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는 달릴 수 있을까?

네이버와 카카오, 닮은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정보 통신 기술 기업이 모빌리티 세계에서 맞붙는다.

웨이모(Waymo)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웨이모는 구글의 자율 주행 기술 개발 자회사다. 구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를 연구해왔고 2016년 12월 프로젝트 팀이던 웨이모를 독립 조직으로 분리했다. 웨이모의 자율 주행 기술이 담긴 크라이슬러 미니밴은 빠르면 올 연말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무인 주행 택시로 사용될 전망이다.

그런데 구글은 검색으로 성장하고 성공한 회사다. 대체 검색과 자율주행차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구글의 자율주행차 실험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는 어떤 연결 고리도 없어 보였다. 당시만 해도 ‘검색 광고로 떼돈 번 구글이 자동차 제조사로 나서는 건가?’ 정도의 의심이 전부였다.

하지만 딥 러닝과 머신 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5G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이 자율 주행 기술과 더불어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제공한다. 시간은 소비로 이어지며 소비는 검색을 통해 이뤄진다. 검색은 콘텐츠 사이를 헤집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 알려주는 일이다. 그리고 구글은 콘텐츠나 검색 과정에 광고를 붙여 돈을 벌어왔다. 구글에게 자율주행차는 검색이고 돈이다.

한국에서 ‘검색’ 하면 네이버다. 그런 네이버도 구글처럼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네이버랩스’라는 이름으로 공론화했다. 네이버랩스는 2013년에 활동을 시작한 R&D 조직이다. 2017년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인 파파고 출시와 함께 세상에 공개했다.

서울모터쇼에 공개한 건 실내와 실외를 담당하는 두 종류의 로봇 기술이었다. 실외는 토요타 프리우스 C를 토대로 한 자율 주행 실험 차 몫이었다. 실내는 M1이라고 하는 위치 측위 로봇과 어라운드라고 부르는 실내용 자율 주행 로봇이 책임진다.

두 자율 주행 로봇이 하는 일은 결국 공간의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이를 토대로 네이버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대형 쇼핑몰 어느 구역에 주차해야 매장과 가까운지, 인근 카페 중 가장 한적한 곳은 어디인지, 버스에 앉아 가려면 언제쯤 타는 게 좋은지 같은 정보 말이다. 네이버랩스는 이를 ‘생활환경지능’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의 한국 검색 점유율은 약 75%라고 한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하는 사용자 중 2500만 명이 브라우저 시작 페이지를 네이버로 둔다는 통계도 있다. 모바일 앱으로 네이버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하루에만 28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네이버는 이처럼 독과점에 가까운 막강한 검색 파워로 한국의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네이버 생활환경지능이 제공하는 정보가 유익하면 사용자는 더 늘어난다. 광고 단가의 기본은 노출 빈도다. 노출이 많을수록 단가가 올라간다. 네이버에게 자율 주행 기술은 광고다.

카카오의 영역 확장

지난 6월 일본 토요타는 그랩(Grab)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랩은 동남아 8개국에서 운영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다. 2012년 창업한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중국의 차량 공유업체인 디디추싱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를 투자받은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차량 공유 비즈니스의 원조 격인 우버로부터 우버 동남아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동남아 사용자만 1억1000만 명에 이르는 그랩은 단순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벗어나 음식 배달, 금융 서비스, 의료 지원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 같은 플랫폼은 모바일 네트워크와 연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한국에서 ‘모바일 네트워크’ 하면 카카오톡이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지난해 등록자 수가 2억2000만 명에 달했다. 실제 사용자만 쳐도 매달 4900만 명에 이른다. 한국만 따져봐도 십중팔구는 카카오톡을 사용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위력을 앞세워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서비스하는 카카오택시가 시작이었다. 카카오택시는 우버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한 차량 공유 서비스다. 일반 운전자가 아니라 택시 운전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지난 9월까지 운행 완료한 누적 운행 건수는 5억5568만 건에 달한다.

카카오택시가 성공하자 카카오는 2016년 영역을 대리운전으로 확장했다. 이듬해에는 주차 공간 연결 서비스까지 더해졌다. 카카오는 이들 공유 사업을 하나로 묶어 2017년 8월 카카오모빌리티라는 독립 법인을 출범시켰다.

택시와 대리운전, 주차, 내비게이션까지 아우르는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의 누적 가입자 수는 2020만 명 정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 5187만 명 중 39%가, 생산 가능 인구 3757만 명 중 54%가 카카오T에 가입돼 있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가입자가 늘어나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이용자는 소비를 하며 소비는 생활상을 반영한다. 이론상이지만 생활상이 파악되면 공급자는 그에 걸맞은 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진다.

그들의 공통점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한민국 온라인 생태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카카오의 일부인 다음으로 얘기하면 두 기업의 경쟁은 1990년대부터 20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의 강점은 어느새 뚜렷이 구별되고 있다.

