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괜찮아

엔듀로 바이크를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무언가를 발견했다.

 

엔듀로 바이크 - 에스콰이어

덥다. 한여름 뜨거운 땡볕 아래에선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다. 이맘때는 유독 습도가 높고 찌는 듯한 더위가 낮부터 밤까지 계속된다. 그러니 장거리 모터사이클 투어를 떠나기 부담스러운 건 당연하다. 특히 장마철에는 더더욱 그렇다. 언제, 어떻게 폭우를 만나 낭패를 볼지 모르니까. 하지만 이럴 때 레저 스포츠라는 측면에서는 두 바퀴는 충분히 즐길 만하다. 윈드서핑이나 패러글라이딩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스포츠로서 모터사이클을 접한다. 스포츠라면 많은 것이 허락된다. 땀을 흘리는 게 자연스럽고, 일부러 고생하는 것도 즐겁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험도 가능하다. 많은 라이더가 그렇게 엔듀로 바이크(오프로드)를 타게 된다.

엔듀로 바이크는 오프로드를 달리는 데 특화된 형태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오프로드는 자동차가 다니는 흔한 비포장도로가 아니다. 사람이 오르내리기도 쉽지 않은 험난한 길이다. 아니, 정확히는 길도 아니다. 길이 난 곳을 따라 달리지만, 가끔은 길이 없는 곳을 통과하며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목적 없이 황무지를 달리진 않는다. 모든 스포츠엔 목표가 있고 특화된 장소가 필요하다. 엔듀로 바이크를 타는 데에도 좋은 오프로드 코스가 필수다. 오프로드에도 리듬이 있고, 난이도가 있다. 바위 언덕을 넘고, 강을 건너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할 장소가 필요하다. 내가 도전할 수 있는 곳, 도전해야 하는 곳. 최고의 오프로드란 그런 것이다. 그런 오프로드 환경을 찾아 길을 떠난다.

애초에 투어가 아니니까 집에서부터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진 않는다. 싣고 간다. 자동차에 카고 트레일러를 달고 엔듀로 바이크를 싣는다. 자동차의 장점과 모터사이클의 장점을 모두 경험하는 순간이다. 차에 타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고, 신나는 음악도 듣는다. 두 바퀴를 즐기는 과정이 이렇게 쾌적한 경우도 드물다.서울에서 1시간 30분을 달려 남한강이 옆으로 흐르는 양평의 한 들판에 차를 세운다. 모터사이클을 내리고 엔듀로 전용 기어를 온몸에 두른다. 갑자기 몸속에 에너지가 넘친다.

마음은 벌써 커다란 바위를 올라 산 정상으로 향한다. 하지만 먼저 몸풀기가 필수다. 기본기가 약하면 아무리 쉬운 코스라도 정복하지 못한다. 오프로드에서 달리는 감을 다시 익히는 게 중요하다.

엔듀로는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 마찰력이 크지 않은 곳을 달린다. 그래서 저속에서 모터사이클을 충분히 기울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코너링 기술이 필요하다. 보기엔 거칠지만 라이더의 모든 신경을 동원하는 섬세한 작업이다. 아주 작은 무게중심의 차이로 코너를 돌 수도, 혹은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잘 달리기 위해선 반복적인 기본기 연습만이 답이다.

엔듀로 바이크 - 에스콰이어

이번 오프로드에서 내 발이 되어줄 파트너는 KTM 250 EXC-F다. 사무실 팩스 기계 같은 복잡한 이름이지만, 오프로드 주행에서 가장 믿을 만한 장비다. 조립 공장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오프로드 경주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단순한 구조지만 구석구석 오프로드에서 다듬어진 흔적이 보인다. 특히 주행 감각이 뛰어나다. 노면 정보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불필요한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서스펜션 성능은 환상적이다. 언덕을 급하게 올라 4~5m를 날아서 착지할 때도 ‘푹신’하다.

