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다른 경쟁

렉서스 LS 500h는 기술과 예술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다.

엔진 3456cc V6 +전기모터 | 최고 출력 엔진 299마력 모터 179마력 시스템 359마력 | 최대 토크 35.7kg·m | 변속기
하이브리드 4단, 모의 10단 변속 | 구동 방식 AWD | 공인 연비 10.6km/L | 크기 5235×1900×1460mm | 기본 가격 1억5700만원(럭셔리), 1억7300만원(플래티넘)

나는 편하게 누운 상태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불과 20초 전, 허리를 곧게 세우고 창밖을 바라보던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버튼 하나만 눌렀을 뿐인데…. 편안한 각도로 젖혀진 오토만 시트에 기대어 체중을 분산시켰다. 앞좌석(동승석)은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최대한 밀착했다. 두 다리를 쭉 뻗고 두 손을 가볍게 배 위에 포갰다. 그리고 또 다른 버튼을 눌렀다. ‘쉬익~ 쉬익!’ 이번에는 시트가 마사지 실력을 뽐냈다. 엉덩이, 허리, 등, 어깨, 그리고 다시 엉덩이 순서로 리듬에 맞춰 내 몸을 꽉꽉 눌렀다. 신음 소리가 절로 났다. 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했다.

눈을 감았다. 차 안에 달린 23개의 스피커가 귀를 간지럽혔다.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3D 사운드 시스템이 실내 구석구석에서 소리를 내뿜었다. 총 2400W 출력이 괜한 스펙이 아니다. 천장에 달린 4개의 스피커가 승객을 향해 곧바로 소리를 뿌리는 것도 특이하다. 귀가 시원하다. 아니, 편안하다는 표현이 더 알맞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선명한 질감의 음악 소리가 인상적이다. 때마침 자동차가 엔진 시동을 끄고 전기모터로 주행 모드를 전환했다. 세상엔 노래 소리, 그리고 누워서 달리는 나뿐이었다.

렉서스 LS 500h는 뒷좌석의 편의성을 최고로 끌어올린 차다. 11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된 5세대 모델이다. 하지만 기억을 되짚어가면 10년 전 경험한 4세대 모델의 뒷좌석에도 만족을 느꼈다. 넓은 공간, 편안한 시트, 적극적인 안마 기능, 그리고 최상의 사운드까지 말이다. 그럼 신형은 이전 모델의 단순한 업그레이드 버전인가?

“최고의 대형차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0에서부터 재검토했습니다. LS 500h는 ‘비저너리 하이브리드(Visionary Hybrid)’라는 슬로건처럼 하이브리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브랜드라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렉서스 인터내셔널 아사히 도시오 수석 엔지니어의 말처럼 새로운 LS 500h는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졌다. 분명 뒷좌석 오너를 위한 ‘진정한 쇼퍼드리븐’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목표가 분명 다르다. 이제는 운전자를 위한 주행 기술에도 신경 쓴다.

모델명 끝에 달린 ‘h’에서 알 수 있듯이 하이브리드가 바탕이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복잡한 전기제어 장치가 조화를 이룬다. 1억5000만원이 넘는 대형차에 하이브리드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 분명한 것은 단순히 경제성을 높이기 위함은 아니다. 렉서스에게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진화 중인 최첨단 기술이고, 미래 지속 가능성의 일부다. 그러니 LS 500h의 하이브리드는 프리우스의 그것과는 기술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다르다.

INTERIOR
인테리어 철학은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인간 중심 디자인이다. 앞좌석은 운전에 집중할 수 있고, 뒷좌석은 주변 상황에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그리고 여기엔 기교를 담은 수많은 디테일이 녹아 있다.

신형의 운전석은 독특하다. 현대미술 같다. 약간은 이해하기 힘든, 그러면서도 새로운 시각에 동화된다. 렉서스는 이 차에 장인 정신과 첨단 기술을 대폭 사용했다. 독특한 패턴의 아트 우드 트림, 기리코 패턴 장식 조명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일본 전통 미학에서 가져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렉서스 오모테나시를 이룬다. 풀이하면 ‘사용자에 대한 환대’다. 레드 와인색 가죽으로 꾸민 실내는 곳곳에 디테일이 살아 숨 쉰다. 다이얼과 버튼 하나하나를 절삭 가공으로 만들었다. 그만큼 쉽게 만든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의 목표가 좀 더 압축된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과 심플한 TFT 계기반이 운전에 집중하게 돕는다. 계기반 위,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곤충의 더듬이처럼 생긴 레버 두 개가 있다. 주행 모드 변경 스위치다. 흔히 주행 모드는 기어 레버 근처에서 조작하기 마련이다. 반면 LS는 여느 렉서스 스포츠카처럼 더듬이 형태 레버를 썼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스포츠 플러스, 노멀, 컴포트, 에코를 비롯해 스노와 전자제어 해제 등 여덟 가지다. 각 모드에서는 엔진과 모터, 변속기뿐 아니라 서스펜션의 반응이 달라진다.

LS 500h에 달린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는 이전보다 기술적으로 분명 진보했다. 3.5L V6 엔진에 두 개의 전기모터와 유단 기어를 조합한 구성이다. 모터를 제어하는 변속기는 4단으로 개선됐다. 각각의 유닛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가속할 땐 출력을 증폭시키고, 감속 시 충전 효율(회생 제동)을 끌어올린다. 물론 운전석에서 주행 시 모든 변화를 극적으로 느낄 수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동차 스스로 최적화한다는 게 특장점이니까. 그저 부드럽게, 안정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EXTERIOR
길게, 매끄럽게 뻗어나간 선들이 LS를 완성한다. 4도어 쿠페를 모티브로 넓고 낮은 차체로 안정감 있는 외모를 완성했다. 앞뒤에 녹아든 강렬한 스핀들 그릴 테마가 인상적이다.

이 차는 기본 무게가 2400kg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움직임이 굼뜨지 않다. 가속은 빠르고, 부드럽다. 그냥 원하는 지점까지 ‘훅’ 속도를 높인다. 스포츠/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엔진과 배기 소리가 살짝 격해지며 운전의 맛도 더한다. 이전보다 무게중심을 낮춘 설계, 차체 강성 극대화를 꾀했다. 그래서 핸들링도 좋아졌다. 분명 이전 모델보다 날카로운 운전 감각을 실현해냈다. 4세대 모델이 요트처럼 움직였다면 5세대는 제트 보트 같다. 하체가 부드럽고 무른 것은 이전과 비슷하다. 대신 운동 성능이 좀 더 정확하고 날렵하다.

이전의 LS는 뒷좌석에만 큰 가치를 두던 차였다. 하지만 신형은 자동차라는 전체 구성에서 대폭 발전했다. 운전자의 차로 인식되는 독일 플래그십 대형 세단을 직접 겨냥한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그런데도 이 차는 실제로 그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경쟁자가 없는 방향으로, 자신과 경쟁할 뿐이다. LS 500h는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개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개성이 기술과 예술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다. 인간의 창조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골고루 갖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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