정통 스포츠카지만, 주 무대는 서킷이 아니다. 과시가 목적도 아니다. 차의 남은 여생을 도심 속에서 천천히 흘려보내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졌다.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는 숙성의 깊이가 있다. 좋은 악기, 좋은 와인과 비슷한 맥락이다.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만 어울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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