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을 건너서’ 지프 올 뉴 랭글러 루비콘

지프 올 뉴 랭글러 루비콘을 타고 지구에서 가장 어려운 오프로드 코스에 도전했다.

캘리포니아 타호 호수 근처, 네바다산맥의 거친 화강암 산맥과 이어진 곳이었다. 발밑으로는 수천 년간 이 자리를 지킨 단단한 바위들만 보였다. 현대 문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건조한 공기와 뜨거운 햇볕이 체력을 지속적으로 갉아먹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돌산이 아찔하게 펼쳐졌다. 이곳에 혼자 있다고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겁에 질렸을 것이다. 인간의 힘만으로 이곳을 통과하기란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나는 자동차가 갈 수 있는 오프로드 코스 중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트레일 한가운데에 있었다. 초기 개척자들이 ‘건너가면 다시 건너올 수 없다’는 뜻으로 이곳을 ‘루비콘’이라 불렀다. 기원전 49년 줄리어스 시저가 운명적으로 건넜다는 로마 강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만큼 아주 험난한 지형이다. 실제로 코너를 돌 때마다 성인 덩치만 한 바위가 나타나고 고층 건물 높이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뤄 일행을 막아선다. 타이어가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내리막과 오르막에서 사투를 벌이고,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협곡도 통과해야 했다. 이곳을 도전하는 건 오프로드 마니아에게는 대단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분명 생명과도 연결되는 일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실력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 도전은 지프 올 뉴 랭글러 루비콘과 함께했다. 내가 아는 가장 이상적인 오프로드용 자동차. 공장에서 빠져나온 기본 상태(오프로드 패키지)로, 루비콘 트레일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이기도 했다. 

루비콘 트레일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오프로드 코스다. 자동차가 다니는 본격적인 경로는 룬 호수에서 레이크 호수까지 약 35km 구간. 그중에서도 이번 이벤트에는 트레일 입구에서 루비콘 스프링스까지 편도 12km 구간만 통과했다. 험로 전체에서 최고 난도는 가장 어렵다는 10등급. 이 중 랭글러 루비콘이 순정 상태로 통과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 8등급 정도다. 1953년 55대의 지프가 횡단한 이후(최초의 지프 잼버리) 지금까지 다양한 오프로드 마니아들이 루비콘 트레일을 찾아오고 있다.

# JL이라는 변화

지프 브랜드 역사는 루비콘 트레일과 60여 년을 함께했다. 루비콘 트레일은 지프에게 도전이자 일종의 시험이다. 세계 최고의 서킷에서 고성능 스포츠카가 만들어지듯 지프는 이곳에서 다양한 오프로드 기술을 만들고 개선했다. 네 바퀴 굴림, 로 기어, 강화 디퍼런셜과 분리형 프런트 스웨이 바 같은 독자적 기술이 대표적이다. 랭글러 라인업에서 오프로드에 가장 특화된 루비콘도 여기서 이름을 가져왔다. 

11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 올 뉴 랭글러의 코드명은 JL. 신형은 지프 양산 차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목표로 한다. 정확히 말하면 제품의 모든 부분이 일약 향상됐다. 디자인이 한결 세련되고 완성도는 크게 좋아졌다. 겉모습에서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랭글러가 이렇게 멋지고 섹시한 적이 있었던가! 

신형은 2도어와 4도어를 바탕으로 하드톱, 소프트톱, 캔버스톱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루프와 조합된다. 전체 분위기는 77년간 이어온 헤리티지에 여전히 충실하다. 하지만 첨단 기술편의 장비의 융합에도 무척이나 힘썼다. 헤드램프는 최신형 LED 타입으로 바뀌고, 프런트 그릴과 윈드실드를 좀 더 비스듬히 해서 공기역학적 성능을 높였다. 실내 중앙에 8.4인치 터치스크린, 계기반 중앙에 LCD 정보 창을 달아서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한다. 실내 품질과 마무리, 색상의 조합이 아주 마음에 든다. 여전히 투박하지만 레저용 자동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고급스러움을 최대로 표현했다.

