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아시안 메이저리거 10문 10답

한국인은 불안하고 일본인은 든든하다.

01

일본 야구계에서 전무후무한 천재 취급을 받고 메이저리그에서까지 투타 겸업을 선언한 LA 에인절스의 투수 겸 타자 오타니 쇼헤이는 정말 잘할까?

한마디로 돌풍이다. 시범 경기 때만 해도 좀처럼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해 ‘고등학교 수준의 타격’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지만 정규 시즌에 들어서며 3경기 연속 홈런으로 대반전을 이끌어냈다. 일본 리그에서 3000안타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타격 천재로 현재 각종 방송에서 야구 평론가로 활약하는 재일 동포 장훈 씨는 ‘반짝 활약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지만 어쨌든 열기만큼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수로서 이번 시즌 그가 기록하고 있는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은 시속 157km. 실로 엄청난 스피드다. 덕분에 변화구까지 한결 더 예리하게 느껴진다. 그가 던지는 공의 위력은 누구보다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프리미어12 대회 때 겪어봤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대표팀 타선은 오타니를 상대로 7이닝 동안 단 1안타에 그쳤고 삼진은 11개나 당했다. LA 에인절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쉬는 시간이면 통역과 인터넷 게임 ‘클래시 로열’을 즐긴다는 청년 오타니 쇼헤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02

류현진은 부상 복귀 2년 차(+결혼 1년 차)를 맞아 더 나은 성적을 보여줄까?

4월로 접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류현진의 올 시즌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몸 상태는 나빠 보이지 않지만 예전 구위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류현진의 야심작 신무기는 고속 커브. 기존 커브보다 속도가 좀 더 빠르고 회전수도 더 많다. 이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해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선발 등판 첫 경기에서 그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3.2이닝 5피안타 3실점. 무엇보다 제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 이닝에 볼넷을 3개나 내주며 밀어내기까지 허용했다.

신종 커브에 타자들이 반응하지 않은 것도 사사구가 많아진 점이 원인이었다. 타자들 눈에 스트라이크처럼 보여야 방망이가 돌아갈 텐데, 공이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볼이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류현진을 떠받쳤던 건 두 가지다. 제구력과 변화구. 지금은 그 둘 다 말을 듣지 않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벌써 선발진에서 밀려날 것이란 예상까지 나돈다.

엎친 데 덮친다더니 4월 7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며 클레이턴 커쇼의 등판 일정이 9일로 변경됐다. 그로써 선발 일정이 크게 헝클어져 현재로는 류현진이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불펜에서 던질 수도 있다’는 CBS스포츠의 예상이 맞아떨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선발 등판 기회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뭔가를 보여줘야 그나마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그것이 현재 류현진이 맞닥뜨리고 있는 냉엄한 현실이다.

03

류현진과 LA 다저스에서 함께 뛰는 마에다 겐타는 올해도 류현진을 제칠까?

마에다 역시 선발이 확정적이지는 않다.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선발 등판 첫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되었지만 선발 예정이던 7일 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되면서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현재로서는 등판 일정이 명확하지 않다. 코칭스태프는 ‘딱 일주일만 불펜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즌 출발이 좋지 않은 팀 사정상 구위가 좋은 마에다를 불펜에서 휘뚜루마뚜루 써먹으며 부진 탈출을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04

세인트루이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난 뒤 텍사스와 계약까지 했다가 파기하고 한국인 최초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오승환의 올해 성적은 어떨까?

출발이 나쁘지 않다. 팀 합류가 늦어지면서 시즌 초반 고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5게임, 4.2이닝, 2실점, 평균 자책점 3.86, 1승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숫자만 본다면 나무랄 데 없지만 최근 경기인 4월 7일 텍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0.2이닝 동안 2루타 포함 2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으로 부진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언론에서는 예년에 비해 빠른 공 스피드가 떨어졌다며 난리인데 정작 본인은 ‘구위는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빠른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지지 못했다는 게 장타를 허용한 이유라는 것.

아닌 게 아니라 아드리안 벨트레에게 2루타를 허용한 공은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빠른 공이었다. 반면 조이 갈로를 평범한 뜬공으로 아웃시킨 공은 높은 코스로 제구가 잘됐다. 제구만 되면 범타를 유도할 만한 구위라는 것이다. 본인 말대로 제구력 회복이 올 시즌 성적을 가를 키포인트로 보인다.

05

은퇴 직전까지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현역 생활을 1년 더 하게 된 1973년생 스즈키 이치로는 내년에도
뛸 수 있을 만큼의 활약을 보여줄까?

놀랍기만 하다. 1973년생, 우리 나이로 46살임에도 현재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백업 멤버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 스토브리그 때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계약이 끝나며 찾는 팀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본인 표현대로 ‘장난감 가게에서 팔다 남은 큰 개 인형’이 된 듯했지만 친정 팀이라 할 수 있는 시애틀의 부름을 받으며 어렵사리 현역 연장의 꿈을 이뤘다.

현재 그가 기록하고 있는 성적은 19타수 5안타, 타율 2할6푼3리. 적어도 체력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시금 놀랍기만 하다. 내년 시즌을 기약할 수 있을까? 물론 아무도 모른다. 스즈키 자신도 자신하지 못할 것이다.

06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올해는 부진을 씻고 달라질 수 있을까?