네이버는 여전히 네이버 포털로 사용자를 움켜쥐고 있다. 블로그, 포스트, 카페 등 정보의 소화 방식도 다양하다. 지식인의 기세도 여전하고. 방대한 정보는 네이버 검색의 큰 힘이다. 한국에서 검색은 네이버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으로 한국인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인은 카카오톡 때문에 어디에 있든, 언제든 소통하거나 연결된다. 사진을 주고받기도 하고 문서를 보내고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연결은 카카오다.

닮은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정보 통신 기술 기업이 이제 모빌리티(mobility), 즉 이동성 분야에서 다시 맞붙고 있다. 이동성이라는 단어는 아직 생소하다. 비행기, 열차, 버스 같은 공공 이동 수단을 제외하고 개인의 이동성이라면 자동차가 전부나 다름없었다.

자동차는 우리에게 이동 수단이고 생활 반경을 넓히는 촉매제였으며 은밀한 나만의 휴식처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동차의 이동성은 점점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자율 주행과 초고속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부터다. 주변 환경을 살피면서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 경우에 따라서는 운전대나 페달조차 필요 없는 자율 주행무인 주행 자동차는 130여 년 동안 이어져온 자동차 산업의 그림까지 다시 그리게 한다.

공공의 자동차, 공유하는 자동차는 이동성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더 이상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며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자율 주행 시대의 이동은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우리는 로봇화된 자동차가 건네주는 여분의 시간을 (잠자며) 쉬거나, (영상을 보며) 놀거나, (쇼핑하느라 돈을) 쓰거나, (놀면 뭐 하냐는 상사의 압박에) 일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나 정보 전달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네이버나 카카오, 혹은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디지털 콘텐츠(정보)와 온라인 네트워크(소통)를 움켜쥐고 있는 정보 통신 기술(ICT) 기업이다.

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의 차세대 모빌리티 시대에도 양대 산맥으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속단할 일은 아니다. 당장 두 기업의 접근 방식이 판이하다. 네이버가 말하는 생활인공지능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 서비스에 다름 아니다. 네이버랩스 주도로 연구실험 중인 자율 주행 기술은 세상 모든 정보와 연결하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유 경제’를 이야기한다. 물류유통 분야에서 슬슬 얘기가 나오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택시나 운송 차량이 공차 상태로 움직이지 않도록 끊임없이 최적의 사용자와 연결해주는 것이 라스트 마일 비즈니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이 같은 연결을 위한 최고의 생태계다. 당장은 현대자동차와 다각도로 협력 관계를 맺어온 카카오가 조금 더 유리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들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 카카오는 지난해 제네시스 G70을 시작으로 다수의 현대-기아 시판 차에 적용됐다. 자동차 말고는 모두 가진 카카오에게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 1위인 현대차그룹보다 나은 파트너는 찾기 어렵다.

멀리 보면 네이버의 장점이 점점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 글로벌 지도위치 서비스 전문 업체인 히어(HERE)와 함께 구축하는 실내 지도 데이터는 소중한 자원이다. 또 다른 모빌리티 기업에 원천 기술을 수출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차세대 이동성에 대한 두 기업의 사업 방향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하다. 네이버는 모바일 생태계가 카카오톡만큼 치밀하지 못하다. 네이버 모바일 앱은 검색의 입구로 여전히 강력히 기능하지만, 온 국민이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 카카오톡에 비하지는 못한다.

애플 카플레이나 최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안드로이드 오토에 내비게이션 앱이 자리 잡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자체 개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어웨이(AWAY)라는 이름으로 선보였지만 자동차 제조사들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카카오는 아직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 모델이 확실하지 않다. 카카오택시를 유료화하려던 계획은 답보 상태이고, 현대자동차 지분을 인수해 선보이려던 또 다른 승차 공유 서비스(럭시) 역시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로 발걸음조차 떼지 못한 채다.

젊은 사용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도 두 기업에는 불안 요소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차츰 구글로 옮겨가고 있고, 카카오톡은 30대 이상 기성세대에게서만 입지가 탄탄하다. 네이버TV와 카카오TV도 좀처럼 유튜브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에 더 큰 위협은 실상 어린 사용자들이다. 네이버는 기획하고 관리한 콘텐츠로 한국의 정보를 거머쥐었다. 카카오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메신저로 전 국민을 하나로 연결시켰다.

그런데 이들이 구축한 저마다의 생태계는 어느덧 기성화됐다.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을 차츰 구글에 내주고, 카카오톡 대신 페이스북 메신저를 선호하는 10~20대가 많아졌으며, 네이버TV와 카카오TV가 유튜브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건 중고등학생 자녀가 꼰대 아빠를 멀리하려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적인 콘텐츠와 기성화된 환경이 어린 사용자를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소비를 촉진하는 플랫폼은 새로운 이동성 시대에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그건 견고하기보다 유연해야 한다. 소비는 기성세대 중심으로 이뤄질지라도 모든 변화는 새로운 생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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