루비콘 트레일에 들어오기 전 리조트 입구에서 약 40분간 포장도로를 달렸다. 소프트톱을 활짝 열고 캘리포니아의 건조하고 상쾌한 바람을 온몸으로 즐겼다. 왼쪽으로 타호 호수의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졌다. 음악을 크게 틀었다. 마치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포장도로를 달리면 신형의 변화를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승차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핸들링 반응성도 좀 더 민첩해졌다. 오프로드 중심 세팅으로 여전히 기우뚱거리지만 이 정도면 도심에서도 매일 출퇴근에 쓰는 데 문제없는 수준이다. 엔진은 2.0L 터보(272마력, 40.8kg·m)를 쓴다. 차의 덩치에 비해 약간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기우다. 출력을 높인 엔진이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루며 이전 모델보다 빠른 변속과 반응성을 이끌어낸다.  

물론 오프로드 주행 성능도 개선됐다. 전자제어 디퍼런셜이나 스웨이 바는 세팅을 변경할 때 반응 속도가 한결 빠르다. 겉모습에서 보이는 프런트 범퍼는 더 큰 진입 각과 탈출 각을 확보하기 위해 바퀴 앞쪽을 탈착할 수도 있다(미국 기준). 무엇보다 차의 모든 제어장치를 중앙으로 배치해 순간순간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가 훨씬 순조롭다.

#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 눈앞에 자동차 크기만 한 바위 여러 개가 길을 막았다. 그 사이를 곡예 운전하듯 지나야 했다. “여길 차가 진짜 지나갈 수 있다고?” 내가 이해하는 ‘길’이란 사람이나 자동차가 통과하는 일정한 너비의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는 길이 없다. 그런데도 내 앞에 보이는 트레일 가이드는 차를 계속 전진하라며 수신호를 보낸다.

운전자 혼자서 통과하기 어려운 코스에는 어김없이 트레일 가이드가 서 있다. 노란색 옷을 입은 트레일 가이드는 마치 오프로드 코스의 신호등 같다. 이들이 보이면 모든 차가 일렬로 쭉 정지한다. 그러고는 한 대씩 어려운 코스를 통과한다. 

트레일 가이드가 커다란 바위를 비스듬하게 넘어 반대쪽으로 고꾸라지듯 내려가라고 지시한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앞에 놓인 바위와 나무 사이로는 사람이나 동물도 지나가기 힘들 것 같다. 한쪽 타이어를 바위에 걸치고 천천히 전진한다. 앞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건 푸른 하늘과 트레일 가이드의 두 손이 전부다. 곧이어 차가 뒤집어질 듯 오른쪽으로 기운다. 운전석 쪽 뒷바퀴가 하늘로 30cm 떠오른다. 동승석에 앉은 파트너가 창문 밖으로 성큼 다가온 바닥을 확인한다. 그러고는 묘한 표정으로 웃는다. 이해한다. 운전자에게도 절대 즐거운 순간이 아니다. 곧 어딘가에 처박히거나 뒤집힐 것이 분명하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이 땀으로 축축하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물론 트레일 가이드만 믿고 무작정 장애물에 도전할 수는 없다. 코스에 진입할 때 머릿속으로 경로를 계산해야 한다. 넘어야 할 곳과 피해야 할 장애물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순간순간 랭글러가 가진 능력을 적절하게 이끌어내야 한다. 좌우 고저 차가 큰 장애물에서 전자식 스웨이 바가 빛을 발한다. 버튼을 누르면 좌우 앞바퀴를 연결하는 스트럿이 해제되고 양쪽 바퀴가 따로 놀며 고저 차가 커진다. 그래서 한쪽 바퀴가 구덩이로 내려가고 다른 한쪽 바퀴가 바위로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차가 뒤집어지지 않고 수평을 이룬다.

험로를 통과할 때 특정 바퀴가 구동력을 잃고 미끄러지거나 차체가 기울어지며 공중에 뜨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때 전자제어 잠금 디퍼런셜을 세팅하는 게 중요하다. 네 바퀴 동력을 4로(4-low) 기어로 고정한 상태에서 디퍼렌셜 잠금을 세팅한다. 그러면 앞뒤 50%, 혹은 뒷바퀴 양쪽으로 25%나 모든 바퀴로 25%씩 엔진 동력이 고정된다. 험로에서 차의 속력은 중요하지 않다. 깔끔하게, 무리 없이 장애물을 넘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순간순간 이런 기능을 적절히 사용하고 설정값을 변경하며 장애물에 대처한다.