일단 시즌 출발이 나쁘지 않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성적은 35타수 11안타, 타율 3할1푼4리, 3홈런, 5타점, 5득점.

이번 시즌을 맞이하며 추신수는 과감한 용단을 내렸다. 타격 자세 대폭 수정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실천에 옮겼다. 지금까지 추신수는 타격할 때 오른발을 많이 들어 올리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생활 14년 동안 토 탭(toe tap: 앞발을 살짝 튕김) 자세를 유지해왔다. 테이크백 동작(방망이를 휘두르기 전 먼저 뒤로 빼서 힘을 모으는 동작)도 크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좀 더 수월하게 반응하기 위해서였다.

그 폼을 바꿨다. 오른발을 들었다가(이른바 레그 킥) 내딛으면서 스윙하는 것으로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줬다. 데뷔 이래 가장 큰 폭의 수정이다. 텍사스와 대형 계약을 맺은 이후 워낙 죽을 쑤어왔던 터라 변화를 꾀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바꾼 원인은 공을 좀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다.

한때 뜬공보다는 땅볼이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타격의 주된 목적은 공을 좀 더 멀리 보내는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다. 특히 상대 수비진의 시프트(변형 수비 대형)에 막혀 좀처럼 타구를 외야로 보내지 못한 추신수에게는 그런 견해가 더욱 설득력 있다. 타격 자세 수정은 그에 따른 조치였다. 현재까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07

올해 새로 들어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마키타 가즈히사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히라노 요시히사의 예상 성적은?

오타니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키타 또한 포스팅 시스템으로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은 2년 400만 달러, 포스팅비 50만 달러. 마키타는 일본 리그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7년 동안 53승 49패, 평균 자책점 2.83을 기록한 투수. 1.1이닝 무실점으로 데뷔전을 무사히 치른 이후 괜찮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4게임 출장, 4이닝 투구, 평균 자책점 2.25. 밑으로 던지는 극단적인 언더핸드 투수라는 점에서 불펜 투수로 어느 정도 활약을 펼치지 않을까 싶다.

히라노 요시히사는 일본 리그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마무리로 활약해온 투수다. 10년 전 데뷔 때는 선발 자원으로 분류됐지만 4년 차 때부터 불펜으로 전향했다. 지난해에는 3승 7패, 29세이브, 평균 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현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600만 달러에 2년 계약을 맺고 불펜 투수로 뛰고 있다. 5게임 출전, 4.1이닝 투구, 평균 자책점 2.08. 일본 투수답게 포크볼을 잘 던지고 빠른 공 스피드도 평균 150km 안팎으로 나쁘지 않다. 본인 희망대로 ‘슬라이더만 먹힌다면’ 불펜 투수로서 평균 또는 그 이상의 활약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08

될 듯 안 될 듯 트리플 A와 메이저리그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최지만은 과연 올해 터질까? NC의 홈런왕 출신 테임즈와의 포지션 경쟁은?

최지만의 타격 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하다. 개막전에서 대타로 출전, 역전의 단초를 제공한 2루타를 기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일단 밀워키 브루어스라는 팀과 계약했다는 점부터 틀려먹었다. 밀워키의 1루수 자원은 차고 넘친다. 테임즈 외에도 헤수스 아길라르, 라이언 브론(외야수와 1루수를 오가는 통산 300홈런의 강타자) 등 쟁쟁한 선수들이 같은 포지션에서 경합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계약 조건이 가장 처지는 최지만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성적 이전에 팀 내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막전 로스터에 들었다는 기쁨도 잠시, 현재는 트리플A에서 고전 중이다. 에이전트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능하다면.

09

여러 과정 끝에 피츠버그에 정착한 배지환은 한국인 메이저리그 진출의 리스크를 이겨낼까?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배지환은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와의 계약이 파기되면서 소속 팀을 잃었다. KBO에선 배지환에게 ‘신인 드래프트 참가 2년 유예’를 결정했다. 최악의 경우 2년 동안 국제 미아로 떠돌게 될지도 몰랐다. 다행히 지난 3월 1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125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하며 메이저리그 도전 기회를 다시 얻었다. 이후 메이저리그 시범 경기에도 출전하는 등 나름대로 기대를 걸게 만들고 있다.

배지환은 지금껏 미국에 진출한 다른 한국 선수들과는 유형이 좀 다르다. 주 포지션이 유격수인 데다 타자로서는 몸집(185cml, 77kg)이 크지 않은 콘택트형이다. 현지에서는 ‘코리언 이치로’로 불린다는데 무엇보다 적응이 가장 큰 과제다. 시작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잘 이겨내기를 기대한다.

10

그리고 강정호는?

2016년 12월의 음주 운전 적발 이후 강정호의 야구 인생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에서의 취업 비자가 계속 나오지 않는다. 2017년 피츠버그의 도움으로 들어간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도 성적이 부진해 11월 말에 방출됐다. 프로야구에서 실전 경험을 못한 지도 1년이 넘었다. <OSEN> 기사에 따르면 강정호 측은 “3월 중순까지 미국에 복귀하지 못하면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강정호와 피츠버그의 계약은 2018년 만료된다.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한다면 규칙상 원 소속 팀인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올 수 있다. 다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차량 내 자위행위로 kt에서 방출된 김상현은 동정 여론이 있었음에도 KBO리그로 돌아오지 못했다.

  • Kakao Talk
  • 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