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을 쏙 뺀 2인승 포르쉐

다운사이징 엔진을 얹어 군살을 쏙 뺀 2인승 포르쉐. 과연 이전만큼 매력적인가?

2017 PORSCHE 718 CAYMAN
엔진 1988cc 4기통 수평대향 터보 | 최고 출력 300마력 | 최대 토크 38.7kg·m | 변속기 7단 자동 PDK | 구동 방식 RWD | 공인 연비 9.4km/L | 크기 4379×1286×1801mm | 기본 가격 8200만원부터

시대는 변한다. 정확히 말하면 세대가 교체되는 과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사실 어떤 영역에서든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니 관건은 ‘누가 더 세련되고 멋지게 변하는가’이다. 포르쉐는 이 부분에서 이미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박스터와 카이맨처럼 2인승 소형 라인업에 엔진 배기량을 대폭 줄였다. 세대교체. 진화의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차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718 카이맨이 태어났다. 카이맨은 매끈한 쿠페 형태가 특징이다. 여기서 지붕이 열리는 구조로 진화한 것이 718 박스터다. 둘은 이번 변화에서 이전보다 더 많이 닮게 됐다. 물론 이 사실은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이번엔 카이맨의 이야기만 다룬다. 그것도 고성능 버전인 S(2.5L 터보 엔진, 350마력)가 아닌 2.0L엔진을 장착한 기본형의 이야기다.

2.0 터보 엔진을 얹은 포르쉐, 상상이 되는가? 신형 카이맨은 이전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포지션의 제품이다. 낯설다. 구세대의 발상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엔진 응답성에서 손해를 보는 터보차저의 조합도 모자라서 엔진 배기량까지 대폭 줄였으니 주행 질감이 완전히 딴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더 이상 날카로운 감각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도 결국은 구세대적 편견일 뿐이다. 따져보면 포르쉐는 이미 위 급 911을 통해 터보 엔진의 꾸준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그리고 기존보다 더 좋은 결과물로 팬들을 위로했다. 분명 포기한 점도 있다. 오히려 좋아진 부분도 있다. 그러니 718 카이맨의 정의는 ‘새로운 특징’에 있다.

EXTERIOR
718 카이맨은 하나부터 열까지 효율성을 추구한 모습이다. 공기역학적으로 뛰어난 균형과 비율, 안정적이고 날렵한 공기흡입구 디자인, 전동식 리어 스포일러 등이 대표적이다.

디그레이드 전략의 업그레이드

718 카이맨은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디자인은 세련되고,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효율성을 추구했다. 신형은 이전보다 볼륨감이 줄었다. 엔진을 다운사이징한 것처럼 외관도 군살을 쪽 뺐다. 앞 범퍼 하단이 이전보다 넓어지고, 엉덩이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전체적으로 날렵해졌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한 가지 목표로 협업하는 기술이 포르쉐만큼 조화로운 브랜드는 드물다. 그들에게 우연이란 없다. 철저하게 계산된 결과만 있을 뿐.

INTERIOR
실내 공간은 탑승자와 자동차, 첨단 전자 장비가 조화를 이룬다. 중앙 디스플레이로 제어하는 포르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차 구석구석 설정을 미세하게 제어한다. 실내 디자인, 소재, 마무리 등 나무랄 부분이 없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를 다루는 손맛도 좋다.

실내 구성의 진화는 마음에 쏙 든다. 분위기가 멋지고 마무리도 완벽하다. 브랜드의 기준에서 카이맨은 엔트리 모델이다. 그런데도 실내 분위기만큼은 상위 모델에 뒤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과 도어 트림, 시트는 단단한 가죽으로 마무리했다. 스포티한 감각의 스티치, 알루미늄 트림으로 곳곳에 포인트를 줬다. 기능이 없는 가짜 버튼 몇 개는 옥에 티. 눌리지 않더라도 멋진 아이콘으로 채웠으면 좋았겠다. 스포츠 시트는 전반적으로 느긋한 감각. 어깨와 허벅지, 옆구리를 조이지 않고 가볍게 지지한다.

휴대전화를 연결할 수 있는 통합 매니지먼트 시스템(PCM)도 기본. 여기엔 150W급 사운드 패키지가 포함된다. ‘기본’ 혹은 ‘포함’은 포르쉐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포르쉐는 거의 모든 것이 옵션으로 분류된다. 안전벨트나 엠블럼 색깔을 바꾸는 소소한 결정에도 많은 ‘0’이 붙는다.

