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 BMW R 1250 GS 시승기

겨우내 창고에서 숨죽이고 있던 모터사이클을 꺼내 우렁찬 소리와 함께 달렸다.

BMW MOTORRAD R 1250 GS HP
엔진 1245cc 수평대향 2기통
최고 출력 136마력(14.5kg·m)
변속기 6단 리턴
가격 3110만원

어두컴컴한 창고에 들어서자 익숙한 실루엣과 마주한다.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커버를 치우자 커다란 모터사이클이 모습을 드러낸다. 매년 3월에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이지만 이 순간만큼 설레는 때도 없다. BMW R 1250 GS의 박서 엔진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 박자에 가슴이 뛴다. 봄의 향기를 따라서 모터사이클을 몰아야 할 때다. 이런 의식을 시즌 오프닝 투어라고 한다. 운동으로 치면 몸풀기다. 겨울 동안 잃어버렸던 라이딩 감각을 다시 찾는 과정이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1250 GS가 속도를 낸다. 길을 따라 움직이는 게 신난다. 몸으로 기억하던 것보다 모든 것이 훨씬 더 짜릿하다. 마치 커다란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간 기분이랄까. 1250 GS도 봄을 힘차게 맞이한다. 노면은 여전히 차갑다. 미끄러운 구간도 종종 만난다. 라이딩 포지션을 바꿔가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이럴 때는 유연한 서스펜션 세팅의 모터사이클이 안정적이다. 1250 GS는 그런 면에서는 환상적인 파트너다. 겉보기에 커다란 덩치 때문에 굼뜰 것 같아 보인다. 실제론 반대다. 섬세한 주행 감각으로 모든 주행 상황을 완벽하게 지배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주행 성격에 맞춘 라이딩 모드, 다이내믹 브레이크 같은 각종 전자제어가 긴 여정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돕는다. 빠르게 달릴 때 운전자와 완전히 밀착한다. 속도를 늦춰 느긋하게 경치를 즐길 때는 요트처럼 편안하다. 좌우로 움직이는 복서형 엔진이 일정한 리듬으로 차체를 흔든다. 어떤 순간이든 잘 조율된 엔진 떨림이 온몸을 간지럽힌다. 그 느낌이 좋다.

스로틀을 가볍게 비튼다. 예상보다 힘차게 속도가 붙는다. 1245cc 엔진이 뿜어내는 강력한 토크가 주변 풍경을 빠르게 바꾼다. 엔진이 끝까지 회전할 때 세상의 시간이 멈춘다. 달리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인다. 속도를 더 높여 바람과 싸운다. 허벅지로 파고드는 바람이 차다. 하지만 즐겁다. 멈출 수 없다. 이래서 모터사이클을 탄다.

편도 200km를 어렵지 않게 달렸다. 장거리를 달리는 동안은 머리를 쉽게 비울 수 있었다. 잡생각이 사라지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라이딩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 썩 괜찮은 과정이다. 올해도 봄은 이렇게 시작된다.

 

 

BMW 모토라드 시즌 오프닝 투어

매년 봄 BMW 모토라드가 시즌 오프닝 투어를 개최한다. 차고에 잠들어 있는 바이크를 깨워서 모이자는 취지다. 한반도의 정 가운데, 경상북도 상주시 경천섬 일대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라이더가 모여든다.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국도로 3시간 40분 거리. 꽤 본격적인 몸풀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라이딩 과정을 즐기는 모터사이클의 특성상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렇게 올해도 1500여 명의 라이더가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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