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바 2편 블랙바

서울의 깊은 밤을 흑백의 경계로 나눈 바 두 곳.

지난 4월 여의도 글래드호텔에 문 연 블랙바는 들어가는 과정이 하나의 여정 같다. ‘로드앤테일러의 쇼윈도 옆으로 난 문을 열면 두어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밀실이 등장한다.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질 때쯤 우측에서 번쩍이는 사자 두상에 시선이 간다. 그리고 그 두상 위에 이렇게 쓰여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자 입에 손을 넣어라.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사자 입속에 슬며시 손을 넣자 거짓말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던 진열장이 스르르 옆으로 밀려나며 그 너머로 블랙바가 등장했다.

바 중앙에 걸려 있는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스스로 타오르는 듯 환한 빛을 발산하는 가운데 ㄷ자형 바가 둘러싼 공간은 이름에 걸맞게 어둡고 차분하다. 번쩍이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고스란히 노출된 통유리를 등지고 앉으면 맞은편 벽에 비치된 24개의 로커가 눈에 들어온다.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에게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로커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로커마다 금색의 판 위에 빼곡히 글자가 새겨져 있다.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인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에서 영감을 받아 고안해낸 신사의 덕목 24가지를 써 내려간 것. ‘Listen’, ‘Pays’, ‘Opens Doors for a Lady’, ‘Never Tells’ 등 블랙바가 이곳을 찾은 남자들에게 신사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할 조건들을 제시한 문구가 흥미롭다.

칵테일 메뉴에서도 <킹스맨>의 영향을 찾을 수 있다. 시그너처 칵테일에 해당하는 ‘It Maketh Man’이 바로 그것. 영화에서 콜린 퍼스가 썼을 법한 모자를 들추면 희뿌연 연기가 흩어지고 시가를 연상시키는 시나몬 스틱이 꽂힌 록 글라스가 정체를 드러낸다. 위스키에 다크 초콜릿, 보리차, 비터를 섞고 한쪽 끝을 태운 시나몬 스틱을 꽂은 이 칵테일은 단맛이 거의 없이 구수하고 쌉싸래한 게 연거푸 들이켜도 물리는 법이 없다. 진토닉과 함께 진을 기주로 한 대표 칵테일로 알려진 마티니를 위스키,  커피, 기네스 맥주 거품으로 재조합한 ‘블랙 마티니’는 얼핏 블랙 슈트를 입은 남성을 연상시킨다. 몰트위스키 바답게 위스키를 기주로 한 독특한 칵테일을 다수 보유한 블랙바에 들른다면 신사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6
문의 02-6671-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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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사진신규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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