그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공간 활용성이다. 작은 차지만 수납공간이 꽤 넓다. 글러브 박스 위로 숨겨진 컵홀더 두 개, 꽤 큰 사이즈의 도어 포켓도 달렸다. 미드십 엔진 구조 덕분에 앞뒤 두 개의 트렁크로 넉넉한 적재 공간을 연출한다. 데일리 스포츠카로 여전히 좋은 선택이라는 의미다.

718 카이맨은 2.0L 터보 엔진에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했다. 엔진 출력은 300마력(38.7kg·m)으로 본격 스포츠카치고는 무난한 편. 대신 중앙 엔진 구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기본형에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짜릿한 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섀시의 균형은 놀라울 만큼 좋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만드는 소리는 통쾌하다. ‘갸르릉!’ 필요한 순간 배기음이 날카롭게 실내로 타고 든다. 주행 상황에 따라 변하는 엔진의 기계적인 소리가 흥미롭다.

엔진 배기량이 작아진 만큼 연료 효율성이 분명 높아졌다. 복합 연비는 9.4km/L. 자동차 정차 시 자동으로 엔진을 정지하는 오토 엔진 스톱 기능도 빠르고 정확하게 개입한다. 분명 매일매일 주유가 필요한 차는 아니다. 굽이치는 산길을 신나게 달리고도 기름 게이지의 풀이 죽은 모습을 볼 수 없다.

DETAIL
버튼을 누르면 20초간 카이맨의 모든 출력을 끌어낼 수 있다. 20초가 지나면?

스티어링 휠 5시 방향에 주행 모드 전환 스위치가 있다. 돌리는 방식으로 노멀, 스포츠, 스포츠+, 개인 설정 등 네 가지 주행 성격을 제공한다. 다이얼을 90도 돌릴 때마다 차의 성격도 90도씩 바뀐다. 다이얼 중간의 부스터 버튼도 재밌다. ‘스포트 리스펀스’라고 부른다. 주행 중 작은 버튼을 누르면 계기반이 변하며 활성화된다. 약 20초간 터보 과급압을 최고로 유지하고 변속기가 가장 빠르게 호흡을 맞추며 최대 가속을 이뤄낸다. 하지만 위 급 고성능 모델에 비해 718카이맨은 스포트 리스펀스의 변화가 극적이지 않다. 이 역시 배기량의 한계다. 어쨌든 차가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스포츠+ 모드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호흡을 맞춰본다. 코너의 입구에서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아 차 무게를 뒷바퀴에 살짝 실은 상태로 회전한다. 중앙 엔진 구조의 성능을 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즉각적으로 앞머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한다. 뒤 타이어는 풍부한 접지력으로 노면을 끌어안는다. 타이어가 작은 비명 소리를 낸다. 부족하진 않다. 이미 무서울 만큼 빠르게 코너를 돌고 있다. 그런데도 차의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일부러 엉덩이를 살짝 흔들어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코너를 탈출해본다. 기가 차다. 회전이 무척 자연스럽다. 이 어려운 걸 포르쉐는 또 해낸다.

완벽에 가까운 균형이다. 그래서일까, 출력의 갈증이 크게 느껴진다. 직선에서 좀 더 폭발적으로 밀어붙여주길 원한다. 물론 나 같은 사람을 위해 포르쉐는 350마력의 S 버전도 준비했다. 나라면 뒤도 보지 않고 S를 선택하겠다. 당신에게도 S를 추천한다. 포르쉐는 따분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우리 인생을 그 어느 때보다 스릴 있고 즐겁게 만들어줄 차다. 그러니 최고의 감동이 필요하다. 그게 이 브랜드의 존재 목적이다. 전면적인 세대교체. 포르쉐는 718 카이맨으로 또다시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다. 차를 타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같은 기준에서 이전보다 더 빠르고 편하면서도 동시에 훨씬 다목적에 어울리는 차다. 정답은 아니었지만, 이보다 더 정답에 가깝기도 어렵다.

베이비 드라이버. 718 카이맨은 이런 별명이 잘 어울린다. 새로운 감각. 젊고 활기차고 도전적이다. 어쩌면 기성세대는 이런 구성을 깔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세대의 실력은 구세대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건 이전 세대에도 그랬고, 그 전 세대에도 그랬다.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