기본적인 코너링을 30분 연습했을 뿐인데도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갑자기 눕고 싶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겨야 몸이 완전히 풀린다. 점심을 먹으러 잠깐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그다음 본격적으로 좋은 오프로드 코스에 오른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양자산 일대다.

엔듀로 바이크 - 에스콰이어
엔듀로 바이크 - 에스콰이어

‘우당탕탕!’ 눈앞에 별이 번쩍하고 보였다. 산길에 막 진입해 속도를 올릴 때였다. 물길로 흙이 팬 곳을 피하지 못하고 미끄러지며 곧바로 바이크와 함께 바닥으로 넘어졌다. 꽤 빠른 속도에서 넘어졌는데 250 EXC-F도 나도 멀쩡했다. 오프로드에서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다. 물론 안전 장비 덕분에 전혀 다치지 않았다. 모터사이클에도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넘어져도 큰 문제가 없네?’ 갑자기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스로틀을 과감하게 감았다. 뒷바퀴가 좌우로 요동쳤다. 엉덩이로 모터사이클을 꾹 눌렀다. 어떨 땐 앞바퀴에 접지력이 부족해 보였다.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매 초마다 달라지는 노면 정보를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몸을 바쁘게 움직였다. 자연은 모터사이클의 선생님이었다. 노면 상황에 따라 라이더가 잘 대응했을 때는 칭찬해줬다.

반대로 실수할 때는 모터사이클이 크게 휘청거리며 안전을 경고했다. 집중한다면 라이딩 중 무엇을 잘했는지, 무엇을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엔듀로 바이크 - 에스콰이어
엔듀로 바이크 - 에스콰이어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달렸다. 강을 건너고 여러 개의 가파른 언덕을 올라 목적지에 도착했다. 물론 산 정상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그래도 오늘의 주행은 여기까지다. 오프로드 힐 클라임에서는 약간 여유가 있다고 느낄 때 여정을 끝내는 게 좋다. 정상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누르고 안전하게 하산하는 자만이 다시 정상을 탐할 기회를 갖는다.

때마침 천둥, 번개가 쳤다.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폭우가 내렸다. 욕심내지 않고 내려가는 자에게 주는 하늘의 선물이다. 오프로드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 비를 맞는 건 난제다. 노면이 한결 미끄러워지면서 산을 오르기 훨씬 힘들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갈 때 맞는 비는 선물이다. 더운 몸을 빠르게 식혀주고, 땀에 찌든 찝찝한 기분을 날려준다.

차를 세워둔 장소로 돌아와 비를 맞으며 모터사이클을 차에 실었다. 운동 후라 그런지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깨끗한 비를 맞는 날도 드물다. 갑자기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이 떠올랐다. 비 오는 날 학교 운동장에서 뛰놀던 자유로운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비를 맞고 서 있다가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은 많은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도전하고 성취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한 것을 해냈다. 내 안에 잠재된 능력을 그렇게 발견해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열심히 연습해서, 산 넘고 물 건너 받은 보상이었다.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KTM 250 EXC-F

엔듀로 바이크 - 에스콰이어

전 세계 엔듀로 레이스 챔피언들은 KTM을 탄다.” KTM 엔듀로 바이크가 세계 최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허세가 아니다. 250EXC-F와 오프로드를 달려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날렵하게 생긴 바이크는 하나부터 열까지 오프로드에 특화됐다. 전용 더트 타이어와 롱 스트로크 서스펜션의 도움으로 길이 없는 대자연을 완전히 지배한다. 자갈밭을 가볍게 지나고, 급하게 비탈진 경사로도 쉽게 오른다. 라이딩 실력만 있다면 길이 전혀 없는 산속도 헤치고 매섭게 앞으로 나간다. 엔진 배기량이 249cc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오프로드에서는 이 정도 출력이면 날아다니는 수준이다. 엔진은 회전 반응이 무척 빠르고 정교하다. 스로틀을 돌리는 만큼 출력이 빠르게 분출된다. 강력한 앞뒤 브레이크도 오프로드에서 다양한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돕는다.기본 1430만원, 식스데이즈 15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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