루비콘 트레일에서 특히 어려운 코스에는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다. 하지만 그것까지 외울 시간은 없다. 차가 뒤집어지지 않게 운전에 집중하기도 바쁘다. 오전 9시에 출발해 꼬박 7시간 동안 운전했지만 고작 11km밖에 전진하지 못했다. 운전 시간 대비 움직인 거리로 코스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오프로드를 주행하면서 점점 적응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높이가 50cm 이하인 돌덩이는 장애물로 보이지도 않는다. ‘콰지직!’ ‘쾅!’ 돌이든 흙이든 나무든 장애물이 차 하부와 사이드 록 레일을 긁어댔다. 일부 코너에서는 애초 차체 하부와 록 레일을 바위에 대고 미끄럼을 탔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통과할 수 없었다.

# 지친 마음을 달래준 루비콘 스피링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목적지인 루비콘 스프링스 캠프장에 도착했다. 이번 트레일의 반환점, 그러니까 절반을 왔다는 뜻이다. 루비콘 스프링스는 대자연 속에서 여행자를 반기는 쉼터다. 호텔이나 리조트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오지’라는 표현처럼 전기나 상수도 시설은 없다. 휴대전화 수신 감도는 이미 바닥을 친 지 오래다.

여기에서는 그저 자연이 주는 기회만을 이용한다. 샤워는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한다. 비닐 팩에 물을 채워서 낮 동안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걸어두면 저녁에 미지근한 온수로 샤워할 수 있다. 잠은 텐트에서 잔다. 곰 출몰 지역이라 개인 텐트에는 먹을 것을 두어서는 안 된다. 남은 음식물은 지퍼락에 넣어서 멀리 떨어진 운동장에 모아두는 것이 좋다.   

일행이 이른 저녁을 먹고 캠프 주위를 서성였다. TV도 스마트폰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고요함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지를 알고 배울 수 있었다. 어두워진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듯 했다. 도시에서 육안으로 보기 힘든 많은 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걱정도 사라졌다. 자연 속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누군가 높게 쌓인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다. 그때 한 카우보이가 기타를 들고 나타났다. 목소리가 기가 막혔다. 한참 동안 그의 컨트리 뮤직을 들었다.

“Country road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a
Take me home country road~.”

# 그곳에 도전하는 이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고 걱정한 것은 돌아가는 길이었다. 루비콘 트레일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는 전날 통과한 비탈진 내리막이 아니다. 그곳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가파른 기울기도 문제지만 골이 심하게 파이고 폭도 좁았다. 타이어가 쉽게 미끄러지기에 운전이 매우 어려운 곳이다. 사실 여기서 겪은 모든 일을 글로 표현하는 건 한계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통과가 불가능해 보이는 장애물을 넘고, 뒷목이 뻣뻣해지는 경험을 몇 번 더 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쉽게 표현하기 어렵다. 그 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지구 어딘가에 이런 거대한 규모의 대자연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마주한 적이 없어도 높은 산과 넓은 평야, 커다란 폭포의 모습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림으로 보고, 상상으로 아는 것은 허구다. 실제로 그곳에 있고 경험해본다면 전혀 다른 세상임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루비콘 트레일에서 분명히 다른 세상을 경험했다. 어려운 코스였기에 완주했다는 성취감도 대단했다. 무엇보다 험로에서 운전이 진심으로 즐거웠다. 단순한 레저가 아닌 도전이었다. 물론 이런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성능으로 무장한 랭글러 루비콘 덕분이었다. 다른 차였다면 어땠을까? 애초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랭글러의 미래를 보여주는 오프로드 콘셉트카

미국 유타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오프로드 축제 ‘모압 이스트 사파리’를 위해 만든 콘셉트카들이 현장에 참가했다. “보지만 말고 타보세요!”

4 스피드

탄소섬유 보디와 알루미늄 터브 등 맞춤형 소재로 무게를 크게 줄인 초경량 랭글러. 차 길이를 앞뒤로 22cm가량 줄이고 35인치 타이어를 사용하는 등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했다. 

샌드스톰

오프로드 레이싱 대회 바자(Baja)에서 영감을 받았다. 극한의 드라이빙을 견디기 위해 서스펜션과 차체를 강화하고, V8 6.4L 엔진을 장착했다. 시트는 전 좌석 버킷 타입이다.  

짚스터

지프 오리지널 퍼포먼스 부품과 다양한 콘셉트가 결합한 형태. 1966년형 짚스터의 컬러 조합이 특징이다. 차 내부에 롤 케이지를 장착하고, 38인치 보조 타이어를 뒷좌석에 실었다.  

왜고니어 로드트립

1965년 등장한 지프 왜고니어를 바탕으로 했으며 클래식 지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겉보기에는 클래식이지만 오프로드에서 성능을 발휘할 구동계는 모두 현대식으로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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